이순신 장군의 입냄새 처방

[WHY 입냄새, WHAT 구취]김대복 박사의 종횡무진 냄새 문화 탐험<34>
온라인팀 | eco@ecomedia.co.kr | 입력 2016-05-19 09:4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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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입 냄새, WHAT 구취
-김대복 박사의 종횡무진 냄새 문화 탐험-


현대인의 절반은 입 냄새에 예민하다. 구취는 타인에게 불쾌감을 줘 대인관계 및 사회생활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입 냄새는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예외가 없다. 대전대 한의대 김대복 겸임교수의 입 냄새 문화 산책을 시리즈로 엮는다. 

<34>이순신 장군의 입냄새 처방
 
유자(柚子)는 조선시대 진상품이다. 임금이나 고관에게 바치는 진상품은 지역의 특산물품이다. 제주와 남해안에서 자생하는 유자는 달콤한 향과 감기 예방 효과 등으로 왕실에서 인기가 높았다. 왕은 유자를 궁궐의 의례에 쓰고, 대비 등 윗전에 올리고, 관료들에게 선물했다.

태종은 왕실의 제사 때 유자를 올리게 했고, 세종은 전라도와 경상도의 따뜻한 지역에 유자나무를 심게 한 뒤 교통이 불편한 제주에서의 유자 진상을 중지시킨 바 있다.
유자 진상은 임진왜란 중에도 계속됐다. 유자의 산지인 제주도와 전라도 남해안이 왜적으로부터 안전한 결과였다.

진상하는 지방관리 중 한 명이 이순신 장군이다. 전라좌수사에 이어 삼도수군통제사를 맡은 이순신 장군은 남해안에서 생산되는 전복 해삼 등의 각종 어패류와 함께 유자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또 제주의 진상품도 이순신이 관할하는 전라도를 통과해야 했다. 제주의 대표 특산물은 유자와 귤이다. 전쟁이 일어난 지 3년째인 1594년 제주판관이 보낸 유자가 이순신 진영에 도착하기도 했다.

이순신 장군은 통영의 명품인 전복껍질로 만든 나전칠기와 함께 고흥의 유자를 한양에 진상한다. 1595년 9월17일의 난중일기다.


“식사를 한 뒤에 서울에 편지를 써 보냈다. 김희번이 장계를 가지고 나갔다. 유자 서른 개를 영의정에게 보냈다.”

고위관료에게 유자를 보낸 내용이다. 난중일기에는 임금에게 유자를 올렸다는 글은 없다. 이는 유자가 진상품이기에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기록할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실제로 1595년 4월15일에는 ‘단오절을 맞아 여러 진상품을 봉해 올렸다’라고만 기록했다.

당시 영의정은 유성룡이다. 전쟁 중에는 물자가 귀하다. 선물을 받으면 평시보다 더 고마울 게 당연하다. 그런데 하필 선물이 유자였을까. 한양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귀한 물건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구취를 연구하는 필자는 직업의식이 발동된다. 입냄새와의 연관으로 살펴보게 된다.

동의보감에서는 유자를 약귤로 칭한다. 과일을 넘어 약으로 인식한 것이다. 효능을 다양하게 설명했다. ‘위장의 삿된 기운을 없앤다. 술독을 풀어준다. 주당의 입냄새를 제거한다.’ 술꾼의 입냄새 제거법으로는 유자알갱이나 껍질을 입에 물고 있거나 껍질을 달여 차로 마시게 했다.


입냄새 제거는 유자의 효능 중 일부에 불과하다. 본초강목은 ‘뇌혈관 장애로 생기는 중풍에 좋다. 답답함을 사라지게 하고, 정신이 맑게 한다. 잠자는 시간이 길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자에는 비타민C, 염증완화 성분인 리모넨도 포함돼 면역력 강화, 피로회복, 감기예방에 효과적이다. 뇌혈관 장애와 중풍 예방, 신경통 완화, 항산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소화기능을 활성화하는 구연산에 주목한다. 구연산 성분은 소화 장애, 소화불량 해소에 도움이 된다. 구취는 내장질환에 의한 경우도 있다. 오랜 기간 소화불량이 계속되는 구취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스트레스는 면역력 약화시키고, 구취도 유발 시킨다. 당뇨, 간 기능 이상도 입냄새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당시는 전쟁 중이었다. 나라의 존망을 알 수 없고 개인의 생사도 불투명하다. 극도의 스트레스와 피로가 계속된다. 먹거리도 충분치 않다. 간과 장의 건강이 악화되었을 개연성이 크다. 이 같은 악화된 상황은 입냄새가 나기 적합한 조건이 된다.

이순신 장군이 한양의 고위층에게 유자를 보낸 숨은 뜻 중의 하나는 입냄새 제거일 수 있다. 특히 고위관료는 군대를 이끌고 온 명나라 인사들과도 자주 대화를 해야 한다. 이순신 장군이 서울에 유자를 보낸 까닭은 원활한 대화를 위한 구취 제거로 볼 수도 있다. 이 같은 목적이 아니었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부수적인 효과를 얻었을 것이다. 

 
글쓴이 김대복
대전대 한의학과 겸임교수로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다. 주요 논문으로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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