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월드’ 제2롯데월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창간 28주년 특집 : 사고 빈발 따른 아쿠아리움·롯데시네마 등 매장 폐쇄
박원정 기자 awayon@naver.com | 2015-03-05 09:40:35


‘블랙홀’ 제2롯데월드타워 & 제2롯데월드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2롯데월드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각종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재개장과 부분 폐장, 휴관을 반복하고 있다. 또한 아직도 건물 곳곳에서는 통제와 함께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고,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고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현재 서울시 지시와 자체 판단으로 영화관과 수족관 등이 무기한 휴관 상태이다. 그리하여 제2롯데월드몰 전체 매출이 급감하고 있으며, 입점 업체들도 손님 감소로 인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철수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설 명절 황금연휴에 오픈 100일의 깃발이 아직도 여기저기 매달려 있는 가운데 썰렁하기만 한 제2롯데월드 매장과 식당들. 출발부터 지금까지 무엇이 잘못되고 무엇이 문제인지, 앞으로의 대책은 없는 것인지 구석구석을 돌며 알아봤다.


설 대목 같지 않은 설, 반짝 특수는 없었다
최대 명절인 설을 맞아 반짝 특수를 기대했던 입점 업체들은 실망하는 빛이 역력했다. 그나마 몇 몇 대형 식당과 외식 업체들만 평소보다 1.5~2배 가까이 매출이 늘었다고 귀띔했다.


600석에 530여 평 규모를 자랑하는 ‘푸드캐피탈 왕궁’ 관계자는 “이번 연휴기간 평소보다 2배 가까운 손님을 맞은 것 같다”고 밝히면서 “하지만 평일에 손님이 너무 적어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5층 화장품 매장은 그야말로 한산, 그 자체였다. 중국 황금춘절에 14만여 명의 방한으로 요우커들의 매출 증가를 기대했던 매장 점원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중국 본토와 명동 등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모 화장품 업체 매니저는 “명절, 춘절 특수는 남의 얘기”라며 한숨을 쉬었다.


명절 연휴라서 가족단위 고객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은 의외로 친구로 보이는 젊은 층과 남녀 데이트 족이 주류를 이뤘다.


롯데물산의 자료에 의하면 방문객 수가 지난해 10월 10만 명, 11월에 9만 명을 유지했으나 지난 1월에는 절반 수준인 5만5000여 명으로 뚝 떨어졌다. 롯데월드몰은 주차예약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주차장 이용대수도 지난해 10월 하루 769대에서 433대로 감소했다. 명품관 에비뉴엘의 1월 매출도 개장 초기보다 20% 이상 줄었고, 같은 기간 롯데마트의 매출도 30% 이상 감소했다.


올 1~2월 주말에도 손님이 절반으로 줄고 매출도 반토막으로 감소하자 900여 개의 입점 업체들과 5000여 명의 직원들의 불만과 한숨도 그만큼 깊어가고 있다.


오늘도 아동의류와 신발을 파는 매장엔 손님은 없고 종업원들만 서 있었다. 세뱃돈을 쓰려고 나온 초, 중, 고생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기약 없는 수족관-영화관 재개장…서울시 눈치만
이렇게 손님이 적은 것은 그동안 누수와 진동을 일으켜 점검과 보수공사가 진행 중인 아쿠아리움과 롯데시네마의 무기한 휴관이 결정타로 꼽히고 있다. 특히 수족관과 영화관 주변은 입점 당시 ‘황금알을 낳을 거위’로 다른 업소의 부러움을 샀었는데, 예상 못했던 무기한 폐쇄가 계속되면서 영업 부진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형편이다.


서울시와 롯데그룹이 재개장 시기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 날도 수족관과 영화관을 찾았다가 발길을 되돌리는 사람들이 더러 눈에 보였다.


지상 5~6층 시네마 라운지엔 출입제한 안내문과 함께 안내요원이 영문을 모르고 찾아오는 고객마다 설명을 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하 1층 아쿠아리움 입구엔 직원 없이 휴관 안내와 환불 안내 표지판만 덩그러니 붙어있었다.


지난달 15일 밤 제2롯데월드 1층 현관 쪽에선 3m 되는 유리창문이 또 이탈사고를 일으켜 지나가는 고객 2명을 덮쳤다. 이번에 사고나 난 곳은 지난해 12월에 사고가 난 지점에서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아찔한 상황이 또 벌어진 것이다. 서울시는 제2롯데월드에서 또다시 사고가 발생할 때에는 모든 시설을 완전 폐쇄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낸 바 있다.


△ 폐쇄된 롯데시네마 내에서  보수 공사중인 모습
이번 사고 후 17일 서울시 건축기획과 과장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롯데 측은 독일제 부품이 문제가 생긴 것으로 파악하고 전면 교체를 밝혀왔다”면서 “상황을 지켜본 후 그에 상응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7일 오후 제2롯데월드와 관련된 공사현장에서 날아든 돌이 지나가던 김 모씨(37세) 차량을 파손하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돌멩이가 뒷 유리창을 뚫고 차안으로 들어왔는데, 지나가는 행인이 맞았으면 큰일 날 뻔한 순간이었다.


서울시에 시설안전 보고서를 제출하고 하루빨리 재개장을 원하며, 서울시 눈치만 보고 있던 롯데 측은 더욱 난감해 하는 상황이다.


수억~수십억 원 투자하고 석 달 만에 ‘눈물의 철수’
지난해 10월 우리나라에 처음 진출, 지난달 1일부터 쌓이는 적자 폭을 견디지 못하고 영업을 중지한 고급 일식당 ‘히데야마모토’의 철수 소식은 충격이었다. 에비뉴엘동 6층 식당가에 위치한 이 레스토랑은 싱가포르에 본점을 두고 있으며 일본 도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에 20여 개 매장을 둔 굴지의 정통 외식업체로 알려져 있다.


롯데 측도 제2롯데월드몰의 상징성을 부각시키려 국내에 처음 진출하는 식음료 매장을 대거 입점시키려 노력했고 어느 정도 성과도 올렸다. 그러나 5년 입점 계약으로 수십억 원을 투자(추산)하며 의기양양하게 들어섰던 모습과는 달리, 영업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3개월 만에 ‘눈물의 철수’를 하고 말았다.


문을 닫은 유명 요식업소는 히데야마모토 뿐만이 아니다. 외식업체 썬앤푸드가 운영하는 유명식당 체인인 ‘메드포갈릭’은 처음부터 엔터테인먼트동 롯데시네마 안에 위치한 것이 잘못된 선택이었다. 지난해 12월 영화관 잠정 폐쇄와 동시에 셔터를 내려야만 했다. 관계자 등에 따르면 좌석과 집기는 그대로 둔채 인력만 모두 철수한 상태라고 한다.

롯데시네마 안쪽에선 여전히 '공사중'이다.


또한 쇼핑몰동의 의류업체 한 곳은 다른 매장으로 옮기기 위해 영업을 중단했고, 같은 동의 액세서리 판매업체 한 곳도 문을 닫았다. 이로써 작년 12월 이후 제2롯데월드몰에서 철수한 업체는 모두 4곳에 달한다.


안팎서 사고의 연속…그동안 무슨 일이

△ 제2롯데월드 사고일지
제2롯데월드 타워는 지난 2011년 10월 착공 이후 현재 공정률이 70%를 넘기고 있으며, 전체 123층 중 98층까지 올라간 상태라고 한다. 내년에 완공될 제2롯데월드타워의 높이는 555m로 국내 최대 높이를 자랑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명성과 달리 그동안 크고 작은 사고로 이용객은 물론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갖게 했으며, 현재도 진행형이라는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처음부터 구조적 결함은 없는 건지 일부 사회단체나 전문가들은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으며, 각종 사고도 안전 불감증과 지도감독 부실로 인해 비슷한 안전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는 실정이다. 급기야는 지난달 9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일주일에 한 번씩 롯데월드몰과 제2롯데월드타워를 불시에 들러 안전을 점검하겠다고 했을까.


한편 최근 의류매장에서도 진동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전문제가 다시 불거진 가운데, 대한건축학회 등 전문가들이 “조사 결과 안전성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결론을 냈다고 한다. 제2롯데월드 안전관리위원회는 지난 1월29일 홍보관에서 ‘건축물의 소음과 진동’이라는 주제로 시공기술 발표회를 연 바 있다.


땅속은 아무도 모른다…싱크홀의 공포
서울시 송파구를 비롯한 강남권은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도로 위에서 총 83개의 싱크홀이 발견돼 전문가들이 안전 우려지역으로 꼽았다.


특히 제2롯데월드 주변지역의 땅꺼짐 현상은 롯데월드타워 공사 이후에 대부분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와 같은 싱크홀은 롯데월드타워 공사로 인해 석촌호수 물이 빠져나가서 발생된 일인지, 지하철 9호선 공사로 인한 문제인지 확실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여름 소방당국이 송파구 석촌동 일대에서 수차례 발생한 싱크홀로 인해 제2롯데월드 등 주변 건물이 동시에 붕괴되는 상황을 가정한 대비책을 마련했던 것으로 한 언론에 의해 알려졌다.


이 대비책은 건물 붕괴 상황에서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방안 마련에 중점을 둔 것으로 나타났는데, 당시 세월호 참사의 초기 대응에 실패한 교훈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됐다.


송파소방서의 자료인 ‘싱크홀로 주변건축물 동시 붕괴에 따른 골든타임 확보 방안’을 보면 당시 제2롯데월드 주변 5곳과 석촌 지하차도 인근 7곳에서 총 13개의 싱크홀이 발견됐다고 지적하고, 주변 건물 동시 붕괴로 대형 인명·재산피해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소방당국은 붕괴사고가 일어날 경우 상·하수도와 통신·전력 등 지하 매설물과 인근 도로망 등 도시기반시설이 마비돼, 철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주변 아파트 주소서 ‘석촌호수’ 지운 이유
“우리 아파트 단지 이름에서 ‘석촌호수’를 지워주세요.” 

집값 하락을 걱정하다 못해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아파트 단지의 주소를 바꿔버려 화제가 됐다. 그들은 다름 아닌 제2롯데월드와 인접한 서울 송파구 잠실에 있는 ‘레이크팰리스’ 주민들로 아파트의 도로명 주소를 지난 1월말 ‘석촌호수로’에서 ‘잠실로’로 바꾼 것이다.


송파구청 등에 따르면 잠실3동 레이크팰리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해 11월 석촌호수 수위 저하와 잇단 도로함몰 등으로 부동산 가치 하락을 우려, 입주민 2678가구 중 2484가구(76.5%)의 동의를 얻어 송파구청에 도로명 주소 변경을 요청했는데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 아파트는 석촌호수로와 잠실로, 삼학사로, 삼전로 등 4개 도로에 둘러싸여 있는데, 이 중 ‘석촌호수로’ 대신 ‘잠실로’를 도로명 주소에 쓸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던 것이다.


송파구 관계자는 “보통 정문 앞 도로 기준으로 도로명 주소를 정하는데, 잠실로 쪽으로도 출입구가 나있으니 그쪽으로 주소를 바꾸겠다고 했다”면서 “주민들이 ‘석촌호수’란 이름을 꺼려 주소를 바꾼 것은 이번이 처음”
이라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석촌호수 때문에 실제로 집값이 떨어지는 등 문제가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주민 상당수가 석촌호수란 도로명이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롯데월드와 잠실역을 끼고 있는 석촌호수 주변은 서울 시내의 대표적 문화명소 중 하나이지만, 제2롯데월드 건설로 인한 각종 안전 이슈와 석촌 지하차도 동공(洞空), 도로함몰 발생, 석촌호수 수위 저하 등이 겹치면서 안전 문제가 제기돼 왔던 터였다.


롯데그룹이 결자해지해야
이명박 정부 시절에 제2롯데월드 건축 허가가 나면서 한동안 특혜시비가 일었다. 최근 발간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서전인 ‘대통령의 시간’에 맞불을 놓기 위해 ‘MB의 비용’은 구체적 수치를 들며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이 책에는 최근 제2롯데월드 논란의 시작이 이명박 정부에 있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롯데그룹에 특별한 관계에 있던 이 전 대통령은 일사천리로 (제2롯데월드의 건축 허가를) 내줬다”는 지적이다.


△ 국내 쇼핑몰 중 유일무이한 비상대피소로, 지하1층 상업시설 내에 3개가 있으며 총 수용 인원은 약 5000명 정도다

 

 

김용진 서강대 교수(경영학)는 “(제2롯데월드의) 그 높이를 허가해 주려면 성남공항 활주로의 각도를 원래 7° 틀어야 했다. 그런데 3°만 틀어도 되게 해줬다”며 “이 전 대통령은 결코 승인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김은기 당시 공군참모총장을 경질한 후 허가해 줬다”고 말했다.  

 


또한 “7°를 틀면 롯데가 부담할 활주로 공사비용이 1조2000억 원이 들고 3°를 틀면 3000억 원이 소요 된다”며 “이것만으로 롯데에 9000억 원의 이익을 안겨줬을 뿐 아니라 안보적으로 심각한 비용과 위험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위의 내용이 사실이라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허가 당시 많은 국민들과 일부 언론들은 고개를 갸우뚱했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었다.


지금 서울시와 국민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롯데그룹의 이익을 떠나 국가적으로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재개장이 먼저가 아니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벽하고 정밀한 검사와 보수공사가 우선이다.


보수작업에 참가했던 한 업체의 직원이 제2롯데월드가 완공이 돼도 자기는 오지 않겠다는 말을 남겼다니, 롯데그룹 측이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잘 가르쳐 주고 있다.

[환경미디어 박원정·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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