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사고 대비 필수아이템 ‘환경책임보험’

신광진 환경부 환경피해구제과 공업전문관
박순주 기자 | parksoonju@naver.com | 입력 2019-07-29 09:3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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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디어=박순주 기자] 구미의 한 화학공장에서 2012년 9월 불산 누출로 대규모 환경피해가 발생, 554억원의 국민 세금이 투입됐다.

이를 계기로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환경피해구제법)’이 신설됐고, 환경부는 환경피해구제법에 따른 ‘환경책임보험’ 제도를 2015년 말부터 시행 중이다.

환경책임보험은 환경오염 피해로부터 신속하고 공정하게 피해자를 구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환경피해구제법에 따라 사업장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보험 상품이다.

환경책임보험 시행 4년째
▲ 본지와 인터뷰 중인 신광진 공업전문관
사업자가 환경시설을 설치‧운영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 재산 등에 피해를 줄 수 있다.

신광진 환경부 환경피해구제과 공업전문관은 신속한 피해자 구제와 지속가능한 사업장 경영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게 환경책임보험의 취지라고 전한다.

“원인을 잘 알지 못하는 환경오염이 쌓여 다수의 주민에게 피해를 주거나,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자는 막대한 피해 보상으로 인해 도산 위험에 직면하고, 가해 책임이 없는 일반국민의 세금으로 피해를 보상하는 부작용이 초래된다.”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른 기업의 책임 이행을 강구하는 동시에 피해자는 신속히 피해를 배상받을 수 있도록 하고, 사업자는 피해 배상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 않고 지속적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환경책임보험이라고 말하는 신광진 전문관.

사업자의 피해배상 책임 이행을 ‘환경책임보험’으로 담보하면, 사업자와 피해자 모두 행여나 발생할지 모를 대형 환경사고(화학물질 사고)에 대비할 수 있다. 환경시설의 대형 사고에 대비하는 사업장의 필수 아이템인 셈이다.

“제18대 대통령 당선공약으로 ‘환경오염 피해에 대한 실효적 구제제도 구축’이 제시되고, 정부 국정과제로 채택됐다. 이후 이해당사자간 조정 및 법률자문, 설명회, 공청회 등을 거쳐 2014년 12월 ‘환경피해구제법’을 제정했고, 법 제17조에 따른 환경책임보험 제도가 2016년 6월 시행되어 현재 4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5개 보험사 참여…보험료 평균 560만원
▲ 환경책임보험 제도가 시행된 지 4년째를 맞고 있다.
환경책임보험 제도 초기인 제1기(2016년 7월∼2019년 6월)에는 DB손해보험, NH손해보험, AIG손해보험 등 3개 손해보험사가 사업에 참여했다. 제2기(2019년 6월∼202년 5월)는 삼성화재, 현대해상이 추가돼 총 5개 보험사가 참여 중이다.

참여 보험사는 여러 보험사가 컨소시엄을 구성‧신청 후 공개경쟁을 통해 선정했고, 참여사별 책임지분은 컨소시엄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해 배분된다.

신광진 전문관은 사고 발생 확률은 낮지만 사고 시 피해가 큰 환경오염 피해의 특성을 고려해 다수의 보험사가 공동책임을 지는 방식(컨소시엄)으로 운영 중이라고 전한다.

“보험료는 평균 560만원/년 수준이나 보장한도는 사업장 규모에 따라 30∼300억원 수준이다. 그리고 참여보험사 중 대표보험사(DB손해보험)가 보험계약 체결 등의 사무를 도맡아 처리하고 있다. 이는 판매를 다원화할 경우 보험사별 전산 개발과 전담인력 등이 중복되어 보험료가 인상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보험 가입 대상은 피해구제법 제17조에 따라 특정 대기‧수질유해물질 배출시설, 지정폐기물 처리시설,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특정토양오염 관리대상시설, 해양시설 등을 설치‧운영하는 사업자다.

“매체별 가입보험료는 2018년 6월말 기준 화학분야가 전체 보험료의 51.6%, 수질분야 17.9%, 토양분야 15.9%, 대기분야 6.9%, 폐기물분야 6.1%, 해양분야 1.5% 순으로 차지하고 있다.”

1만3785곳 가입, 가입률 96.2%

▲ 96.2%의 가입률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는

신광진 전문관 

2019년 5월 기준 가입대상 사업장은 총 1만4337곳이다. “보험 가입 사업장은 1만3785곳으로 96.2%의 가입률을 보이고 있다”는 게 신광진 전문관의 설명이다.

보험료율은 ‘보험업법’에 따른 보험료 산출기관인 보험개발원이 개발, 금융감독원에 신고한 ‘참조순요율’에 보험사의 사업비와 이윤 등을 부가해 산정한다.

보험개발원은 보험료 산출 시 최근 10년간의 환경오염사고를 분석하고, 유럽의 화학물질안전기준을 참고해 국립환경과학원 등 전문기관의 자문을 거쳐 위험률을 산출했으며, 금융감독원의 승인을 거쳐 최종 확정하고 있다.

사업 초기 부정적→안정화 단계
“보험사들은 2016년 환경책임보험 출범 당시 사고 위험이 높다는 이유 등으로 환경책임보험 사업 참여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3년간의 사업이 안정됨에 따라 환경책임보험에 참여하려는 보험사가 많아졌다.”

사업장들은 제도 시행초기에 보험가입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와 보험료 산출 등에 혼란이 있었다. 허나 이제는 96.3%의 사업장이 환경책임보험에 가입하고 있을 정도로 안정화되어 있다는 게 신광진 전문관의 입장이다.

때문에 기존 참여 보험사 5곳 이외에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KB손해보험, 더케이손해보험 등이 2기 사업 당시 참여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참여 보험사는 보험금손해율이 140%를 초과하는 손해에 대해 환경부와 재보험사업 약정을 체결한다.

이는 140%를 초과하는 손해를 환경부가 책임져 주는 것이다. 그리고 환경산업기술원은 환경부의 재보험사업을 위탁받아 수행 중이며, 140∼180%에 달하는 초과 손해에 대한 재재보험을 따로 가입한다.

이외에 환경‧안전 관계법령에 따라 조업정지‧폐쇄명령을 받거나 고위험시설로 보험자가 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사업장의 인수에 대비한 보장계약 사업도 운영 중이다.

환경사고 11건, 보험금 59억 지급
“환경책임보험 시행 이래 그간 11건의 환경사고가 발생, 보험금 59억원이 지급됐다.” 신광진 전문관에 따르면 대표적인 보험금 지급 사례로는, 경주 A사업장에서 송유관 이설공사 중 송유관 손상사고가 발생해 기름 유출로 토양오염이 발생, 정화비용 등으로 보험금 35억원이 지급됐다.

인천의 B사업장에서는 폐산 저장탱크가 파열되면서 폐산이 외부로 유출되어 옆 공장에 피해가 발생, 대물피해 비용 8억원의 보험금이 지급됐다.

인천 C사업장의 경우에는 사업장 벙커C유 지하배관의 기름 유출로 토양오염이 발생, 정화비용으로 5억원의 보험금이 지급됐다.

오염물질 조작‧누락 사례 발생
▲ 오염물질 조작, 누락하는 사례 발생
“일부 사업장에서 보험료를 적게 내기 위해 인허가 받은 오염물질 등을 조작‧누락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인허가 받은 물질을 의도적으로 조작‧누락해 보험에 가입할 경우 보험사가 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더라도 구제할 방법이 없다.

이에 따라 보험료를 적게 내기 위해 환경책임보험에 부실가입 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장 위험평가를 통한 적정한 보험 가입을 유도할 계획이며, 사업장이 높은 위험의 유해물질을 낮은 위험물질로 대체하거나, 배출‧취급량을 줄이게 되면 보험료를 낮춰주고 있다는 게 신광진 전문관의 설명이다.

환경부는 또 무사고 사업장에 대한 보험료 할인과 환경법규 위반 사업장에 대한 할증 등 그간 나타난 보험료율의 문제점을 개선할 계획이다.

그리고 환경오염피해가 발생했음에도 피해자가 제도를 몰라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피해자를 적극 발굴하고, 보험제도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교육‧홍보 강화에도 나설 계획이다.

또한 환경오염사고의 사전 예방을 위해 보험사 사업비의 20% 이상을 사업장 위험평가 컨설팅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세계에서 독일‧한국만이 유일
▲ 세계에서 독일과 우리만 운영 중인 환경책임보험 제도
지난 2018년 4월부터 환경부에서 환경책임보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신광진 전문관. 그는 세계에서 독일과 우리나라만 운영하고 있는 의무보험으로서의 환경책임보험을 맡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듯하다.

“환경책임보험 제도 시행으로 기존과는 달리 환경오염사고 피해자에게 신속히 보험금이 지급될 때는 보람을 느끼며, 보험에 미가입한 물질로 인한 사고로 보험금 지급이 되지 않을 때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신광진 전문관은 환경책임보험 제도의 본래 기능인 환경오염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배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사업장의 보험 가입이 전제되어야 하는 만큼, 환경시설 인허가 담당기관에서 사업장에 대한 인허가시 보험가입 여부를 꼼꼼히 확인해 주길 주문했다.

그는 또 환경책임보험 갱신 시기가 매년 6월에 집중되는 만큼, 사업장이 6월 이전에 보험가입을 서둘러 진행해 적기에 보험에 가입될 수 있도록 협조해 주길 당부했다.

*용어설명
-참조순요율: 보험개발원이 보험회사의 경험통계 등을 바탕으로 보험종목별‧위험별 특성에 따른 위험률을 산출하거나 조정해 금융위원회에 신고한 순보험요율
-보험금손해율: 지급 보험금을 보험료로 나눈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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