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 정화와 생태 복원으로 살아나는 장항제련소 주변 습지생태계

글. 이창석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4-07-20 08:30:04
  • 글자크기
  • -
  • +
  • 인쇄

구 장항제련소 주변은 제련소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오염물질이 유출되어 토양에 포함된 비소, 카드뮴, 구리, 납, 니켈, 아연 함량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밝혀졌었다. 이에 정부는 2009년 7월 ‘구 장항제련소 주변 토양 오염 개선 종합대책’을 수립하여 오염된 토지를 매입하고 나아가 많은 비용을 투자해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고 그곳을 습지로 조성했다.

 

▲ 토양정화와 생태복원을 통해 살아나고 있는 장항제련소 습지생태계.

최근 장항제련소 주변 생태계를 조사해 본 결과 그간 노력에 대한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음을 확인했다. 

 

우선 식생을 조사해보니 수역에는 침수식물 말이 정착해 있고), 연이나 개구리밥도 보였다. 수역의 가장자리에는 새섬매자기, 부들, 나도겨풀, 큰잎부들 등이 군락을 이루어 정착했다. 이 생물들은 수역의 수질을 지켜내는 역할과 함께 야생생물의 먹이 공급, 피난처, 번식처 또는 그들의 후손을 키우는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1. 수역에 성립한 말군락
2. 부유식물 개구리밥이 수면을 덮고 있고, 그 사이로 노랑어리연꽃이 들어가 있으며 그 주변으로는 부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3. 수역 가장자리에 성립한 새섬매자기 군락.
4. 얕은 웅덩이에 새섬매자기가 군락을 이루고 있고 그 주변으로 부들 군락이 성립해 있다.
5. 수역에서 다소 먼 곳에 성립한 갈대 군락.
6. 수역에서 상대적으로 먼 곳에 성립한 산조풀 군락. 그 사이로 버드나무가 침입해 천이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수역을 벗어나면 수분구배에 따라 미나리, 골풀, 갈대, 산조풀, 물억새, 이삭사초 등이 각자 군락을 이루어 다른 식생 띠를 이루며 또 다른 야생생물의 먹이 공급과 보금자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로는 버드나무, 왕버들, 능수버들, 팽나무, 곰솔 등이 이입되며 천이의 진행까지 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정착한 다양한 식생은 생활의 과정에서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미 처리 과정을 거친 토양이지만 혹시라도 남아 있는 오염물질이 있다면 그것도 처리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한 효과가 있기 때문인지 현재 이곳은 다양한 생물들이 찾고 있다. 지난겨울에는 국제적인 멸종위기종 노랑부리저어새가 이곳을 찾은 적이 있고, 멸종위기 2급 큰고니는 이미 이곳을 찾는 단골손님이 되었다. 

 

▲ 겨울 진객으로 자리 잡은 큰고니와 큰기러기.

이곳을 찾는 동물은 조류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천덕꾸러기로 인식하는 경우도 많지만 국제적으로는 멸종위기종에 해당하는 고라니는 이곳의 터줏대감이 된지 오래다. 또 식생조사를 하다보면 그 바닥에는 게들이 널려 있다. 물가로 가보면 다양한 방개들이 나타나고 뻘 흙을 파다보면 드렁허리나 장어도 눈에 띈다. 물론 뱀도 종종 출현한다. 이러한 고차소비자들이 나타난다는 것은 이곳 습지생태계가 건전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눈에 띈다. 이곳 습지를 포함해 습지생태계는 수역생태계와 수변생태계가 조합된 복합생태계, 즉 경관(landscape)이다. 그러나 해당 분야 학문의 발달정도가 높지 않은 국내에서는 아직 이러한 인식이 자리 잡지 못해 습지에서 수변구역을 바르게 갖추고 있는 장소를 찾아보기 어렵다. 

 

▲ 습지 가장자리에 침입한 외래식물 달맞이꽃과 그 사이로 곰솔이 정착해 있다.

이곳 역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수역과 그 인근 구역은 복원 후 경과된 기간이 길지 않지만 생태적으로 거의 완벽하게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복원 당시 수변구역을 고려하지 않아 잘 정착한 수역생태계가 현재 외부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달맞이꽃, 아까시나무, 개망초 등과 같은 외래 식물이 다수 침입한 것은 이러한 수변식생이 부재한 데서 비롯된 결과다. 추후 진행될 2차 복원계획에서는 수변식생이 바르게 복원되어 이곳이 보다 안전한 생물다양성 보고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고대한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뉴스댓글 >

헤드라인

섹션별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오늘의 핫 이슈

ECO 뉴스

more

환경신문고

more

HOT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