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생태계 교란 생물 종 지정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

김명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9-09-09 00: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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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석 교수(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얼마 전 환경부는 환삼덩굴을 생태계 교란 생물종으로 지정한 바 있다. 그러나 그 결정은 환삼덩굴은 물론 그 식물이 사는 환경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신중한 재검토가 요구된다.


환삼덩굴은 장마철 홍수가 지나간 자리에 단골로 등장하는 식물이다. 또 하천에 가까운 장소로서 우리 인간의 간섭으로 맨땅을 드러내 놓으면 이곳에도 거의 단골로 등장하고, 농경폐기물을 버린 쓰레기 더미에도 자주 등장한다.


생태계는 어떤 장소에 어울려 사는 식물, 동물 그리고 미생물이 어울려 이루어 낸 생물집단과 그들이 사는 서식처가 조합된 것을 말한다. 교란은 생태계, 여러 종의 생물이 조합된 군집 또는 한 종의 생물이 이룬 집합체인 개체군의 구조를 파괴하고 그 환경을 변화시키는 사건, 생태계의 구조와 기능이 일상적인 변동범위를 벗어나게 하는 것 등으로 정의된다.

 

▲ 환삼덩굴(삼과에 속하는 덩굴성 일년생 초본식물).
앞서 언급하였듯이 환삼덩굴은 홍수로 인해 교란된 하천의 범람원에 들어와 교란된 강변생태계를 일시적으로 안정시키는데 기여하고 자신의 역할이 끝나면 다른 식물에게 그 자리를 물려주고 떠나는 전형적인 천이 초기 식물이다.

 

그러나 홍수 외에 다른 교란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 환삼덩굴은 그곳에 계속 머물며 그 생태계가 더 망가지는 것을 막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장을 방문해 보면 우리는 이처럼 환삼덩굴이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식물이 아니라 교란된 생태계를 회복시키는데 기여하는 식물 종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자연을 이루는 기본단위로서 생태계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각자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하고 그것을 통해 서로 도우며 살아가고 있다. 그 역할을 바르게 이해할 때 우리는 우리의 환경을 건전하게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체계를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면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것처럼 여러 가지 환경문제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어떤 지역 또는 장소에서 환삼덩굴이 과도하게 번성한다는 것은 환삼덩굴이 그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환경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더 망가질 우려가 있으니 그들이 나서 그것을 막아주고자 번성하는 것이다.

 

환삼덩굴 같은 일년생식물은 수명이 짧다. 따라서 그들이 침입한다고 해도 그 환경이 제대로 된 체계만 유지하고 있다면 그보다 수명이 길고 경쟁력이 있는 다른 식물에 밀려 곧 그 장소를 떠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식물을 생태계 교란종으로 잘못 인식하여 그들을 인위적으로 제거하면서 그 장소를 계속 교란시키면 그 식물은 그 장소에 더 오래 머물며 우리를 성가시게 할 것이다.

 

나아가 그보다 더 공격적이며 더 큰 문제를 야기하는 식물들로서 그들과 유사한 장소에 자라는 외래식물 가시박, 단풍잎돼지풀, 돼지풀, 미국쑥부쟁이, 양미역취 등이 침입하여 돌이키기 힘들 정도로 생태계를 파괴하고 우리 인간에게도 더 큰 피해를 유발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이런 경험을 한 바 있다. 아까시나무를 통해서다. 과거 과도한 이용으로 파괴된 산림을 복구하기 위해 도입된 아까시나무 조림지는 조림 후 더 이상 간섭을 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식물들이 이루는 숲으로 자연천이가 된다.

 

대체로 50년 이내에 그러한 천이가 완성된다. 그러나 우리는 이 숲을 빨리 바꾸어보려고 서두른 적이 있다. 그런 사업의 영향을 받지 않은 주변의 아까시나무 숲은 이미 우리나라 고유의 참나무 숲으로 바뀌어 있지만 현명하지 못한 인간의 간섭을 받은 아까시나무 숲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안에는 가중나무, 서양등골나무, 미국자리공 등까지 번성하며 그 자리를 외래종 천국으로 만들고 있다.


자연이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은 생태학자들에 의해 1세기 이상의 천이 연구를 통해 이미 밝혀진 바 있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자연의 과정에 맡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차선책은 자연의 과정에 대한 철저한 이해에 바탕을 둔 관리가 되어야 한다. 그 답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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