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김한결 기자] 원형을 유지해 석면 비산 우려가 없는 폐슬레이트를 인위적으로 파쇄한 뒤 시멘트와 혼합·고형화해 매립하는 처리방식을 둘러싸고 폐기물 업계의 문제 제기가 나왔다. 최근 대법원 판결에서 비산 우려가 없는 폐석면을 이중 포장해 매립한 행위의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은 만큼, 지방자치단체의 폐석면 처리 용역 발주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산업폐기물매립협회(회장 강경진)는 지난 11월 4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공문을 보내 비산 우려가 없는 원형 폐석면에 대한 불필요한 파쇄·고형화 공정을 배제하고, 이중 비닐포장 후 지정폐기물 매립시설에 직접 매립하도록 발주기준을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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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형 폐석면을 이중 포장하여 매립하는 현장 |
이번 논란은 한국석면안전협회와 A고형화업체 사이에 진행된 폐슬레이트 수집·운반·매립 용역 관련 법적 분쟁에서 비롯됐다. 고형화 처리 의무를 둘러싼 다툼에서 법원은 별도 고형화 없이 이중 비닐포장 후 수집·운반·매립한 행위의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한 판결이 지난 5월 29일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협회가 제시한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폐석면의 비산 가능성에 따라 처리방법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폐기물관리법」과 「석면안전관리법」에 따라 흩날릴 우려가 있는 폐석면은 고형화가 필요하지만, 비산 우려가 없는 폐석면은 고형화 절차 없이 이중 비닐로 포장해 매립할 수 있다는 취지다.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별표 5 역시 석면 분진·부스러기 등 흩날릴 우려가 있는 폐석면과 이미 고형화돼 비산 우려가 없는 폐석면의 처리기준을 구분하고 있다. 비산 우려가 없는 폐석면은 적정하게 포장해 지정폐기물 매립시설에 매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협회는 원형 폐슬레이트를 파쇄하면 기존의 고형 상태가 훼손돼 석면 분진과 부스러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중 포장 후 매립할 수 있는 폐기물을 굳이 파쇄한 뒤 시멘트와 다시 혼합·고형화하는 과정은 불필요한 비산 위험과 처리공정을 추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국 지자체의 발주 관행이 일관되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협회는 연간 약 14만 톤에 달하는 폐석면 처리 물량을 고려할 때, 동일한 원형 폐슬레이트에 대해 지자체별로 직매립 허용 여부와 파쇄·고형화 요구조건이 다르면 처리 현장의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법령상 직매립이 가능한 폐석면에 중간처리를 의무화하거나 적법한 매립업체의 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협회는 전국 지자체에 ▲비산 우려가 없는 원형 폐석면의 이중포장 후 직매립 반영 ▲불필요한 파쇄·고형화 공정 배제 ▲적법한 매립업체의 입찰 참가자격 보장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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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쇄된 폐석면을 고형화하는 현장 |
협회 관계자는 “멀쩡한 폐슬레이트를 일부러 깨뜨려 다시 굳히는 반환경적인 처리방식을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며 “대법원 판결 확정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파쇄·고형화 공정을 강제하거나 적법한 매립업체를 배제하는 사례가 발생하면 관계기관에 시정을 요구하고 필요한 법적 대응에도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판결의 취지는 모든 폐석면의 고형화 처리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폐석면의 성상과 비산 가능성에 따라 적법한 처리방법을 구분하는 데 있다. 실제 처리 현장에서는 폐기물의 상태와 법령상 처리기준을 확인해 적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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