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쏟아져도 건조해지는 강

세계 하천 유역 면적 36%에서 평년보다 적은 유량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10-15 11: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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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비가 많이 내리면 물 부족은 해결될까. 2025년 세계의 물 사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는 집중호우와 홍수가 잇따랐지만, 중동과 중앙아시아, 북미와 남미의 여러 유역에서는 강물이 평년보다 적게 흘렀다. 저수지 유입량이 늘어도 저장량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지역도 있었다. 비가 내린 시기와 장소, 땅에 스며든 양과 사람이 끌어 쓴 양에 따라 물 사정은 달라졌다. 세계기상기구(WMO)가 발간한 『2025 세계 수자원 현황(State of Global Water Resources 2025)』은 강과 저수지, 지하수, 토양, 빙하를 함께 살펴야 물 위기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보고서는 2025년의 물 상태와 함께 2021~2025년 반복된 변화를 분석했다. 홍수와 가뭄이 같은 해 발생한다는 사실뿐 아니라 강물과 땅속 물 저장량이 여러 해에 걸쳐 정상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세계 하천 유역 36%에서 평년보다 적은 유량

WMO의 수문 모형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세계 하천 유역 면적의 약 36%에서 연간 유량이 평년보다 적었다. 평년 범위에 든 면적은 36%, 평년보다 유량이 많은 면적은 21%였다. 나머지 약 7%는 모형 해상도의 한계로 분석에서 제외됐다. WMO는 2025년을 전반적으로 하천 유량이 적었던 해이자, 1991~2025년의 35년 가운데 가장 건조한 축에 드는 해로 평가했다. 

▲가뭄으로 갈라진 땅(출처 flickr)

36%는 전 세계 강의 36%가 말랐다는 뜻이 아니라 유역 면적의 비율이다. 보고서의 ‘평년’도 단순한 평균값이 아닌 과거 자료의 25~75백분위 범위를 뜻한다. 강수량이 비슷해도 비가 짧은 기간에 집중되거나 눈이 녹는 시기가 달라지면 하천의 흐름은 크게 바뀔 수 있다.
 

지역별 편차도 뚜렷했다. 중동과 중앙아시아, 동유럽의 여러 유역, 북미 상당 지역과 남미 라플라타강·상프란시스쿠강 유역에서는 유량이 평년보다 적었다. 반면 남아시아·동아시아·동남아시아의 주요 유역과 아프리카 일부에서는 평년보다 많았다. 아프리카에서도 세네갈강·니제르강은 유량이 많은 편이었지만 나일강·콩고강·잠베지강은 매우 적은 편에 속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편차의 반복이다. 세계 하천 유역 중 유량이 평년 범위에 속한 면적은 최근 7년간 매년 34~38%에 그쳐, 비교 기준인 1991~2020년 평균 46%를 밑돌았다. 아마존강과 라플라타강 유역, 북미 일부, 중앙·동아프리카, 중앙아시아와 중동에서는 지난 5년 사이 적은 유량이 반복됐다. 다만 WMO는 최근 7~10년의 변화를 확정적인 장기 추세로 판단하기에는 관찰 기간이 짧다고 설명했다.

큰비가 내려도 땅속 물은 회복되지 않을 수 있어

위성 중력 관측 등을 활용해 분석한 육상 물 저장량은 눈과 얼음, 하천과 호수, 토양 수분과 지하수를 아우른다. WMO는 2014~2016년 무렵부터 평년보다 저장량이 적은 면적이 확대되는 양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미국 남서부, 파타고니아와 안데스 일부, 갠지스강·인더스강 상류, 북아프리카와 중동, 중앙아시아, 중국 동부에서는 2021~2025년 낮은 저장량이 반복됐다. 


강은 최근의 비와 눈 녹은 물에 비교적 빠르게 반응하지만, 지하수와 토양 수분의 변화는 더 느리게 드러난다. 큰비로 강 수위가 높아졌다고 수년간 줄어든 땅속 물까지 회복됐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취수와 저수지 운영, 토지 이용도 물의 흐름에 영향을 준다.

2025년 지하수 자료를 확보한 관측지점의 65%는 해당 지역의 평년 범위를 벗어났다. 34%는 수위가 낮았고 31%는 높았다. 수위가 낮은 지점의 비율은 2024년 25%에서 2025년 34%로 증가했다. 중·동유럽, 미국 중부, 멕시코와 칠레 일부, 인도 북서부와 호주 남부 등에서는 여러 해에 걸친 낮은 지하수위가 확인됐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과도한 취수가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는 전 세계 지하수의 34%가 고갈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료가 제공된 관측지점의 비율이며, 수위 저하와 대수층에 저장된 물의 총량 감소도 구분해야 한다. 그러나 가뭄을 지하수 취수로 버티는 방식이 반복되면 다음 가뭄에 대응할 여력은 줄어들 수 있다.
 

저수지에서도 유입량과 저장량은 일치하지 않았다.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일부 저수지에는 평년보다 많은 물이 들어왔지만 저장량은 정상 범위이거나 오히려 낮았다. WMO는 저수지 운영과 취수량, 유입 시기의 차이가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얼마나 많은 물이 들어왔는지만큼 언제 들어와 언제 쓰였는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사라지는 빙하…일시적 유량 증가 뒤 물 부족 우려

높은 산의 빙하는 물 부족기에 하류로 물을 공급하는 자연 저장고다. 그러나 그 저장고 자체가 줄고 있다. WMO에 따르면 2025년 수문연도에 세계 빙하는 408±132기가톤(Gt)의 질량을 잃었다. 해수면을 약 1.1±0.4㎜ 높이는 데 해당하는 규모다. 2023~2025년 누적 손실은 약 1400기가톤으로 집계됐다. 2025년은 세계의 모든 주요 빙하 지역에서 질량 감소가 나타난 네 번째 연속 연도였다.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 일시적으로 하천 유량이 늘 수 있지만, 빙하가 계속 줄면 녹아 흘러내리는 물의 양도 결국 감소한다. WMO는 유럽 알프스와 코카서스, 북미 서부 등 소규모 빙하가 많은 일부 지역이 이미 여름철 융빙수 공급의 정점을 지났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빙하 손실은 해수면 상승에 그치지 않는다. 계절별 유량 변화는 하류의 농업용수와 생활용수, 수력발전 계획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빙하가 녹아 형성된 호수의 불안정성까지 고려하면 산악 지역의 물 변화는 유역 전체의 재난 관리 문제로 이어진다.

홍수 피해 키우는 배수시설과 토지 이용

2025년에는 물 부족과 함께 대형 홍수도 이어졌다. WMO는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열대저기압과 강한 몬순 강수가 겹치며 스리랑카, 파키스탄,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에서 3600명 넘게 숨졌다고 집계했다. 파키스탄의 몬순 홍수 사망자는 1000명을 넘었고, 스리랑카의 사이클론에 따른 직접적인 물적 피해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4%로 추산됐다.
 

피해 규모는 비의 양만으로 결정되지 않았다. 230명 넘게 숨진 나이지리아 모크와 지역에서는 철도 제방과 부족한 배수시설이 물길을 가로막고, 과거 범람원에 들어선 정착지가 피해를 키웠다. 도로·철도 설계와 배수시설, 토지 이용이 홍수 위험을 함께 좌우한 사례다.
 

WMO가 재난자료를 집계한 결과 2021~2025년 세계적으로 약 1500건의 물 관련 극한사건이 보고됐고, 적어도 6만2500명이 숨졌다.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기록된 사건의 절반 가까이, 관련 사망자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다만 가뭄에 따른 식량 부족처럼 사망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운 피해와 통계가 부족한 나라의 경제적 손실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실제 피해는 더 클 수 있다.

한국 하천 수온 상승 신호, 관측 확대 필요

보고서에는 한국의 하천 수온 자료도 포함됐다. WMO는 자료를 확보한 한국 관측지점 다수에서 2025년 연평균 수온이 평년보다 높거나 매우 높았다고 밝혔다. 수온 상승은 물에 녹을 수 있는 산소량을 줄이고 수생생물의 성장·번식 조건을 바꿀 수 있다. 그렇기에 유기물 분해와 오염물질·병원체의 거동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수질과 생태계 관리에서 함께 살펴봐야 한다. 


다만 한국의 분석 대상은 관측지점 7곳이며, 비교 기준기간도 2014~2023년으로 세계 하천 유량 분석의 장기 기준기간과 다르다. 이를 한국의 모든 하천에서 수온이 상승했다는 결론으로 확대하기는 어렵다. 어느 유역과 계절에서 변화가 나타났는지 국내 관측망 자료를 추가로 대조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으로도 관측망의 격차는 크다. 보고서에 활용된 현장 하천 유량 관측자료는 2021년 7개국 14개 지점에서 2025년 52개국 3115개 지점으로 늘었다. 그러나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관측지점은 전체의 약 7%에 그쳤다. 피해가 집중된 지역에서 물의 움직임을 확인할 현장 자료가 부족한 상황이다.
 

WMO 보고서는 같은 지역에서도 강물·지하수·저수지의 상태가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물 위기에 대비하려면 연간 강수량과 댐 저수율에 더해 유역별 하천 유량, 지하수, 토양 수분, 수온과 재난 피해를 함께 살펴야 한다. 한국 역시 하천 수온 변화가 수질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집중호우로 확보한 물이 가뭄기에 얼마나 남는지를 촘촘한 관측자료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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