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소 회수건조기 득인가? 실인가?

명확한 실태파악과 합리적 정책방안 절실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3-05-06 11:5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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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디어= 김한결 기자] 세탁소에서 배출되는 휘발성유기화학물(VOCs)이 인체 및 환경에 해롭다는 지적이 지난 2003~2004년 국감에서 제기됨에 따라 정부는 2005년 세탁업자가 석유계 용제를 사용하는 경우 회수건조기가 부착된 세탁용 기계를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 및 공포했다.

VOCs는 대기중에 휘발돼 악취나 오존을 발생시키는 탄화수소화합물로서, 피부접촉이나 호흡기 흡입을 통해 신경계에 장애를 일으키는 발암물질이다. 호흡기로 노출될 경우 중추신경계 억압, 간·신장 손상, 기억력 손상, 혼동, 어지러움과 두통, 눈·코·기도 자극 등의 증상을 나타낼 수 있으며, 피부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피부가 마르고, 갈라지거나 인설이 생기는 피부염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에 장기간 노출돼 있는 세탁업자와 인근주민, 환경보호 등을 이유로 회수건조기를 의무화 하였는데 시행한 지 약 7년 만에 정부규제완화 방침에 의거 30kg 이상인 세탁용 기계의 경우에만 회수건조기를 설치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회수건조기로 인한 세탁업계의 변화
회수건조기는 일체형과 분리형으로 구분할수 있는데, 의무화 당시 회수건조기는 대부분 기존의 건조기에다 용제회수기를 부착(탑재)하여 운영하는 분리형 회수건조기였다. 엄밀히 따지자면 회수건조기란 하나의 기계에서 건조와 용제회수가 이뤄지는 것인데, 의무화 당시 안전기준이 정립되지 않아 비교적 제작하기 쉽고 가격이 싼 용제회수기가 시장에 많이 나왔다. 세탁업은 IMF 이후 많은 사람들이 자영업으로 선택한 직종으로서 2008년에는 전국에 3만 3,233개소가 있을 만큼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세탁업계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용제회수기는 냉동공조 관련기술만 있으면 쉽게 만들 수 있고 명확한 안전기준이 명시돼 있지 않다 보니 단기간에 많은 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었다”며, “결국 설치 의무화 이전보다 사고가 3배가량 늘어났다”라고 강조했다.

세탁업계 종사하는 대부분이 소상공인이라 가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는 회수건조기를 설치하기에는 여러모로 무리가 따른다. 일체형 회수건조기는 여러 가지의 안전장치장착으로 안전하고 건조도 잘되며 견고성과 편리성, 높은 용제회수율 등 제품에 대한 신뢰성은 높으나 가격이 800만~1,000만 원으로 높아 세탁업자들이 사용하기에는 큰 무리가 따랐다.

그래서 150만~300만 원하는 저렴한 가격의 용제회수기를 선호했다. 그러나 용제회수기마저도 한 대를 추가하려면 전기증설비용, 보일러비용 등 다른 부가적 비용이 들어서 많게는 1,0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 곳도 있었지만 정부는 변변한 지원 대책조차 없었다.

시간이 흐르고 용제회수기로 인한 세탁소의 폭발사고가 잦아지고 재산 및 인명피해로 언론의 이슈화가 되자 보건복지부는 시민들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2012년 11월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건조용량 30kg 이상)을 개정하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30kg 이상이라고 하지만 그 정도 처리하는 세탁소는 전국에 100개소도 안된다며 실질적인 폐지나 마찬가지다”라고 밝혔다.

폭발사고 위험 방지 및 안전 담보돼야
많은 세탁소들이 경제적인 부담을 갖고 회수건조기를 설치하였지만 오히려 폭발(화재)사고의 원인으로 밝혀짐에따라 비의무화로 법이 개정되면서 이미 회수건조기가 설치된 세탁소는 사용을 안 하자니 아깝고, 사용하자니 불안해서 사용을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여러 회수건조기 제조사가 타격을 입고 발을 빼는 바람에 A/S도 안돼서 노후한 장비를 계속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세탁업자들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1심 결과 20%는 국가의 책임이 있다고 나왔다. 회수건조기 사태의 중심에 있는 보건복지부는 “회수건조기 관련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라며 골머리를 싸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세탁업 전문가는 “안전관리기준이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법을 시행했기 때문에 현 상황에 이르러서야 큰 문제와 이슈가 되었다”라고 말하며 “과거 산업통상자원부 기술표준원에 안전기준 마련에 대해 요청했지만(2006. 8월, 2007. 8월, 2007. 12월, 2008. 6월) 전기용품안전관리법에 의한 안전인증대상이 아니며, 회수율·유기화합물배출정도 미비 등으로 안전기준 마련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덧붙였다. 기술표준원은 올해 2월 22일 뒤늦게 ‘전기용품안전 관리법 및 품질경영 및 공산품 안전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회수건조기를 안전관리 대상품목으로 지정했다.

유명 회수건조기 제조업체 관계자는 “폭발사고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제조사, 소비자, 정부 모두에게 잘못이 있다”라고 말하며 “첫 단추가 잘 못 끼워졌다. 보건복지부가 아닌 환경부가 주도해서 주유소와 마찬가지로 정부지원이 병행됐어야 하지만, 회수건조기 경우는 일방적인 통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세탁업자, 제조업자, 세탁소 인근 주민들까지 피해자가 속출하게 된 것이다”라며 비판했다.

반면, 환경부는 기존부터 “대기환경기준을 초과하여 대기질 개선이 필요한 대기환경규제지역 및 특별대책지역 내에서 발생되는 VOCs 발생을 억제하고자 일정규모(30kg 이상)의 세탁시설을 배출시설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며 현 사태에 대해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환경·건강·자원 지킴이가 될 것인가?
세탁소에서 배출되는 유기성화학물질의 대부분은 드라이클리닝 과정 중 유기용제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된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 2009년도 세탁시설 용제 사용량을 토대로 휘발성유기화합물 배출량을 조사한 결과 연간 약 2만 3,000톤이 배출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체 휘발성유기화합물 배출량(연간 약 85만 2,000톤)의 2.7%를 차지한다고 나와 있다.

회수건조기의 용제회수율은 80~90%까지 할 수 있어 전국의 세탁소에서 회수기를 설치하면 종사자와 국민의 건강과 대기환경오염을 막으면서 매년 약 816억 원어치의 솔벤트를 재활용하여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면 원유수입량과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성범 세탁업중앙회 사무총장은 회수건조기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전제조건에 대해서 “명확한 안전기준 마련과 제조한 기계에 대한 충분한 검증기간을 가지고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용제회수기+건조기가 아닌 일체형 회수건조기가 사용되어야 하며, 한 대당 약 800만~1,000만 원 비용의 회수건조기를 감당할 여력이 안 되는 영세한 세탁업자들에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국가의 법규정 졸속시행 책임은 분명히 있지만 과오를 발판삼아 더 이상의 피해자가 속출하지 않도록 더욱 명확한 안전기준마련과 제도를 통해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고 제품의 신뢰를 얻어 환경과 건강, 자원을 지키며 더욱 발전되는 세탁업계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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