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요금은 택배사업이 부흥하기 이전보다 현저히 감소했다. 실제로 2000년 택배 1개당 3,500원이었던 평균단가는 10여 년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며, 현재 2,506원(작년 기준)에 달하고 있다. 택배산업이 발달하고 물가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10여 년 사이 평균단가는 약 1,000원이나 떨어진 것이다.
이러한 택배단가 하락은 그동안 택배기사에게 돌아가는 수수료 감소로 이어져 왔다. 택배기사의 과다한 업무량에 비해 충분한 수수료 지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개당 단가가 3,500원이었을 당시 택배기사가 택배 1개를 배달할 경우 약 1,200원의 수수료가 지급됐지만, 현재는 택배 1개당 수수료가 700~800원 수준이다. 때문에 업체는 기존의 수익을 맞추기 위해 배달량을 계속해서 늘려왔고, 택배기사 1명당 배달하는 평균 물량은 기존 약 100개에서 약 150개~200개로 증가했지만, 적정 대가는 지불되지 않아 일한 지 한 달도 안 돼 이탈하는 택배기사가 속출하고 있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택배기사들이 업무에 비해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단가가 현저히 하락한 상황에서 업체가 기사에게 수수료를 더 지급할 경우 서비스 자체를 유지하기 어렵다. 떨어진 단가가 고스란히 택배기사와 같은 현장 노동자의 임금저하 등 열악한 처우로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물량에 따라 인센티브 책정돼 업무 과중
대다수 택배업체가 직영체제로 운영되기 힘든 구조라는 문제점도 존재한다. 택배업은 기본적으로 ‘네트워크 싸움’이다. 택배 본사는 전국적인 망을 유지하기 위해 각 지역별로 거점을 마련하고 고객들이 제품을 받아 볼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이 경우 지역별로 영업소, 대리점과의 계약을 통해 택배화물을 주고받는데 각 지역에서 배송을 담당하는 주체가 바로 대리점의 택배기사들이다. 즉 본사가 택배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각 구역에 적정한 택배기사의 수요를 측정·판단하여 대리점을 구축하고 서비스계약을 체결하면, 대리점은 기사를 뽑아 운영하게 된다.
그런데 만약 택배업이 직영체제로 운영될 경우 택배기사의 물량에 관계없이 같은 수수료를 받게 되어 택배사에 굉장한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렇다 보니 택배사 대부분은 하루 택배물량에 따라 인센티브를 책정하고 있어 업무량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화주 유치 둘러싼 업체 간 경쟁이 택배단가 하락으로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다수의 택배업체는 서비스 향상을 위해 단가 인상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단가운용은 아직까지 각 업체의 영업적 판단에 따라 접근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한편 택배업계 매출 1위인 ‘CJ대한통운’과 2위인 ‘CJ GLS’가 통합됨에 따라 운임료가 일정 부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거점을 늘려 통합운영 시스템을 효율화함에 따라 운임 인상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말까지 수익을 40%이상 가져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협회 및 택배업체 관계자들간 합의를 통해 전체적으로 단가 상승을 도모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는 택배업체 간 과열경쟁에 의한 ‘눈치 보기’ 때문이다. 현재 기업물량은 택배물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기업물량은 유통계약으로 이뤄지고 있어 택배 단가 인상을 위해 화주와의 사전협의가 필요하다. 문제는 가격인상을 요구했을 때 쉽사리 단가를 올려주는 화주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A택배업체의 관계자는 “택배단가를 올릴 수 있는 것은 유통계약의 끈을 쥐고 있는 고객사”라며 “본사도 과거부터 계속 고객사와의 협의를 통해 단가를 올리려고 노력해 왔지만 쉽지 않았다. 고객사 대부분이 가격을 올릴 경우 타 업체와 계약하겠다는 반응”이라며 요금 인상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택배업계 “처우개선 위한 택배법 마련 절실”
택배업은 발전적인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20년간 ‘자생적’으로 발전해왔다. 이에 택배업계는 종사자의 처우개선을 위한 택배법 신설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택배환경을 개선하고 택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정부는 택배 서비스의 공공재 성격을 반영하여 일정 가격 이하로는 거래할 수 없도록 택배표준운임 가이드라인 마련과 같은 택배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하지만 정부는 택배 관련 제도에 대해 구체적인 결정사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물류산업과의 한 관계자는 “시장상황 등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하여 별도의 택배 관련 법령제정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안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부는 현재 택배요금에 대해 자율 요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택배요금을 일정하게 지정하는 것이 자칫 시장의 과도한 개입으로 시장 왜곡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세부적인 내용의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부분이 있지만, 시장경제의 원칙을 고려했을 때 바람직한지 여부는 아직 세심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자가용 차량 운영도 어려워져
한편 국토부는 작년 4월 택배 화물차 1만 3,500대를 신규 합법차량으로 허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카파라치 제도(자가용 택배 차량 신고포상제)’시행을 예고함에 따라 택배업계가 택배기사 단체 파업을 강행하겠다고 강력히 반발하자 취한 조치다.
택배업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택배물량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2004년부터 영업용 차량 증차를 허가해주지 않음에 따라 차량의 절반가량을 무허가 자가용 택배차를 운행해왔다. 카파라치 제도는 이런 자가용 택배 차량 단속을 위해 신고포상금과 벌금을 정한 제도이다.
그러나 택배업계는 이번 택배차량 증차는 일시적인 해결책으로 시장 규모에 비해 차량이 턱없이 부족한 데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택배업계의 한 관계자는 “합법화 전환 차량 외에 비 허가 자가용 차량 수는 약 4,000대에 달한다. 이를 허가하지 않을 시 자가용 차량 택배업자들은 현실적으로 서비스를 운영할 수 없게 된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택배 증차에 있어 객관적 기준으로 차량수급 필요량을 검토해 나갈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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