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시작이 참 요란하다. 그 동안 소위 좌파정권에게 빼앗겼던 ‘잃어버린 10년’의 분풀이라도 하듯이 ‘경제발전을 위한 규제개혁’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각종 ‘전봇대’를 뽑느라 정신이 없다. 입시제도가 또 어떻게 바뀔 것인지, ‘0교시 수업’에 ‘우열반 편성’까지 교육제도가 들썩이고 있다. 총선거에 맞춰서 각종 개발공약과 뉴타운 공약은 표심을 흔들었다. 운하사업에 국운이 걸려있다는 심한 허풍까지 떨어가며-운하사업이 진행되면 국토가 잘리고 생태계가 파괴되니 국운이 걸려있다는 말이 그리 틀린 것은 아니다-개발 사업에 목매달고 있다. 거기에다가 한미정상회담에 맞춰서 아프가니스탄 추가파병,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 한미 FTA까지 미국에게 잘 보이기 위한 선물보따리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러는 동안 한미 쇠고기 협상은 타결이 되었다. 미국 내의 검역시스템이 불안하다는 검역전문가들의 이야기도, 한국과 미국의 식습관이 다르기 때문에 뼈 있는 쇠고기 수입은 문제가 있다는 식품전문가의 이야기도, 국내 축산농가에 대한 대책마련 없이는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할 수 없다는 농민들의 절규도, 경제제일주의와 ‘실용’과 ‘실리’라는 목소리에 묻혀버렸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00년, 2003년이 이어 전국을 휩쓸고 있는 조류독감은 그 어느 때 보다 확산속도가 빠르다. 매번 이런 사고가 터지면 이어지는 닭고기 시식행사가 이번에도 열리고 있지만, 시민들의 우려의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더구나 조류독감 발생 초기에 정부 방역 당국의 안이한 대응이 조류독감 전국 확산을 가중시켰다는 지적도 있다. 대통령이 나서서 식품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약속하고 있지만, 그 말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지 식품관련 정부부처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는 이미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낮아져있다. 아무리 과학적인 자료를 들먹이면서 잘하고 있다. 안전하다, 문제없다 이야기를 해도 안심이 안 된다. 아니 믿을 수가 없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이 문제를 풀어야하는가.
--------------------------------------------------------------------------
식품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과 우려는 정부당국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식품을 생산, 판매, 유통하고 있는 식품업체를 향한 눈초리도 곱지 못하다. 가공식품에 각종 이물질(생쥐머리, 칼날 등)이 들어가는 식품위생사고는 너무 자주 벌어지는 일이다 보니 놀랍지도 않다. 그저 욕만 나올 뿐이다. 오죽하면 식품위생사고를 찾아다니며 고발하는 파파라치도 등장했을까. 수입식품에 대한 검역은 불안하기만 하고, 식품포장용기는 안전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식품표시제도가 있다고 하지만 정작 시민들이 궁금한 내용을 속 시원하게 풀어주지 못한다. 환경호르몬, 농약, 식중독, 미생물 중독, 나노, GMO, 방사선조사식품 용어도 어렵고 이해도 쉽지 않다. 더구나 시민이 원하지 않은 식품위해물질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 많다. 그래서 불안하다. 우리들의 식탁은 행복하지 않다.
올해 3월, 옥수수로 전분을 만들어서 과자나 음료수, 아이스크림에 단맛을 내는 당을 생산하는 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전분당협회’에서 시민들의 식탁안전을 위협하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국제곡물가격이 올랐고, Non-GM 옥수수를 수입하지 못해서 올해 5월부터는 유전자가 조작된 옥수수를 수입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시민, 소비자단체에서는 즉각 이에 대해서 반대의사를 밝혔다. 이들의 주장은 식품으로서 안전성 논란이 있는 유전자조작 옥수수를 수입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고, 더구나 유전자조작식품을 구분하기 위해 마련된 유전자조작식품 표시제가 부실한 상황에서는 소비자의 선택권과 알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전자조작 옥수수 수입을 반대했다. 이러한 시민단체의 우려와 반대의사에 대해서 한국전분당협회 소속 식품기업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업체들은 지금 수입하려는 유전자조작 옥수수는 한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심사가 끝나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들이고, 국제 곡물가격 상승 등으로 유전자조작 옥수수 수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이야기만을 되풀이 했다.
그림 . 서울환경연합의 GM옥수수 수입철회요구에 대한 업체 답변 공문 중 발췌
(그림 1 참조)
“유전자조작식품은 이미 우리 식탁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한 문장은 여러 가지로 해석이 된다. 유전자조작식품을 찬성하고 개발하는 측에서는 이미 많은 부분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반대하고 우려하는 측에서는 많은 부분이 소비자들이 모르는 채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표시제를 강화해서 선택권과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전자조작식품을 찬성하는 측의 주장을 좀 더 들어보면 유전자조작농산물은 생산성이 높아서 식량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고, 제초제나 살충제 같은 농약의 사용량은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에서 유전자조작농산물을 개발하고 지지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한 대학교수는 각종 언론기고와 인터뷰 등을 통해서 “우리나라가 농산물을 주로 수입하는 미국은 이미 콩의 90%, 옥수수 75%가 유전자조작이고 이것을 아무런 표시도 없이 식품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하는 교수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콩과 옥수수가 주로 수출되거나 그들이 즐겨먹는 육류 생산을 위한 사료용으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일까? 또한 미국 내에서도 소비자들은 표시제를 원하고 있고 주 정부나 작은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실시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기업과 기업의 재정지원을 받는 연구기관과 정치인들의 로비 때문에 연방정부 차원으로 표시제 시행이 어렵다는 사실, 하지만 비타민 등 영양성분이 첨가된 유전자조작식품을 개발하면서 광고효과를 위해 기업에서도 표시제의 필요성을 슬며시 제기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을까?
유전자조작농산물 세계적인 현황
미국과 캐나다의 과학재단과 생명공학기업들이 유전자조작농산물의 홍보를 위해서 설립한 ‘농업생명공학 응용을 위한 국제서비스(ISAAA : International Service for the Acquition of Agri-biothech Applications)'에서는 각 종 자료를 통해서 유전자조작농산물의 재배면적이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2006년 현재 1억 200만ha에 달하고 있으며 이는 매년 10% 이상의 증가추세를 보이는 것이라는 호들갑을 떤다. 그러나 그들이 발표하는 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과연 이 유전자조작농산물의 개발과 생산이 누구에게 이득이 되는지, 즉 개발하는 업체에서 주장하는 대로 세계의 기아문제 해결과 환경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 농산물수출국가와 이들 뒤에 버티고 있는 다국적 생명공학 회사들에게만 이득이 돌아가는 것인지 분명해진다. 1억 200만ha라는 유전자조작농산물 재배면적 중 50%는 미국이라는 한 국가에서 생산된다. 그 뒤를 아르헨티나, 브라질, 캐나다 등에서 생산하고 있다. ISAAA의 자료에서는 22개 국가에서 유전자조작농산물을 심고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생산되는 농산물이 자국의 전체 농산물 생산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는 미국, 아르헨티나
그림 . 주요 농산물 생산국의 유전자조작농산물과 총 농산물 생산량 비교(지구의 벗. 2007)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일부 국가에 지나지 않는다. (그림 2 참조)
결국 일부 국가에서 내수용이 아닌 수출을 위한 특히 사료용과 최근 들어서 급증하는 바이오연료용 작물들의 재배면적 증가를 유전자조작농산물이 우수하거나 안전성이 입증되어서 재배되고 있다는 것으로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세계에서 재배되고 있는 전체 유전자조작농산물은 콩, 옥수수, 면화, 유채 등 사료나 기름을 뽑아낼 수 있는 작물이 대부분을 차지고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잘 볼 수 있다. 또한 제초제내성을 가진 유전자조작농산물이 전체에서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유전자조작농산물 개발 찬성 측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제초제 등 농약 사용이 감소할 것이라는 주장 역시 거짓으로 밝혀지고 있다.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라는 세계적인 환경단체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콩 한 종류에서만 해도 1994년에 비교해서 2006년에는 19배나 많은 제초제가 사용되었다 밝혔다. 또한 환경단체들은 식량생산의 증가와 유전자조작농산물의 사용은 전혀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세계의 기아문제는 생산의 문제가 아니라 분배에 대한 시스템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이들의 주장은 최근 국제적인 곡물가격 상승이 과거처럼 곡물 생산량이 줄어들어서 발생하는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공급되는 물량이 증가함에도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 : 농업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 시대에 더욱 설득력이 있다.
유전자조작농산물 한국 상황
한국에 유전자조작옥수수가 수입된다는 소식에 시민들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 보급하고 싶은 농민단체와 생활협동조합,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를 위해서 활동하는 소비자단체, 유전자조작식품의 인체․환경위해성을 우려하는 환경단체, 열악한 우리나라의 농업을 살리고 회복시키기를 바라는 시민단체 등 전국 200 여개의 단체들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유전자조작 옥수수 수입반대 국민연대”라는 한시적인 모임을 만들어서 5월에 수입되는 유전자조작 옥수수가 우리 식탁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하는 활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대는 지난 3월부터 각 단체 회원들에게 한국의 유전자조작농산물 수입현황을 알렸고, 정부부처와 식품업체들에게 유전자조작옥수수 수입계획을 철회할 것을 주장했다. 홈페이지와 이메일 통해서 “유전자조작 옥수수 수입을 반대하는 100만인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고, 지금도 길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유전자조작식품의 문제를 알리고 있다.
국민연대의 주장은 단호하고 명확하다. 첫째 식품업체가 유전자조작옥수수 수입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안전성이 의심스럽고, 소비자가 거부한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원하지 않은 원료로 식품을 생산할 경우에는 제품 불매운동 같은 직접적인 행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둘째 최소한 소비자의 선택권과 알권리를 위해서 현행 유전자조작식품과 농산물의 표시제를 대폭 강화하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로 수입되고 있는 대부분의 유전자조작농산물들은 식용유와 간장에 사용되고 있고, 수입할 예정인 옥수수는 전분당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현행 표시제에서는 유전자조작이라고 표시할 의무가 없다. 그 이유는 한국의 표시제가 최종 산물에 DNA가 검출되느냐 여부로 표시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유럽처럼 원료를 추적확인해서 표시하는 방법으로 가야한다. 셋째 정부가 유전자조작농산물과 식품 수입을 금지하는 것이다. 서구 선진국들과 식습관도 다르고 생태환경도 다른 상황에서 안전성이 불확실한 유전자조작농산물과 식품의 수입은 국민을 안전과 건강권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민연대의 주장을 정부당국과 식품기업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다국적 생명공학회사들과 주요 농산물수출국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식품과 농산물 등 먹을거리는 그 어떤 정치적, 경제적인 논리보다도 안전하고 믿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정부나 생명공학기업에서는 시민들이 과학적인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불필요한 우려를 하고 있다고 야기하지만, 인류는 역사라는 경험을 통해서 많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을 봐왔다. 더구나 현재 과학기술의 한계와 과학기술의 불확실성이 우리가 매일 먹어야하는 식품에 적용된 유전자조작식품을 맘 편하게 먹고, 우리의 아이들에게 먹일 수 있는 시민은 없다. 유전자조작농산물은 우리의 식탁을 불안하고 불행하게 만든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