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빛, 소리' 공해다

光·音공해 時代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05-12-22 17: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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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말 오후 9시 서울 남산타워 전망대. 팔짱을 낀 연인들이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한강 이남을 바라보고 있다. 밤을 수놓은 형형색색의 불빛이 크리스털처럼 펼쳐지자 여기저기서 ‘와~’하는 탄성이 터진다. 한강을 가로지르는 16개 다리는 밤마다 몸단장을 다시 한다. ‘야경도 관광자원으로 관리하겠다’는 발상으로 서울시가 야간경관조명 공사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 남산타워에서 직선거리로 1.5km 떨어진 중구 북창동. 유흥주점이 밀집한 이곳은 ‘밤의 거리’답게 현란한 네온이 낮을 방불케 한다. 소위 물장사로 불리는 주점들은 ‘튀어야 산다’는 공식이 적용된다. 지나는 손님들의 발길을 붙잡으려면 어떤 방법을 동원하든 더 자극적이고 눈에 띄는 간판을 달아야 한다.
이것도 모자라 일부 업주들은 빔을 동원해 길바닥에 움직이는 동영상을 쏘기도 한다. 주변 업소와 차별화시키려면 이렇게라도 해야 지나는 행인의 눈길을 한번 끌 수 있다.
다시 북창동에서 1.3km 떨어진 광화문 네거리. 정신없이 울어대는 매미소리에 자동차 소리가 묻혀 버린다. 어림잡아도 80db을 육박하는 이 소리들은 밝은 가로등에 주야간을 구분하지 못하고 울어재끼는 매미들의 ‘쉰 목소리’다. 잠 못 드는 도시 서울에 더 이상 ‘진정한 밤’은 없다.

의지와 상관없는‘일방적 공해’ … 별 없는 밤하늘
빛 공해가 심각하다. 수질, 대기, 토양오염이 제도적 규제로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는 반면 어감도 생소한 ‘빛 공해’는 아무런 제약도 없이 일상생활을 파고들고 있다. 더욱이 이 무형의 오염은 관리 할 법적 기준도 없고 관리주체도 모호하다. 구청 단위의 기초단체가 규제하고 있는 것은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옥외광고물 정도다. 빛 공해의 심각성은 피해당사자의 의지에 관계없이 ‘일방적’이란 점에 있다. 안대를 쓰고 걸어갈 수 없듯이 현란한 불빛이 어지럽다고 눈을 감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이 신종 환경오염은 원인자에게 문제를 제기할 수도 없다. 되돌아오는 대답은 “그렇게 과민하면 커튼을 치고 자라” 거나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식이다. 빛 공해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는 반증은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별을 관찰해야 하는 천문학계에서도 보고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한 천문학자는 “20년 내에 인공 불빛으로 인해 밤하늘 탐사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규제할 법규가 없다 … 선진국‘빛공해 방지조례’운용
유일하게 빛을 규제하고 있는 법규도 있다. 바로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조사각과 밝기를 제한하고 있는 현행 도로교통법의 전조등 관련 규정이다. 도로교통법은 “교통이 빈번한 곳에서 운행할 때에는 전조등의 불빛을 계속 아래로 유지하여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최근 자동차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는 할로겐 라이트 장착이나 택시차량의 불빛각도 조정은 모두 차량불법개조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법규도 어디까지나 자동차사고를 미연에 막기 위한 안전법의 개념이지 빛 자체를 공해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빛 공해에 대한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은 우리나라에 비해 선진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를 신종 환경오염의 하나로 보고 있다. 미국 백여개 도시는 이미 지난 ’92년부터 ‘빛공해 방지 조례’를 제정해 빛의 산란과 발산, 차단 구조물을 설치하도록 하는 조례를 운용하고 있다. 그 밖에 호주와 칠레에서도 정부가 나서 대기 중에 굴절현상을 발생시키는 상향조명을 규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밝기나 눈부심에 대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우리도 제한치를 마련해야 할 때” 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서적·생리적‘악영향’… 몸도 밤에는 잠들고 싶다
필요 이상의 과다한 빛은 분명 사람과 식물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농촌지역의 외딴 가로등 아래 자란 작물은 낮밤을 구분하지 못해 열매를 맺지 못하기도 한다. 역으로 이런 빛의 영향을 작물재배에 이용한 재미있는 사례도 있다. 상추재배 농가들은 밤에도 하우스 속에 밝은 등을 달아, 낮으로 착각한 상추가 하루 종일 자라도록 해 출하량을 늘리기도 한다.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유흥가와 인접한 주거지역 거주자들은 창가에 어리는 형형색색의 네온불빛에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한다. 불빛은 정서적으로도 정량화 할 수 없는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청소년기를 거치며 인성을 형성하게 되는 아이들에게 혼란스런 불빛은 치명적이다. 인체는 빛의 밝기와 색채의 반응에서 효소나 호르몬 등의 생성을 조절하고 물질대사, 체온조절, 생식, 수면 등의 생리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밤이 되면 자연스럽게 잠이 밀려오는 것은 하루 종일 피로가 누적된 이유보다 날이 저물면서 우리들의 몸이 스스로 ‘취침모드’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주기적 사이클이 빛에 의해 영향을 받으면서 발생한다. 불면이나 수면장애와 같은 일차적 증상에서부터 심하면 우울증이나 생리변화와 같은 중증 증세까지 발생한다. 팜트리신경정신과 김선재 원장은 “생체시계와 바이오리듬은 빛에 의한 영향에 민감하다” 며 “필요 이상의 빛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만성피로와 식욕저하, 의욕저하와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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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워 못 살겠다” 참을 수 없는‘音公害’

이웃 간 멱살잡이를 부르는 신종오염
로마의 통치자 줄리어스 시저는 소음 때문에 잠을 설쳐 밤 시간 돌길에서의 마차운행을 중지시킨 적이 있다고 한다. 이처럼 소음으로 인한 문제는 현재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있어 왔다.
일반적으로 소음이란 ‘물리적, 심리적으로 사람들의 생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소리’로 소음 진동 규제법에서는 ‘기계, 기구 등에서 발생하는 강한 소리’로 정의하고 있다. 소음은 청력, 대화, 수면, 작업 능률 및 인체에 생리적인 영향을 끼치며 진동을 유발시켜 건물에 손상을 주기도 한다.
더 높은 삶의 질을 지향하는 현대에 소음은 심각한 환경오염 중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그런데 이 소음은 발생지역에만 국한되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환경오염의 문제이므로 개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물론이고 사회전반에도 상당한 영향을 준다.
그러나 국내의 환경소음에 대한 연구와 대책방안은 선진국에 비하면 매우 미비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항공기, 철도, 자동차 등과 같은 소음 진동원에 관한 폭 넓은 연구와 방음벽, 모니터링, 인체 영향 등에 대한 기술적, 학문적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소음공해 “이제는 참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의 환경분쟁건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환경분쟁은 소음과 진동에 관한 피해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1월 서울고등법원은 군산의 주한미공군기지 전투기 소음에 시달려 온 인근마을주민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국가는 1965명의 주민에게 총 40억 4695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 소음으로 고통당한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주민들은 전투비행기의 이착륙으로 인한 난청과 이명, 스트레스 등의 건강상의 피해와 수면방해와 만성적 불면증에 시달려 온 것으로 밝혀졌다. ’01년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절반이상은 “소음과 진동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최근 들어 이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국민들의 소음진동 민원은 ’04년을 기준으로 매년 10%가량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5년 전보다 무려 4배나 증가한 수치다. 소음을 “그냥 참고 넘긴다”는 응답이 대부분이었던 ’01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민원이 증가한 것이다.

국민 2명중 한명은 ‘音公害 피해자’ …
소음저감기술개발 절실

조용히 살고 싶은 국민들의 욕구는 점점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소음 민원의 95.5%가 ‘생활소음’이란 사실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소음공해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많아짐에 따라 거주자들은 윗층 또는 옆집의 소음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러한 민원은 이제 소음으로 인한 민원 중 가장 흔한 민원이 돼 버렸다.
한 대학의 조사결과 주민들이 아파트에서 가장 시끄럽게 다고 느끼는 소음은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였으며 소음을 가장 많이 느끼는 시간대는 ‘오후 6시부터 10시 사이’였다. 퇴근 후 집에서 편안히 휴식을 취해야 하는 시간이 소음에 가장 예민한 시간이란 반증이다.
이 밖에도 현대인은 이웃집 변기 물 내리는 소리, 방문을 닫는 소리, 피아노를 치는 소리 등 소소한 일상생활의 ‘소리’에도 시달리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는 종종 이웃 간의 다툼으로 번지기도 한다.
국민 2명 중 1명은 ‘소음, 진동으로 인한 피해 경험’이 있으며 환경부는 “여러 가지 환경문제 중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쓰레기처리문제보다도 소음, 진동문제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소음공해’를 해결하기 위해 “소음저감기술개발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며 국민들이 체감할 수준의 소음저감정책개발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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