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바다 ‘새만금과 내소사’

김동환 | eco@ecomedia.co.kr | 입력 2005-07-21 16:3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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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들어오시는 분 모든 일이 다 소생되게 하소서 -
부안 내소사

미안, 두리, 무녀, 선유, 신시,
야미, 비응, 계화도 안고 사는 새만금


‘산은 물을 가르고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는 말처럼 비록 산이 있어 물이 흐르고 물이 모여 강을 이루나 산은 절대로 강을 넘지 못한다는 말을 음미하면서 환경기행을 하기로 했다.
엄동설한에 겨울잠을 자지도 못하고 청와대 앞에서 100일 단식을 하던 지율스님의 가녀린 목숨처럼 허공에 매달고 있는 천성산의 실체도 둘러보고 명절이면 임진각에서 한탄어린 조상의 무덤 앞에 고개 숙이는 실향민의 가슴에 갈라져 흐르는 한탄강 댐처럼 작은 국토의 여기저기서 환경적 갈등과 대치상황은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이번 기행은 젖어들 듯 젖어들 듯 수차례 곡예를 하면서 아직도 매듭을 지우지 못하고 있는 새만금사업이 펼쳐지는 전북 부안 땅을 찾아 떠났다.
- 편집자주 -

지는 해를 쫓아가는 무창포 가는 방조제 길
서해안 고속도로는 막힘이 없다면 부안 변산반도쯤이야 3시간이면 족히 당도한다.
하지만 워낙 가는 길이 서해안에 숨겨진 수많은 고적과 볼거리, 그리고 먹거리 등에 쉬엄쉬엄 들러 가야 제격이다. 그러려면 2박3일 혹은 무박 2일간(차안에서의 취침 등)은 잡아야 한다.
설날부터 10여 일간은 모세의 기적처럼 지팡이가 아니더라도 물이 갈라져 섬 사이로 물길이 트이는 무창포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성경에서는 딱히 밝히지 않았지만 모세가 물길이 열리는 시간에 맞춰 여린 성도들을 이끌고 이집트 홍해를 찾지 않았나 싶다.
기적의 순간을 보려고 시간을 맞춰 8시경에 해변을 찾았다. 간조시간이 8시 30분인데 서서히 물이 빠지면서 드러나는 갯벌과 굴 딱지가 붙어 있는 바위들의 생김생김이 아름다운 수석을 발견해낸 듯 또 다른 기쁨을 선사한다. 무창포의 일몰과 바닷길, 주꾸미 잡기와 굴 따기 등도 있지만 가볍게 자연을 감상하기에는 일몰과 열리는 바닷길을 바라보며 신비로운 물의 시나위를 감상하는 것만도 충분하리라 싶다.
이번 여행은 새만금을 향하고 있기에 크고 작은 방조제들이 도열한 곳을 지나기로 했다.
서평택에서 빠져나와 77번 국도를 타고 달리면 아산호 방조제, 삽교호방조제가 나오고 서해안도로에서 잠시 쉬는 행담도 앞쪽을 지나 아산만과 남양만에 모인 철새들을 만나게 된다.
천수만에만 철새가 있는게 아니고 서해 곳 곳 방조제 주변마다 철새들이 모여 군락을 이루고 있어 나그네에게 생동감 있는 볼거리를 제공해줘 고맙기만 하다.
615번 도로를 타고 석문방조제를 지나가면 아산만 끝 지점에 해뜨고 지는 마을인 왜목마을이 나온다. 그 길을 타고 가다 대호방조제를 지나면 여름철 유명 휴양지인 난지도 해수욕장이 멀리 내려다보인다. 끝 지점에 마치 등대처럼 독곶리 해변마을을 지난다. 아직은 군인들이 철책을 질러 해변을 지키고 있는 사이로 생선 횟집이 보인다. 석양녘 물든 해변에서 소주를 마시면 마음에도 짙은 사랑의 노을이 물들듯하다
다시 77번 도로로 방향을 잡아 서산을 거쳐 태안군 만리, 천리, 백리포를 지나는 맛도 겨울여행의 별미. 쓸쓸하기까지 한 해변의 침묵을 바라보며 자신을 추스르게 한다. 요란하기만 여름날의 부귀영화가 한순간임을 이런 겨울해변에서도 넉넉히 느끼기 때문이다.
태안읍의 태안마애삼존불, 태안해안국립공원에 위치한 부남호의 철새도래지와 천수만의 철새들은 그야말로 하늘을 무대삼아 새들이 인간을 희롱하게 하는 극치를 선사한다.
천수만을 지나 홍천으로 향하다 보면 김좌진 장군과 만해 한용운의 생가가 나온다. 깐깐한 미식가들은 부남호와 간월호 주변에서 서산어리굴젖을 남당항에서 대하를 사서 먹거나 사가지고 가는 것도 맛살 나게 한다.
오천항에서 40번 도로를 타고 내려가다 18번 도로로 해안을 돌아 610번 도로로 주교면을 지나 대천항에서 남포방조제를 지나 무창포해수욕장에서 휴식을 취한다.
방조제마다 어김없이 낙지나 바닷물고기들을 파는 포장횟집들이 있어 간간히 소주에 즉석 안주로 고추장에 먹는 맛은 비록 밑반찬은 없어도 싱싱함에 술맛을 돋운다. 이때 운전자는 먹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회에는 술이 들어가야 하는데 여기서 자기와의 싸움을 해야 한다. 솔직히 필자는 소주 두 잔으로 횟감을 치워버렸다.
무창포까지 오는 길목마다 삽교부터 크고 작은 방조제를 지나다보니 새만금의 규모를 짐작케 한다.

새만금-비안, 신시, 아미, 비응도
해안도로를 달리기로 작심, 비록 길이 휘어지고 반듯하지 않아도 크고 작은 해변마을 풍경은 제각기 독특한 맛과 채취를 어김없이 남겨준다.
607번 도로를 타고 내려가다 617번 도로를 달리면 장항이 나오고 금강하구둑을 건너 김제평야를 달리면 비로소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지평선을 만나게 된다.
이곳도 새만금과 깊은 고리가 얽힌 만경강과 동진강의 물자욱을 살펴보는 것도 환경인들에게는 새로운 지리적 현상을 읽게 한다. 새만금 사업에서 만경강의 수질오염을 우선적으로 막고 동진강을 잘 살려 나가자는 정책의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동진대교를 지나 23번 도로를 타고 가면 부안군청 못 미쳐 신석정고택과 성황사가 나온다.
여기서 14번 도로를 타고 계화면으로 가면 봉화대와 김재선생 유적지가 나오고 여기서 계화 2방조제를 지나 붕어찜의 의복리를 거쳐 구암리 지석묘를 지나고 바람모퉁이를 지나면 새만금 관광안내소에 도달한다.
안내실에서 새만금의 조감도와 각종 생태분포들을 영상으로 감상하고 4,5킬로의 공사 중인 방조제를 달린다. 그리고 출입금지 푯말 앞에서 턴을 하여 새만금 안과 밖에서 무심히 출렁이는 바닷물에 가슴을 띄어놓은 작은 어선들을 바라본다. 어디까지 무모한 정쟁은 지속되어야 할까. 하루에 3억 원씩 날아가고 있는 새만금사업, 속상함에 방조제를 빠져나와 대자연이 부르는 곳으로 향한다.
미술사학가 유홍준 선생은 부안을 소중한 아름다움을 끝끝내 지켜준 고마운 곳이라고 칭하고 있다.
부안에는 줄포만과 곰소바다가 있고 반계 유형원이 낙향하여 남긴 -반계수록-의 산실이며 시인 신석정이 자란 곳이고 내소사와 개암사가 있다.
우동리의 분청사기며 유천리의 상감청자, 겨울날 이맘때의 절경인 호랑가시나무와 꽝꽝나무의 푸르름도 부안을 더욱 아름답게 한다.
새만금 관광 안내소에서 벗어나 주변 식당에서 유명한 바지락 죽과 백합죽을 먹는 것도 간만에 먹어보는 성찬이다(백합죽은 1만원, 바지락 죽은 6천원- 칼국수도 있다).
여행 가운데 만난 권할만한 식당으로는 무창포에서는 주변모텔 등에서는 전혀 소개하지 않아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찾아온 손님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맛진 칼국수를 내놓아주고 노란 고구마를 즉석에서 구워 맛을 보여주는 주인 아주머니의 손님사랑이며 조개구이, 해물칼국수 등을 먹을 수 있는 바위섬식당(010-6404-9896-사장-윤화원)과 변산비키니 해수욕장을 지나자마자 홀로 있는 새천년식당(명함을 잃어버려 죄송)을 권하고 싶다.
두 식당 모두 맛있는 것으로 정평이나 이곳 토박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바위섬식당 사장은 군고구마를 맛보게 해주었고 새천년식당에서는 사장이 직접 키우는 분재와 특히, 이곳 특산물인 꽝꽝나무를 볼 수 있다. 찾아오는 이들을 다 환희의 소생을 시켜준다는 내소사로 방향을 돌린다.

내소사 가는 길
내소사의 본 이름은 소래사였는데 이는 -다시 태어나 찾아온다-는 뜻으로 백제 무왕 34년 (633년)혜구스님이 창건하고 조선 인조 11년(1633년) 청민선사가 중건하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변환된 듯 하다.
내소사의 품격은 가희 겸허하면서도 대웅보전의 시원스런 자태와 아름다운 꽃창살무늬의 묘미를 감상하고 눈 덮인 지붕과 물안개 피어오르는 능가산의 풍광이며, 삼층석탑과 고려동종, 영산회 괘불탱, 봉래루와 법화경 절본사본이 있는 능가산 내소사는 가히 관음기도도량으로 지금은 혜산스님과 해주스님이 주지스님으로 사찰을 다듬고 있다.
600여 미터에 이르는 전나무 숲길 양켠에 하얗게 쌓인 눈과 푸르름은 인간을 다시금 추스리게 하고 수령 950년을 넘은 느티나무의 건강미와 단풍, 매화, 배롱, 벚나무들이 절 마당을 한결 평화롭게 한다.
능가산이란 그곳에 이르기 어렵다라는 범어에서 나온 이름이라 하는데 능가산 아래 둥지를 튼 내소사는 무릇 중생들을 따스하게 맞이한다.
경내에서 만난 보살들도 온화하고 다정하다. 관광객이나 신자들을 묵살하거나 고양이 닭 보듯 한 모습이 아니고 친절하다. 버럭 이곳에 며칠 안장을 풀고 일상에서 탈출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인다.
돌계단에서 찬찬히 뜯어보는 대웅전의 꽃창살무늬는 그 하나가 예술이며 감격이며 아름다운의 극치며 손재주의 비법함을 느끼게 한다.
이제 도심에서는 창틀도 사라지고 유리와 알루미늄샤시 뿐인데. 세월은 퇴보하는 것일까 발전하는 것일까 머리가 어지럽다.
이곳을 가는 곳은 직접 변산면사무소 736번 도로로 갈수 있으나 약간 우회하여 해변도로를 따라가면 그야말로 바다와 산 그리고 평야가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변산 해변도로를 달리면 적벽강, 후박나무 군락지를 지나 수성당을 올랐다가 격포 해넘이 해수욕장과 채석강, 호랑가시나무군락을 지나 석포삼거리에서 내소사로 가는 것이 경관과 일치하는 맛을 체감하게 한다.
내소사에서 나와 줄포로 향하면 곰소젖갈과 유천도자기 줄포수박 맛을 보게 되고 줄포 IC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향하면 된다.
내소사주변으로 부안군에 있는 유명한 관광지로는 당나라의 이태백이 놀았다는 채석강과 흡사하다하여 이름 지어진 해식단애가 책을 쌓아 놓은 듯 한 형상을 한 채석강과 채석강 해식동굴, 서해낙조를 바라보는 월명무애, 실학의 비조로 반계 유형원선생(1622-1673)이 집필한 반계수록을 탄생하게 한 부안군 보안면 우동리, 청동기시대의 지석묘가 군을 이루고 있는 구암리 지석묘, 개암사 대웅전(보물 292) 유천리, 진서리 도요지, 호랑가시나무, 후박나무, 꽝꽝나무, 미선마무군락 등 부안이 품에 안고 있는 문화재는 보물 8, 사적 4, 천연기념물 4, 중요민속자료 3, 무형문화재 2, 道유형문화재 10, 道기념물 6 등 과거가 고스란히 햇살을 받고 있어 그야말로 새만금과 함께 환경인이 찬찬히 역사 속에서 현실까지 넘나들며 조명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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