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 교현초등학교 이질 발병

미궁속 교현초 집단이질 오염된 地下水‘의혹’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05-02-01 10: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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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정수기 물 마셨다” 증언, 역학조사 직후 철수
조리사·학생용 화장실 모두 ‘지하수’ 사용 … 수질기준 2~3배 초과
뒷짐진 교육당국 ‘수돗물 확대공급·정확한 실태조사’ 시급




전염병의 ‘폭풍전야’ 11월 26일
… 50여명 몰려든 보건실

충북 충주시 교현1동 339-1번지 소재 교현초등학교. 개교 108주년의 유구한 역사에 2만 7천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이 ‘충주 교육의 요람지’가 원인불명의 집단이질 발병으로 예기치 않은 신열의 앓고 있다.
이 학교에 최초로 설사환자가 발생한 것은 지난달 26일. 당일 날씨를 교사들은 기온이 급강하하고 일기가 불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염병의 창궐은 교무실 전화벨 소리로부터 시작됐다. 등교시간 이전부터 이미 3∼4명의 아이들이 감기 몸살 증세로 병원 다녀오느라 학교 수업에 늦겠다고 통보해 온 것.
곧이어 보건실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5학년 여학생 5∼6명이 두통과 복통을 호소했다. 보건교사는 이들을 조퇴조치하고 병원진료를 권장했다. 그리고 불과 40여분이 지나지 않은 09:40분경, 7∼8명의 학생들이 추가로 보건실을 방문해 두통을 호소했다. 보건교사는 최근 두통과 설사 증세의 감기가 유행한다는 의사의 말을 상기하며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20여명의 학생들이 또다시 보건실로 몰려와 두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오전 11시까지 보건실을 방문한 학생은 총 50여명. 보건교사는 뭔가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느꼈다.
그리고 하교시간인 17:00시, 교사의 그 불길한 기운은 현실화 됐다. 환자가 유난히 많았던 5학년 학생의 한 어머니로부터 자녀가 병원으로부터 식중독 진단을 받았다고 통보 받은 것. 보건교사는 즉시 조퇴생이 많았던 5학년 학생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상태 파악에 나섰다. 아니나다를까 우려했던 것처럼 대부분의 학생들이 병원으로부터 급성바이러스 장염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그 순간까지 담당의사들조차 이를 장염이나 식중독 증세 중의 하나로 추정했을 뿐, 세균성 이질균에서 비롯된 일이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같은 날 밤 9시, 이렇게 입원한 환자만 14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자 결국 충주시 보건소에서 직원 2명이 연락을 받고 학교로 급파됐다. 이들은 24일부터 26일까지의 학교급식 보존식과 환자의 가검물을 채취해 황급히 돌아갔다. 급식에 따른 단체식중독을 의심한 것이다.

급식중단 → 이질균검출 → 휴업사태

주말이 시작되던 27일 토요일. 학교는 비상대책 회의를 통해 결국 29일까지 급식을 중단하고 단축수업을 단행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충북도 교육청에 사건이 보고된 시각은 이날 11:30경. 학교 교사들은 동료교사의 남편상 문상관계로 상가와 학생들이 입원한 병원을 오가며 자정이 가까워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날 28일 정오, 평온한 일요일의 적막이 흘러야할 학교 회의실에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도교육청과 충주시교육청, 보건소 관계자 6명과 학교장이 참석한 관련기관대책협의. 이 자리에서 밝혀진 사실은 침묵을 깨고 충북도의 작은 초등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기에 충분했다. 26일 채취한 가검물 9건중 6건에게서 세균성 이질균이 검출된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참석자들은 넋을 잃은 채 자신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후의 상황은 급박하고도 긴밀하게 진행됐다. 전 직원이 비상 소집된 학교는 우선 각 가정으로 유선 연락을 취해 설사환자를 조사하고, 보건소 직원들은 전 직원과 전교생 명부를 대상으로 조사대상을 확대해 나갔다. 식약청 직원이 급식소를 둘러본 것도 이날 13:00시경이다.
결국 29일 월요일 아침, 이 학교에서는 개교이래 목격할 수 없었던 진풍경이 벌어졌다. 충주 관내와 인근지역에서 총동원된 70여명의 보건소직원들이 마스크와 소독장비로 무장하고 천 백여명의 아동과 학생들의 가검물을 채취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 학교 곳곳에서 방역소독이 실시되면서 학교 건물은 불길에 휩싸인 것처럼 연기를 피워 올렸다. 그리고 얼마 후 충주시보건소장은 회견을 통해 집단설사 조사결과가 세균성 이질로 판명됐음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동시에 충북도 일대에 이질 감염주의보를 발령했다. 말 그대로 충주시 전체가 일순간 전염병 공포에 휩싸이는 순간이었다.
최초의 휴업이 있었던 30일 오전, 아이들이 출석하지 않은 학교는 적막이 흘렀으나 이질 확진으로 각 병원에 격리된 학생수는 7명에서 44명으로 치솟았고, 학교장은 어쩔 수 없이 4일까지 잠정적인 휴업을 연장키로 결정했다. 충북도내 최장휴업일수 11일을 기록한 ‘교현초이질사태’는 발병 원인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렇게 황망히 시작됐다.



‘이질’ 은 도대체 어떤 병이길래
1군 법정전염병 … 물에서 2∼6주 생존

한마디로 이질은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곳에서 발병하는 후진국형 질병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래서인지 과거엔 고아원이나 정신병원, 교도소, 선박 등에서 발생이 잦은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지방 곳곳까지 상하수도가 완비되고 염소 소독에 의한 음용수 안정성이 확보되면서 한동안 ‘이질’ 은 시대의 흐름과 함께 퇴색한 전염병 됐다.
질병관리본부 전염병 정보에 의하면 세균성 ‘이질’은 대장균과 유사한 쉬겔라균(shigella)이 급성 염증을 일으키는 전염병으로, 이 균은 위산에 잘 견뎌 적은 양이 몸에 들어와도 위에서 죽지 않고 대장까지 도달해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위산에 약해 많은 양이 들어와야 발병하는 장티푸스균이나 콜레라균과는 또 다른 차원이 질병이라 할 수 있다.
또 이 질병은 10∼100개의 매우 적은 세균도 감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배변 후 손을 씻지 않아 이들이 음식을 오염시켜 간접적으로 전파되거나 직접적인 신체적 접촉에 의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잠복기는 대게 1∼7일로 보통 1∼3일 이며, 전염기는 급성감염기로부터 대변에서 균이 발견되지 않는 기간, 즉 발병 후 4주 이내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문헌에 의하면 Shigella는 neurotoxin, enterotoxin, cytotoxin과 같은 몇 가지의 체외독소를 만들며, 항균제에 대한 내성이 잘 생기는 특징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균이 자연계에서 생존할 수 있는 시간 물에서 2∼6주, 우유나 버터에서 10∼12일, 과일이나 야채에서 10일, 의복에서 1∼3주, 습기가 있는 흙에서 수개월, 위액에서는 2분, 60℃에서 10분, 5% 석탄산수에서는 수분 정도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전염속도가 매우 빠른 것도 이 질병의 특징이다.
대개 환자나 보균자의 손에 묻어있던 세균에 접촉하면서 감염되는 경우가 많고, 한번 발병하면 집단생활 또는 환자 주변에 있는 가족들이 잘 감염되며 양변기, 용변 후 사용한 휴지, 화장실 문에 달린 손잡이를 통해서도 쉽게 감염된다.
현재 이질은 정부의 ‘1군 법정전염병’으로 분류돼 있다. 보건당국이 법정전염병의 분류하는 기준은 쉽게 이해해 ‘전염속도’와 ‘위해도’를 기준으로 한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세균성이질이 제1군으로 구분돼 있다는 사실은 이 전염병의 전염속도와 위해성이 얼마나 위험한 수준인가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2군에 속한 전염병과 달리 이질균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은 현재 개발돼 있지 않다. 다만 증상에 따라 통상적으로 3세대 세파계 항생제로 치료하고 있으나, 교현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이질균은 항생제도 잘 듣지 않는 광범위항생제내성이질균(ESBL-producing Shigella sonnei)인 것으로 확인돼 또 한번 보건당국을 긴장시켰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ESBL 분비 이질균은 지난 99년 부산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20건이 산발적으로 발생했으나, 충주의 사례처럼 지역사회의 집단발병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밝혀졌다. 다행히 교현초의 이질균은 3차 항생제 투여를 통해 치료가 수월하게 진행돼 대부분의 환자가 조기에 퇴원이 가능했다. 하지만 폐렴균이나 대장균 등 다른 세균으로 이 균의 내성유전자가 전이되면 현존하는 3세대 항생제로 치료가 불가능한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어 당국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감염원’ 규명 못한 보건당국
本紙 자체 조사·분석팀 9일 충주시로 ‘급파’

결과적으로 교현초등학교 이질사태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복귀한 지난 13일 장기휴업을 철회하며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아직 학교급식을 실시하고 있진 않으나 학생들은 정상수업에 들어갔고, 학교측은 ‘방학일정을 줄여 수업일수를 채울 예정’이라고 밝힐 만큼 여유를 되찾은 듯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당국은 아직까지도 발병 원인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집단 발병초기부터 지금까지 원인 규명을 위한 역학조사를 벌여왔다. 그러나 이들은 현재까지 이렇다할 단서를 찾지 못한 채 추가발병 예방을 위한 방역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질병관리본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식수, 조리종사자, 식자재 등이 주요원인으로 추정될 뿐”이라며 이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이에 앞선 9일, 본지는 미궁에 빠진 ‘교현초이질발병’의 원인을 찾아보고자 자체 조사팀을 충주로 급파했다. 건축설계 전문가, 배관시공 전문가, 수질분석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팀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학교장으로부터 발병 경과에 대한 설명을 전해듣고 본격적인 자체 분석에 나섰다.
조사팀은 이번 집단이질 발병의 원인이 식수나 기타 이용수에서 기인했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판단, 이 학교의 배관과 급수시설 배치를 중심으로 분석에 나섰다. 아울러 최근 선진국의 조사결과 수인성전염병의 78%, 특히 오접합이나 역류에 기인한 수인성전염병 발병이 85%에 해당한다는 학계의 발표를 주시하고, 관의 교차연결과 역류에 의한 배수본관의 2차 오염도 관심 있게 지켜봤다.
학교가 위치한 교현1동 일대와 대부분의 시가지는 현재 충주시물관리사업소의 단월 제1·2정수장으로부터 수돗물을 공급받고 있다. 그러나 충주시측은 11월중 어떠한 기준 초과 사례도 없었음을 강조했다.
우선 조사팀은 건물의 구조적 측면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이 학교의 건물 배치는 크게 본관( 2·3·6학년 교실 및 교무실 등 )과 후관( 1·4·5학년 교실 및 식당 등 )이 마주보고 있는 형상으로, 두 건물은 연결통로(카보네이트)를 통해 학생들이 오갈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다.
상수도 공급 계통도를 살펴보면 정문을 중심으로 우측 편에 위치한 테니스장 부근에서 수도가 공급되기 시작, 강당과 유치원을 거쳐 두 건물 사이에 있는 두 개의 야외 수돗가로 물이 공급됐다. 또 물 사용이 가장 많은 조리실과 식당에 우선적으로 수도가 공급되고, 과학실과 축구부탈의실에도 수돗물이 공급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더 이상의 시설에는 수도가 공급되고 있지 않았다.
조사팀은 물 사용이 가장 빈번하고 사용량이 많은 화장실에 수돗물이 공급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 할 수 있었다. 시설 관계자에 따르면 이 학교는 수도요금을 절감하기 위해 모든 화장실용수를 자체 지하수 관정에서 확보되는 물로 충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사례는 관리비 절감을 위해 연혁이 오래된 다수의 학교에서 관행처럼 이뤄져 온 일로 그 자체만을 놓고는 문제가 될 사항은 아니다. 또 수돗물의 2차 오염원을 유발시키는 교차연결 등도 교현초등학교에선 직접 목격되지 않았다.

빗물 들어찬 지하수 관정
… 지하저수조와 정화조 ‘나란히’

조사팀은 본격적으로 지하수 계통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 학교의 지하수는 정문을 기준으로 본관과 후관 사이의 좌측편 창고 곁에 관정을 두고 있다. 학교장은 “지하수 관정이 매우 깊어 수질이 양호하고, 수량이 풍부했다”고 말했다. 조사팀은 우선 가까운 수돗가와 식당 내부에서 채수를 실시했다.
곧이어 조사팀은 관정을 상태를 확인하고자 양수장을 덮고 있는 사각 덮개를 걷어냈다. 깊이 2m 지점에 양수시설과 지하수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미 지하수공 상부까지 빗물이 차 올라, 얼마 전까지도 유입된 빗물이 지하수공을 통해 취수구로 흘러 내려갔음을 알 수 있었다. 만약 물이 들어찬 양수장옥에 오염된 물질이 유입됐을 경우, 충분히 관정 외부를 타고 취수지점까지 도달했으리라는 추측을 가능케 했다. 조사팀은 관정 외부로 들어찬 물도 역시 채수를 실시했다.
한편 이렇게 취수된 물은 양수기를 통해 관정에서 뽑아 올려진 후, 펌프실 지하의 콘크리트 저류조로 이동했다. 총 4대의 펌프가 가동되고 있는 펌프실은 본관과 후관의 옥상 물탱크로 지하수를 압송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결국 본관과 후관에 마련된 물탱크를 통해 각 화장실로 지하수가 최종 공급되는 셈이다.
그런데 조사팀은 교현초의 우물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펌프실과 관정부근에서 몇 개의 맨홀뚜껑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맨홀은 관정과 저류조까지 불과 6∼7m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조사팀의 한 사람이 역시 이 맨홀을 걷어냈다. 그러자 생각지도 못한 정화조가 오물을 둥둥 띄운 불결한 모습을 드러냈다.
지하수를 최초로 담고 있는 펌프실 저류조와, 화장실에서 발생한 온갖 오물이 사실상 나란히 위치해 있는 것이었다. 더욱이 정화조 맨홀은 주변지대보다 한뼘 가량 낮아, 비가 내리면 빗물이 맨홀을 통해 자연스럽게 흘러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굳이 정화조와 관정, 저류조의 거리를 따져보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오염인자가 지하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철수된 정수기 ‘행방묘연’
… 학생들 ‘지하수’ 마셨을 수도

조사팀은 이렇게 취수된 지하수가 사용되고 있는 장소도 눈여겨봤다. 우선 관정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조리사용 화장실. 이 화장실은 조리실 안쪽에 위치해 있다. 서너평의 화장실엔 2대의 변기와 1개의 세면대가 마련돼 있었다.
또 세면대 거울에는 조리사들이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칫솔들이 걸려있고, 우측엔 세탁기가 자리해 있어 이곳에서 영영사와 조리사가 손을 씻는 등의 간단한 세면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했다.
곧이어 조사팀은 역시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는 후관의 화장실들을 둘러봤다. 건물 정중앙에서 보아 중앙계단 우측에 위치해 있는 각층 화장실은 4∼5개의 변기와 2개의 세면대로 구성돼 있는데, 세면대 거울엔 어김없이 ‘이 물은 지하수이므로 마실 수 없습니다’란 경고 문구가 붙여져 있었다.
하지만 이후 학생들에게 전화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이 문구들은 이질이 발병하기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것들임이 확인됐다. 이 사실은 한창 뛰어 놀던 아이들이 목말라, 얼마든지 지하수를 이용한 이 물을 음용 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해주는 것이다.
물론 각 층 중앙계단 앞에는 음용수 공급을 위해 한 대씩 정수기가 비치돼 있었다. 그러나 본지 조사팀이 방문했을 당시 정수기는 종적을 감추고 사라져 있었다.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기존의 정수기들은 최초 수질조사 직후 철수되었다고 하였는데, 이에 대한 뚜렷한 이유나 철수된 정수기의 행방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한편, 중앙 복도에 정수기가 위치해 있었다는 사실은 몇 가지 사실을 암시해 준다. 첫째 한 두개 반이 아닌 여러반의 학생들이 휴식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물을 마시기 위해 정수기로 몰려들 경우, 각 층별 1대의 정수기로는 많은 아이들의 갈증을 제때 해갈시켜주지 못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따라서 시간에 쫓기거나 성격이 급한 아이는 얼마든지 화장실 개수대의 물을 음용했을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둘째는 정수기가 어떤 원수를 공급받았느냐 하는 사실이다. 상수도가 식당과 야외 수도전 이외에 공급되는 않은 사실에 비춰볼 때, 중앙복도에 위치해 있는 정수기는 옥상의 물탱크를 통해 원수를 공급받았을 개연성이 가장 높다. 조사팀은 저수조의 수질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3층 옥상의 FRP소재 물탱크를 직접 확인했지만, 청소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만약 일시적으로 지하수가 오염된다면 이 물은 건물 옥상의 물탱크로 그대로 저수되게 되고 이를 통해 물을 공급받은 정수기는 제 아무리 성능이 훌륭한 기계라 할지라도 100% 정수하지 못한 물을 아이들에게 공급했을 수도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특히 정수기의 경우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기준보다 수십배를 초과하는 세균이 검출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되레 공급 원수보다 수질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 주의를 요하고 있다.

질산성질소·일반세균 ‘초과검출’
… 못 먹는 ‘지하수’

본지 조사팀은 교현초등학교 7개소에서 취재 당일 채수한 물을, 고려대보건대학 환경보건연구센터 수질연구부에 의뢰했다. 이를 접수받은 보건대학측은 음용수 12개 항목에 대해 분석을 실시하고 그 결과(수질성적서)를 본지에 통보해 왔다.
수질검사결과 교현초등학교가 그동안 사용해 온 지하수는 채수 4개지점 모두 질산성질소와 일반세균이 기준치를 2∼3배 초과하는 ‘먹을 수 없는 물’로 판명됐다. 충주시가 공급하는 수돗물(2개소)이 모두 적합 판정을 받은 것과 뚜렷이 비교되는 결과다.
이번 분석에 의해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난 질산성질소는 암모니아의 최종산화물로 이질균 발병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으나, 축산분뇨나 인분 등의 원인이 돼 검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질산성질소는 체내에 흡수되면 혈액에 존재하는 헤모글로빈과 반응해 아질산성질소로 환원되면서 헤모글로빈과 산소와의 결합력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영유아가 질산성질소가 많이 함유된 물을 계속해서 마실 경우 몸 색깔이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에 걸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이에 대해 학교측은 그동안 지하수를 음용수로 사용한 바 없고 화장실 전용용수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증언처럼 이질발병 이전 각 장소에는 어떠한 ‘음용불가’ 문구도 명시되어 있지 않았던 만큼, 이들 장소에서 공급된 물이 음용수로 전용됐을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더욱이 각층에 식수를 공급하던 정수기가 조사직후 철거된 점과 이들 정수기로 공급되던 물이 옥상 물탱크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은, 수질기준을 초과한 지하수와 전염병 발병이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을 제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본지와 분석기관은 특히 세균성이질의 원인균인 쉬겔라의 검출 여부에 주목하고, 막여과법을 통해 채취한 물을 정밀 분석했으나 최종적으로 쉬겔라 속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쉬겔라 시험은 막여과장치를 설치해 250ml의 시료를 여과한 뒤, 여과막은 멸균가위로 잘라서 셀레나이트 증균배지가 7∼10ml 가량 들어있는 시험관에 넣어 37℃에서 18∼24시간 배양하는 방식이다.
이후 백금이를 이용하여 배양액을 취하여 XLD 한천배지위에 획선 접종한 다음 35℃에서 24시간 배양하여 붉은색 집락을 쉬겔라 추정시험의 양성으로 판정하게 된다.
이러한 분석기관의 추정시험에서 1차적으로 양성 판정을 받은 시료는 조리실 화장실과 3층여자 화장실이다. 양성으로 판정된 이 두 집락은 순수분리를 통해 맥콩키 한천배지로 옮겨 심어져 최종 확인시험에 들어가게 된다.
여기서 API 20E kit 시험으로 동정하여 양성으로 판정되면 최종 양성 판정을 내리게 되는데, 확인결과 추정시험에서 양성 판정된 시료는 쉬겔라 속의 전형적인 기질이용성을 비교해 볼 때 쉬겔라 속은 아닌 것으로 최종 판명됐다.
그러나 분석에 참여한 보건대학의 한 관계자는 “API 20E kit는 장내세균용 동정키트로 일부 까다로운 장내세균이나 비장내세균에 대해서는 동정할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있다”고 언급해 이 시험이 쉬겔라 속과 같은 장내세균용 판정에만 국한된 결과라는 사실을 시사했다.
즉, 해당 kit를 통해 동정이 불가능한 기타세균이나 장내외세균에 대해선 유감스럽게도 이번 분석을 통해 그 실체를 규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현지 조사팀의 일원이었던 옥내배관 전문가는 일련의 결과에 대해 “26일 발병이전부터 역학조사가 이뤄지기까지 사흘 간의 시간이 흘렀고, 만약 일시적으로 지하수가 오염됐을 경우 학교내 물 사용량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염된 물은 이미 모두 사용되어진 이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설령 수질문제로 기인해 이번 전염병이 발병됐더라도, 어떠한 증거도 남기지 않은 채 이번 사고가 영원히 미궁속으로 빠져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뜻하는 것이다.

학교는 보건환경의 ‘치외법권’
… 뒷짐진 교육인적자원부

하지만 이번 충주 이질사태가 전적으로 오염된 물에서 비롯되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이질은 매우 적은 수의 균으로도 쉽게 감염되고, 집단급식이 일반화된 학교에선 조사당국이 간과한 의외의 식품을 매개로 발생했을 수 있다.
이밖에도 초기에 발병한 아동들의 거주지 일대 주택구조가 과거 재래식 화장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과 최근 들어 전에 없던 이상고온이 지속되는 온난화 현상에서도 개연성을 찾아 볼 필요가 있다.
다만 본지는 현재까지도 많은 학교(교육부추정 2,000여개소)가 수돗물과 함께 다량의 지하수를 병용하고 있는 현실과, 교현초의 경우처럼 이 부분에 대한 관리가 허술하게 진행되어 온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직접적인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일선 학교측의 책임이라기보다, 이와 관련 구체적인 관리지침조차 수립되어 있지 않은 교육당국의 책임이라 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개별 학교의 급수실태에 대해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했을 리 만무하다.
현재 학교와 관련된 환경·보건 문제는 교육부 학교정책실 교육복지심의관하의 특수교육보건과가 전담하고 있다. 과거 교육부와 관련된 환경문제는 학교보건과라는 전담 부서가 책임지고 있었으나 조직개편이후 이 부서는 특수교육분야와 통합됐다.
그런데 이 조직은 현재 부서명대로 특수교육과 학교보건문제를 동시에 다루고 있다. 도합 10여의 직원이 전국 1만 천여곳이 넘는 학교의 특수교육 문제와 급식을 포함한 환경위생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사실상 특수교육 부문을 전담하고 있는 직원 5명을 제외하면, 총 4∼5명의 직원이 전국의 학교환경을 떠 안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정작 교육부 측은 이에 대해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교육부가 직접 관리를 한다기보다 당부는 학교와 관련된 보건환경 문제에 대해 정책을 입안하는 역할”이라며 “우리는 기본법과 그 하부법령에 따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시도교육청과 지역교육청이 교육부와 항상 유기적인 체재를 갖추고 있고, 이같은 하위 청에 학교보건계와 같은 전담조직이 있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하는 교육부도 표면과 달리 갈수록 위중해지고 있는 보건환경 문제에 대해 적절한 묘책을 찾지 못해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국의 한 관계자는 “최근 교육부측이 복지부 소관의 건강증진기금을 사용하고 싶다는 의사를 직접적으로 전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전염병 사례처럼 일선에서 직접 관리를 담당하는 인력의 전문화와 인력확충을 더 시급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학생들의 질병관리는 보건복지부가, 학교의 보건환경은 교육부가, 급식과 관련된 식품은 식약청이 각각 담당하고 있는 현 체계는 학생들의 안전을 담보로 한 비효율적 운영으로, 소관부처를 떠나 시급히 대안이 마련되어야 할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구멍난 지하수 관리 … 부처간 책임 명확해야
교육시설 ‘수돗물 확대공급’ 시급
… 정확한 실태조사 선행돼야

현재 교육부가 환경부의 먹는 물 기준에 따라 직접 수질검사를 의뢰하는 것은 전국 11,075개 학교(분교포함)중 18%에 해당하는 1990여개소. 그러나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이들 학교에 대한 수질관리가 제때, 제대로 실시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관계 당국이 이들 사안에 대해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해 온 동안 우리의 아이들은 아무 거리낌없이 오염된 물을 마셔왔고,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이에 대한 개선의 여지는 없다.
사후관리에 앞서 지하수에 대한 사전관리 체계도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지하수 관리는 ‘지하수법’에 의해 건교부에서 총괄 관리하고 소관 업무별로 환경부, 행자부, 농림부 등이 분담 수행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 오염사고가 발생하면 늘 관련부처와 조직이 권한과 책임을 두고 잡음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은 보다 명확한 지하수 관리체계 확립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현재 당국이 우선적으로 취할 행동은 안정성을 인정받고 있는 수돗물을 급수가 가능한 모든 학교에 확대 공급하고, 이에 앞서 각 학교의 급수실태에 대해 정확한 사전조사를 선행하는 일이다.
특히 정수기기는 철저한 관리가 전제된 후 사용되어야 하며, 이러한 여건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직결급수를 통한 수돗물 직접 음용이 훨씬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덧붙여 최근 수인성질병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수돗물의 2차 오염에 대한 연구와 시설확충도 예방차원에서 병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온 교현초등학교 이질 사태가 근본적 원인을 규명하지 못한 채 진정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새해를 맞게 됐다. 집단 식중독이 연이어 발생하고 이상고온이 지속되는 최근 동향으로 미루어 언제든 제2, 제3의 교현초등학교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다. 유사한 사례의 재발방지를 위해 대책마련과 부처를 초월한 역량 결집이 긴요한 시점이다.
충주 특별취재팀 / 김동환 주간·이상복 기자
조사 분석팀 / 신재식 건축설비전문가·김태균 급수장치전문가
김선배 상하수도전문가·허배욱 건축전문가
수질 분석팀 / 고려대 보건대학 환경보건연구센터 수질연구부


초등학교 급수위생 ‘예나 지금이나’

정수기 일반세균 및 클로로포름 기준초과 잦아 … 정수된 물 과신말고 철저히 관리해야
교현초등학교의 사례처럼 현재 전국 대부분의 초등학교에는 정수기를 통해 아이들에게 식수를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정수기는 대부분 위생관리가 허술하고 제때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시시각각 학생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역삼투압 방식 또는 한외 여과방식의 정수기들은 일정시간 물이 정체될 경우, 프리카본 필터 및 한외 여과필터에까지 미생물이 급격하게 증식되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이 외에도 일반 세균의 경우에도 많은 정수기에서 기준치 이상의 균이 검출되어 이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본지는 학교급수실태에 대한 특집‘초등학교 급수 60%이상 수질기준 부적합(수자원환경 2002. 160호 31p∼)’을 통해, 이미 이와 같은 우려사항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당시 서울시 수평위의 의뢰로 고려대 보건대학 보건과학연구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49개 학교(전체 532개 학교중)의 총 371건 조사에서 63.3%에 해당하는 235건이 수질기준에 부적합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정수기수는 64.6%가, 냉온수기는 전체시료 모두 일반세균이 수질 기준치를 초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조사팀은 정수기 필터 종류 및 저장 용기에 따른 일반세균의 증식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정수 시스템인 역삼투압 방식과 한외여과 방식의 정수기를 실험실에 설치한 후 통수시간별로 각각의 필터에서 배출되는 물을 측정했다.
실험 결과 , 침전필터와 프리카본 필터 및 역삼투압 필터를 통과한 수돗물의 경우에는 일반세균이 먹는물 수질기준인 100CFU/mL 이하였으나, 후 카본 필터를 통과한 후에는 세균이 급격하게 증식하였으며 냉온수 정장용기를 통과한 냉수의 경우에는 미생물이 더욱 급격하게 증식, 수질기준을 38배까지 초과하는 결과를 나타냈다.
또 한외 여과막을 통과해서 나온 수돗물의 경우에는 통수량이 8,500L 정도가 되어도 일반세균이 수질기준 이내로 나타났으며 포스트카본 필터를 통과한 수돗물의 경우 통수량이 약 1,000L가 됨에 따라 수질기준을 약간 초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출구 꼭지에서는 실험 초기부터 수질기준을 초과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세균이 급격하게 증식되어 약 34,000CFU/mL의 세균이 검출됐다.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마시기 위해 설치한 정수기가 되레 세균증식의 온상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데이터다.
전문가들은 정수방식에 따라 특성과 성능, 사용법이 다르므로 제품의 특성을 정확히 알고 사용해야 하며 관리 부주의로 인한 오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위생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학교라는 장소는 다수의 학생들이 이용할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이 생활하는 곳으로 더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아울러 정수기를 장시간 사용하지 않을 때 필터에 농축되어 있는 오염물질이 일시에 유출될 수 있으므로 매일 일정량의 물을 통수시키거나 적기에 필터를 교환해주는 일도 중요하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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