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우리집에 라돈침대는 없지만 미세 플라스틱은 있다?

플라스틱, 편리하지만 불편한 진실을 알면...!
집에 오래돼서 쉽게 부러지거나 구멍난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면
거기서 나오는 미세 플라스틱을 먹고 있을지도...
김명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8-06-30 21:3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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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빨때는 언제고 가차없이 버려지는 빨대. 각종 생활 용기들. 생활 속에서 플라스틱 제품들이 넘쳐난다. 용도별로 모양도 색깔도 각양각색으로 존재한다. 플라스틱 없이 생활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그만큼 우리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플라스틱.

본래 플라스틱은 처음 만들어질 때 5mm 미만의 미세 플라스틱으로 제조된다. 때문에 플라스틱 제품이 낡아서 또는 깨지고 부서져 해체되면서 다시 미세 플라스틱으로 돌아가게 된다.

주지해야 할 것은, 우리가 편리하다는 사실에 속아서 진실을 외면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불편한 진실이다. 이제는 흔하게 사용하던 플라스틱 제품이 여기저기 폐기되고 방치된 채 시간이 지나 본래의 모습인 미세 플라스틱으로 돌아와 우리를 위협하는 상황. 더 이상은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 목전에 닥치고야 정신이 번쩍 든 형국이다. 이제는 도저히 간과할 수 없는 진실이 불편을 주는 상황에 우린 몹시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나는 아직도 친정어머님이 쓰시다 물려주신 물건들을 사용하고 있다. 대부분이 그릇들인데 그 중에 낡은 플라스틱 채반이 하나 있다. 버리기 아까워 최근까지 가끔 사용했다. 군데군데 구멍이 나고 부러진 채반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차일피일 미루며 사용해왔다.

그런데 어느 날 마땅하게 배추를 건져놓을 데가 없어 그 채반을 사용하다가 하마터면 놀라 자빠질 뻔했다. 낡은 플라스틱 채반이 물에 젖자 미세한 입자의 플라스틱 가루들이 물에 하얗게 떠 있는 걸 발견한 것이다. 바로 미세 플라스틱이었다.

작은 입자의 미세 플라스틱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치약과 세정제, 스크럽 등에도 포함되어 있다. 대략적으로 150ml 제품에 280만 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라스틱이 제품으로 만들어지기 전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로 돌아가 생활 속에 함유되고 이것이 우리의 건강을 해치게 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입자가 작아 하수처리시설에 걸러지지 않을 뿐더러 보이지도 않아 실감을 못할 뿐이다. 이것이 바다와 강으로 흘러들어 강에 사는 물고기가 섭취하고 우리는 그 물고기를 섭취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다. 미세 플라스틱이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경로를 우리는 다 알지 못한다. 연구되어야 할 부분도 아직 너무 많다.

예컨대, 2015년 사이언스지에 실린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논문에 따르면, 2010년도에 바다로 유입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대략 480만~1270만t이라고 보고됐다. 이 플라스틱은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나일론 등이 포함된 석유화합물이기 때문에 오염 물질과 만나 새로운 환경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특히 문제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던 플라스틱이 버려져 이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원래의 미세입자 형태의 플라스틱으로 변한다는 사실이다. 또 2015년 영국에서 발표된 <해양 속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에 관한 국제 목록> 논문에 따르면, 바닷속에는 최소 15조~최대 51조의 미세 플라스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됐다.

미세 플라스틱은 장폐색을 유발하며 에너지 할당 감소, 성장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되어 있다. 이밖에도 더 많은 연구 보고가 부족할 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만한 요소들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뿐이라고 의학전문가들은 문제를 제기한다.

이 같은 문제의 심각성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하는 법안들이 통과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5년 ‘마이크로비즈 청정해역 법안’이 통과되면서 물로 씻어내는 제품에 미세 플라스틱을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스웨덴에서는 화장품에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 7월부터 미세 플라스틱을 화장품에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해양수산부에서는 미세 플라스틱 환경 영향 조사를 진행해 그 결과를 2020년에 발표할 예정이다.

 
최근 중국이 폐기물 수입을 규제하면서 우리나라까지 여파가 번지면서 재활용쓰레기 대란을 촉발시켰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플라스틱에 대해 다시 한 번 제고의 여지를 두게 된 셈이다. 그동안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던 일상에서 재활용쓰레기는 그야말로 일상을 뒤죽박죽 혼란스럽게 했다. 마치 멀리 치워져야만 하는 쓰레기를 깜빡 잊고 있다가 쓰레기더미에 깔린 기분이랄까. 한동안 이 혼란은 불안감으로 덮쳐왔다.

급기야 중국이 폐기물 수입을 중단하도록 만든 영화 ‘플라스틱 차이나’가 지난달 19일~20일 이틀간 국내에서 상영됐다. 중국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킨 영화 ‘플라스틱 차이나’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사람들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의 소비문화를 담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씻고, 청소하고, 재활용하면서 사는 주인공들은 교육, 건강, 신분 상승에 대한 꿈을 꾼다. 우리가 TV에서만 보던 화려한 중국 이면의 모습을 조명하고 있다.

이 영화가 상영되기 전에 최열 서울환경영화제 조직위원장은 지난 26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의 쓰레기 분리수거 정책은 ‘중국으로의 수출’이라는 미봉책 수준이었다”면서 “보다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와야 하며 이에 지난해 상영한 ‘플라스틱 차이나’를 특별 재상영하게 됐다”고 상영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달 초부터 스타벅스와 맥도날드는 영국 일부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영국이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금지방안을 내년까지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자 종이 빨대를 시범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맥도날드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이같은 변화를 도입하지는 않았지만, 미국과 프랑스, 노르웨이 등에서는 시범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영국 맥도날드에서는 하루 180만 개의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값싼 가격의 대체재를 쉽게 구할 수 있는 플라스틱 제품의 경우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겠다”며 빨대, 그릇 등 일회용 플라스틱 식기 사용금지를 예고했다. 집행위는 2021년까지 관련 규제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플라스틱 해양 쓰레기를 절반으로 줄여 2500억 유로의 환경복구비용을 아끼겠다는 취지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기업들이 플라스틱의 대체재를 찾고 있다. 영국이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금지방안을 추진하면서 기업들은 대체재 찾기에 분주해졌고 종이 이외의 빨대 소재도 개발되는 추세다. 그러면서 해초와 곡물 등의 소재로 만든 빨대를 비롯해서 먹어도 되는 친환경 재료로 만든 ‘롤리 스트로우’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썩는 데 500년 이상이 걸린다는 플라스틱과 달리 쉽게 썩고 물에 녹기 쉬운 재료로 만들기 위해 부심하는 분위기다.

맥도날드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이같은 변화를 도입하지는 않았지만, 미국과 프랑스, 노르웨이 등에서는 시범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12년 2.8t에서 2050년에는 330억t으로 100배가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통계를 내놨다. 어렸을 때 본 미래소년 코난에서 플라스틱 빵을 먹는 장면과 미래 인간들이 플라스틱을 섭취하면서 살아가게 되는 모습이 오버랩되는 게 왠지 허무맹랑한 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환경미디어= 김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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