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세계적인 잘피(seagrass) 서식지인 인도네시아에서도 지역에 따라 생태계 건강 상태가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잘피 초원의 생태적 상태를 공간적으로 분석해 보전이 필요한 지역과 복원을 우선해야 할 지역을 구분했으며, 이러한 접근이 블루카본 보호와 해양생태계 관리에 활용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인도네시아 하사누딘대학교 로하니 암보-라페(Rohani Ambo-Rappe) 교수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인도네시아 중부와 동부 21개 잘피 서식지를 대상으로 ‘잘피 생태품질지수(Seagrass Ecological Quality Index·SEQI)’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게재됐다.
인도네시아에는 약 66만156㏊의 잘피 초원이 분포하며 이 가운데 약 90%가 중부와 동부 지역에 집중돼 있다. 잘피 초원은 어류와 다양한 해양생물의 서식지를 제공하고 해안 침식을 완화하는 동시에 탄소를 흡수·저장하는 대표적인 ‘블루카본’ 생태계로 평가된다. 그러나 연안 개발과 오염 등 인간 활동과 환경변화의 영향은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나 장기적인 생태상태를 파악하기 쉽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를 평가하기 위해 잘피 종 풍부도, 잘피 피복률, 수질 투명도, 대형조류 피복률, 착생생물 피복률 등 5개 지표를 종합한 SEQI를 적용했다. 이후 공간통계와 다변량 분석을 결합해 잘피 생태계가 양호한 ‘핫스팟’, 훼손 정도가 높은 ‘콜드스팟’, 주변 지역과 다른 상태를 보이는 ‘공간적 이상치’를 구분했다.
분석 결과 21개 지역의 SEQI는 0.39~0.88로 큰 차이를 보였다. 파시-구성(Pasi-Gusung), 파락(Parak), 마하라야(Maharayya) 등은 잘피 종이 다양하고 피복률이 높으며 물의 투명도도 상대적으로 양호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라에-라에(Lae-Lae)는 잘피 피복률과 종 풍부도가 낮고 수질 투명도도 떨어져 가장 낮은 수준의 생태품질을 보였다. 특히 인도네시아 중부에서는 잘피 생태계의 건강도가 무작위로 분포하지 않고 뚜렷한 공간적 ‘모자이크’를 형성했다.
파시-구성, 리우캉로에(Liukangloe), 마하라야, 파락 등은 주변 지역까지 생태적 상태가 양호한 핫스팟으로 분류됐다. 연구진은 이들 지역의 경우 적극적인 복원보다 현재의 생태적 건강성과 회복력을 유지하기 위한 보호가 우선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세코통(Sekotong), 란주캉(Lanjukang), 와보엘라(Waboela), 라판데와(Lapandewa) 등은 생태적 상태가 좋지 않은 콜드스팟으로 나타나 환경압력을 줄이고 적극적인 복원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는 지역으로 평가됐다.
주변과 다른 생태상태를 보이는 공간적 이상치도 확인됐다. 본 바탕(Bone Batang)은 상대적으로 훼손된 주변 지역 속에서도 양호한 상태를 유지해 생태적 피난처(refugia)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본토 바하리(Bonto Bahari)는 비교적 건강한 주변 환경 속에서 상태가 악화된 지역으로 나타나 집중적인 복원이 필요한 지역으로 분류됐다.
연구진의 다변량 분석에서는 잘피 생태품질의 차이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으로 종 풍부도와 잘피 피복률, 수질 상태가 확인됐다. 착생생물은 별도의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대형조류 피복률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잘피 초원을 모두 동일한 기준으로 관리하는 방식보다 지역별 생태조건을 고려한 맞춤형 보전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생태적으로 양호한 지역은 훼손을 예방하는 보호정책을 강화하고, 이미 악화된 지역은 복원을 추진하며, 주변 환경과 다른 특성을 보이는 지역에는 별도의 관리전략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특히 잘피는 해저 퇴적물과 식물체에 탄소를 장기간 저장하는 중요한 블루카본 생태계인 만큼 훼손이 심해질 경우 생물다양성 감소뿐 아니라 저장된 탄소의 손실 위험도 커질 수 있다. 연구진은 SEQI와 공간분석을 결합한 이번 방법이 어디를 우선 보호하고 어디를 먼저 복원할 것인지 판단하는 실질적인 기초자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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