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조류 농장, 해양 화학 바꿔 장기 탄소 저장 촉진한다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1-12 22: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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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해조류 양식장이 해저 퇴적물의 환경을 변화시켜 대기 중 이산화탄소(CO2) 제거 효과를 장기간 지속시키는 경로를 강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코네티컷대(UConn) 지구과학부 모즈타바 파흐라이(Mojtaba Fakhraee) 조교수와 예일대 노아 플라나브스키(Noah Planavsky) 등이 참여한 연구는 학술지 Communications Sustainability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해조류 농장이 단순히 바이오매스 생산을 넘어, 해수 탄소 평형 자체를 바꾸는 ‘화학적 피드백’을 통해 탄소 저장을 촉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조류는 식품·의약품·소재 등 다양한 산업에 쓰이는 동시에, 성장 과정에서 CO2를 빠르게 흡수하는 특성이 있어 자연 기반 탄소 제거 수단으로 주목받아 왔다. 다만 해조류 양식의 탄소 격리 효과는 그동안 제한적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았다. 생산된 바이오매스가 결국 분해돼 CO2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가정이 널리 적용되면서, “실질적으로 얼마나 오래 탄소를 묶어둘 수 있는가”에 대한 회의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그 ‘되돌아감’의 경로가 언제나 동일하지 않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연구진은 해조류 농장 아래 해저에서 간과돼 온 과정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퇴적물에서 진행되는 혐기성(무산소) 대사가 탄소의 형태를 바꾸고, 결과적으로 대기-해양 간 CO2 교환에 장기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해조류 농장이 해저로 유기물을 더 많이, 더 빠르게 공급하면서 퇴적물 층이 쌓이고, 그 과정에서 저산소·무산소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할 때 ‘중탄산염(bicarbonate)’ 생성이 증가할 수 있다. 중탄산염은 해수에서 완충제 역할을 하며 pH를 높여(산성도를 낮춰) 물속 탄소의 총평형을 바꾸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이 완충·알칼리화 과정이 강화되면, 탄소가 단기간에 CO2로 재방출되는 경로보다 더 안정적인 형태(용존 무기 탄소 등)로 남을 수 있어, 결과적으로 대기 중 CO2 제거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연구진은 해조류 농장 퇴적물에서 탄소가 어떤 경로로 이동·전환되는지 추적하는 모델을 구축해, 혐기성 호흡과 탄산칼슘 용해 등을 통한 중탄산염 생성 과정을 함께 살폈다. 그 결과, 유기물이 해저에 단순히 매몰되는 경우에도 미생물 활동으로 CO2가 다시 방출될 가능성은 남지만, 중탄산염 생성 경로가 강화될수록 보다 ‘지속적인’ 탄소 저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연구진은 이런 화학적 변화가 수천 년에 걸쳐 오래 지속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전 세계 규모의 잠재력 추정치도 제시됐다. 연구진은 현재 약 350만 헥타르(ha) 수준으로 추정되는 해조류 양식 면적을 바탕으로, 연간 최대 700만 톤의 CO2 격리가 가능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파흐라이 교수는 해조류 양식 산업이 향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면적 증가와 함께 탄소 제거 기여도도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해조류는 생산 과정에서 높은 기술 집약이 필수적이지 않고, 일부 단백질 공급원 대비 온실가스·환경부하 논쟁이 상대적으로 적어 투자 관심이 확대될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곧바로 ‘확정된 탄소 크레딧’으로 연결되기에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현장에서 탄소 포집량이 계절 변화, 수온, 유기물 침강 속도, 퇴적물의 산소 조건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대규모 관측과 정량화가 필수라는 것이다. 어떤 조건에서 중탄산염 생성이 극대화되는지, 농장 운영 방식에 따라 효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을 규명해야 탄소 회계(탄소 크레딧) 적용도 가능해진다는 취지다.

연구진은 해조류 농장이 식량·소재 생산을 넘어 “신뢰할 수 있는 탄소 포집 수단”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탄소 격리 효과가 과소평가된 채 논의가 좁게 형성돼 왔다면, 이제는 해양 화학과 퇴적물 과정까지 포함한 관점에서 해조류 양식의 기후 기여도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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