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플라스틱 오염이 더 이상 해변 쓰레기나 매립지 문제에만 머물지 않고 있다. 과학자들이 측정 장비를 들이대는 곳마다 미세·나노 플라스틱이 발견되면서, 오염의 존재를 넘어 결과(영향)를 정량화하는 일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에베레스트 정상과 마리아나 해구, 구름 속과 건물 내부는 물론 물과 식품, 인체 혈액과 뇌에 이르기까지 “보이지 않는 오염”이 광범위하게 확산된 것으로 보고된다.
스위스 로잔공대(EPFL) 중앙환경연구소(Central Environmental Laboratory)를 이끄는 플로리안 브라이더(Florian Breider)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문제는 사라지지 않고 더 잘게 쪼개진다는 점”이라며, 전 세계에서 매년 배출되는 5,200만 톤 규모의 플라스틱 폐기물과 타이어·의류 등 일상 제품의 마모, 일부 개인 위생용품이 미세 입자 발생의 주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통상 미세플라스틱(5mm~1마이크론)과 나노플라스틱(1마이크론 미만)으로 구분한다. 브라이더는 “나노플라스틱은 일부 생물의 몸 깊숙이 침투해 세포벽을 통과하고 근육 내부에 남을 수 있는 반면, 미세플라스틱은 소화관이나 호흡기에 축적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문제는 제거다. 브라이더는 “유럽과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정수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도 나노플라스틱은 제거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며, 폭우 시 정수장이 과부하될 경우 일부 빗물이 우회 경로로 환경에 직접 방류될 수 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물 한 잔, 채소 한 입, 코팅된 종이컵 커피, 플라스틱 용기 재가열 식품 등 일상 행동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나노플라스틱을 반복적으로 섭취·흡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향 측정을 더 어렵게 만드는 건 플라스틱이 사실상 복합 화학물질 덩어리라는 점이다. 폴리머(고분자) 자체뿐 아니라 색·질감 부여, 노화 방지, 유연성 향상을 위한 각종 첨가제가 함께 쓰이고, 햇빛·열·마찰·산화 등으로 분해되며 대사산물·부산물이 추가로 생긴다. 브라이더는 “폴리머의 종류가 많고 혼합되기도 하며, 여기에 첨가제와 분해 부산물이 결합하면 변수와 가능한 조합이 수천 가지로 늘어난다”고 말했다. 라벨링과 규제의 느슨함도 장애물로 지목된다. 일부 제품은 첨가제 정보가 불완전하거나 부정확해, 결국 어떤 물질이 어디서 나왔는지 식별 비용이 과학자에게 전가된다는 것이다.
이런 조건은 연구 설계 자체를 제한한다. 브라이더는 “명확한 맥락에서만 고도로 표적화된 연구를 수행할 수 있고, 결과가 항상 명확하지 않거나 넓게 일반화하기 어렵다”며, 우리가 다양한 오염원에 동시 노출되어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가려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람 대상 연구는 샘플 수가 적고, 물고기 등 다른 생물에 쓰는 분석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기도 어려워 “기준 데이터(베이스라인)나 기준점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럼에도 연구는 전진 중이다. 브라이더 연구팀은 스위스 응용 인체독성학 센터와 협력해 호흡기를 통한 플라스틱 흡수를 주제로, 폐에 유입된 플라스틱·첨가제가 어떻게 대사되고 폐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체외(in vitro) 방식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플라스틱 오염의 현실적 경로를 보여주는 사례로 브라이더가 든 건 타이어 트레드(마모) 입자다. 미국 태평양 북서부에서 코호 연어 급성 폐사를 설명하는 독성물질로 6PPD-퀴논(6PPD-quinone)이 지목됐고, 이는 도심 대기 오존으로부터 타이어 고무를 보호하는 첨가제(6PPD)의 산화 생성물로 알려졌다.
또한 오랫동안 간과됐던 타이어 마모 입자가 제네바 호수 미세플라스틱의 약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에서 1인당 연간 800g~1kg 수준의 타이어 입자가 배출된다는 추정치와 함께, 이 입자들이 도시뿐 아니라 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고지대 호수에서도 발견되며 바람과 폭우로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제네바 호수 퇴적물을 분석하면서 1900년 이후 스위스 차량 등록 데이터와 과거 핵실험·체르노빌 사고를 시간 표지로 활용해, 특정 타이어 성분의 퇴적 농도 변화가 차량 대수 변화와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책 대응도 뒤따르고 있다. 스위스 연방정부(연방평의회)는 2023년 8월 타이어 마모 잔여물이 미세플라스틱의 가장 큰 공급원이라는 취지의 보고서를 승인하며, 환경·건강 위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저감 해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오염 경로는 식품으로도 이어진다. EPFL과 스위스 연방 식품안전수의국(FSVO) 공동 연구는 스위스 내 9개 유통채널에서 수집한 과일·채소 약 100개 샘플을 분석한 결과, 31%에서 타이어 첨가제 성분(6-PPD, 6PPD-quinone 포함) 흔적이 검출됐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장기적 건강 영향은 아직 단정할 수 없으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결국 과학계의 과제는 명확해지고 있다. “어디에나 있다”는 발견을 넘어, 어떤 형태(입자 크기·폴리머·첨가제·부산물)로, 어떤 경로(물·공기·식품·생태계)로 노출되며, 어떤 결과(생태·건강)로 이어지는지—복합 방정식을 풀기 위한 측정 기술과 표준화된 방법론, 그리고 규제·산업 전환의 연결고리를 동시에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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