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세탁 과정에서 옷감에서 떨어져 나온 폴리에스터 미세섬유가 바다로 곧장 흘러갈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상당수는 연안에 머무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새 연구에 따르면 하천과 하구, 얕은 만, 조류 흐름 등이 자연적인 덫 역할을 하면서 미세섬유의 약 80%가 외해로 나가기 전에 근해에 붙잡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 연구진에 의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와 미국 워싱턴주 연안 해역으로 이뤄진 살리시해(Salish Sea)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폐수처리장에서 배출된 폴리에스터 미세섬유가 어떤 경로를 거쳐 이동하는지 추적했다. 연구 결과는 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Oceans에 게재됐다. 그에 따르면 캐나다 프레이저강 인근의 현장 관측과 고해상도 컴퓨터 모델을 결합한 결과, 미세섬유는 배출원 인근과 해저 지형의 경계부, 수로 뒤편 등에 축적되는 경향을 보였다. 태평양 외해까지 빠져나간 비율은 약 0.13%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퇴적물로 가라앉거나 해안선을 따라 쌓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폴리에스터 미세섬유가 해수보다 밀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길고 가는 형태 때문에 일반적인 입자보다 훨씬 천천히 가라앉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때문에 일부 섬유는 수일간 수면 부근에 머물 수 있으며, 조석과 담수 유입, 외해수 유입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하구 순환이 이들의 이동 경로를 좌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뮬레이션에서는 이러한 조건이 특정 구간에 ‘체류 구역’을 만들고, 섬유가 퇴적물이나 해변에 축적되도록 유도했다.
실제 관측도 모델 결과를 뒷받침했다. 연구진은 프레이저강을 따라 10개 지점에서 상층수 시료를 채취해 폴리에스터 미세섬유 농도를 측정했고, 그 결과는 모델 예측치와 같은 수준의 범위 안에서 일치했다. 이는 미세섬유 대부분이 배출원에서 멀리 이동하기보다 주변 해역에 머무른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해안선은 미세섬유를 붙잡는 중요한 저장소로 확인됐다. 시뮬레이션 결과 전체 입자의 14%는 조석과 수평 혼합 작용으로 해안에 밀려와 해변에 쌓였고, 31%는 해저 퇴적물에 가라앉았다. 연구진은 퇴적과 해변 퇴적이 미세플라스틱의 주요 종착지 역할을 하며, 이 때문에 외해로 수출되는 양이 극히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후안데푸카 해협 입구처럼 유속이 빠른 연안에서는 섬유가 더 멀리 이동한 반면, 퓨젯사운드처럼 흐름이 느린 하구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까운 곳에 머무르는 차이도 확인됐다.
연구는 미세섬유가 외해로 적게 나간다고 해서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경고했다. 연안 퇴적물은 장기 저장소 역할을 하다가 폭풍이나 강한 조류가 발생할 경우 다시 물속으로 미세섬유를 방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하구와 얕은 만은 자연적인 여과장치인 동시에 미세섬유 오염의 ‘핫스폿’이 될 수 있으며, 지역 생물다양성, 퇴적물 건강성, 연안 주민 생활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연구진은 미세섬유 오염 관리의 핵심은 결국 발생원 저감에 있다고 강조했다. 세탁 과정에서의 여과 성능 개선, 폐수처리 효율 향상, 섬유 생산 방식 개선 등이 병행돼야 하며,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이해하려면 대양만이 아니라 하천·하구·연안의 동적 과정을 함께 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역 차원의 대응이 결국 전 지구적 오염 저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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