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가스레인지 꺼진 상태 누출 주의보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3-28 22:3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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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유럽 일부 가정에서 사용되는 가스레인지가 꺼진 상태에서도 가스를 누출하고, 이 과정에서 발암물질인 벤젠 노출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벤젠은 백혈병 등 혈액암과 연관된 물질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인체 노출이 암과 혈액학적 이상을 포함한 다양한 건강영향과 관련돼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의 에너지·보건 연구기관 PSE 헬시 에너지와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최근 학술지 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발표한 논문에서 영국·네덜란드·이탈리아 7개 도시의 가정용 천연가스를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스토브의 40%에서 사용하지 않는 상태의 누출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유럽 가정에서 공급되는 가스 내 벤젠 존재와 주방 내 누출 위험을 함께 측정, 모형화한 첫 연구라고 설명했다.

분석 결과, 조사 도시들의 가스 내 평균 벤젠 농도는 기존 북미 평균보다 9배에서 73배 높았다. 도시별 평균 농도는 암스테르담 146ppm, 런던 128ppm, 밀라노 17ppm으로 나타났으며, 밀라노 역시 북미 평균과 비교하면 약 9배 높은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가스레인지의 제조사, 가격, 연식이 누출 여부를 설명하지 못했고, 국가 간 뚜렷한 차이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실제 측정한 누출량과 가스 속 벤젠 농도를 바탕으로 실내 공기질을 모형화한 결과, 약 9%의 가정에서는 실내 벤젠 농도가 유럽연합(EU) 연간 기준치인 1.6ppbv를 넘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가장 높은 사례는 런던의 한 주방으로, 모형상 실내 벤젠 농도가 22ppbv까지 오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이런 노출 계산이 가스기기 사용 중 연소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벤젠이나 다른 가스기기 누출은 제외한 보수적 추정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런 누출을 냄새만으로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영국과 네덜란드의 경우 누출 감지를 위해 가스에 첨가하는 황계 냄새물질 농도가 충분하지 않아, 실내 벤젠 농도가 기준치를 넘는 수준의 누출도 거주자가 냄새로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영국에서는 평균적인 냄새물질 수준을 기준으로 할 때, 누출로 인한 벤젠 농도가 기준치의 수십 배 수준에 이르러서야 감지가 가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WHO는 벤젠이 주로 흡입을 통해 인체에 노출되며, 일반 환경뿐 아니라 가정 내에서도 석유계 제품과 담배 연기 등을 통해 노출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번 연구는 가정용 천연가스 자체가 실내 벤젠 노출의 또 다른 경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가스 누출이 폭발 위험이나 메탄 배출 문제를 넘어 실내 공기질과 장기 건강위험의 문제로도 다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연구 결과를 유럽 전체 가정에 그대로 일반화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영국 사이언스미디어센터를 통해 전문가들은 이번 논문이 실제 실내 공기를 광범위하게 측정한 연구라기보다, 가스 조성과 누출량을 바탕으로 실내 노출을 추정한 모형 연구라는 점을 짚었다. 일부 전문가는 대다수 사람에게서 이 노출원이 전체 대기오염 위험 가운데 상대적으로 작은 축일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가스 누출 추적과 전기화가 실내 공기질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는 공감했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가스레인지 안전 문제를 다시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기존에는 가스레인지 사용 중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질소나 벤젠에 주목한 연구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꺼진 상태의 누출 자체가 별도의 건강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구진은 환기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가정 내 누출 관리와 공급가스 성분 관리, 장기적으로는 가스기기의 전기화가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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