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산물 무역, PFAS ‘컨베이어 벨트’ 돼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5-12-24 22: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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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생선 섭취가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인식과 달리,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PFAS(과불화·폴리플루오로알킬 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해산물 무역을 통해 국경을 넘어 확산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된 새 연구는 전 세계 해산물 거래가 수십 년간 환경에 잔류하는 PFAS를 대규모로 이동·전달하는 체계로 기능해 왔다고 분석했다.

PFAS는 논스틱 조리기구, 화장품, 식품 포장, 소방 폼 등 다양한 제품에 쓰여 왔으며, 환경에서 잘 분해되지 않는 특성 때문에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린다. 연구진은 PFAS가 암과 간 질환 등 심각한 질병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해산물 섭취를 통한 노출 경로를 정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에 따르면 PFAS는 공기와 물을 통해 장거리 이동이 가능하고, 해양으로 흘러들어간 뒤 플랑크톤·조류 등 먹이사슬 하단의 작은 유기체에 먼저 흡수된다. PFAS는 분해되지 않아 체내에 축적되며, 작은 물고기가 이를 섭취하면 독성 물질이 먹이사슬을 타고 상위 포식자까지 전달된다. 결국 대형 포식성 어류처럼 인간 식탁에 오르는 어종에서 조직·기관 내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선전 남부과학기술대학교 환경과학공학부 연구진은 PFAS가 어류 체내에서 어떻게 이동·축적되는지 ‘지도화’하는 작업에 나섰다. 연구진은 212종에 이르는 다양한 어종을 포함한 컴퓨터 모델을 구축해 먹이사슬 내 농축 과정을 추적했고, 여러 국가의 어류를 대상으로 한 실험실 검사로 모델을 검증했다. 이후 이 데이터를 글로벌 무역 기록과 결합해, 어류와 PFAS가 국가 간 거래를 통해 어떻게 이동하는지 분석했다.

연구의 핵심 결론은 국제 어류 거래가 ‘글로벌 컨베이어 벨트’처럼 작동해 오염 지역의 PFAS를 수천 마일 떨어진 소비자에게까지 재분배한다는 점이다.

이 연구 이전에는 PFAS 문제가 대체로 지역적 성격을 띤다고 보는 경향이 있었다. 자국의 강과 바다가 깨끗하면, 자국에서 소비하는 생선도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이라는 가정이다. 그러나 연구진은 해산물 수입 구조에 따라 ‘청정 수역’ 국가에서도 PFAS 노출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이 제시한 사례로, 이탈리아의 스웨덴산 생선 구매 비율은 11%에 불과하지만, 해당 수입이 PFAS 노출의 35%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소비국의 노출 수준이 국내 환경 상태만으로 설명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PFAS 노출이 국경을 존중하지 않는 만큼 공중보건 보호를 위해 통일된 글로벌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특히 국제 어류 거래에 대한 관련 지침의 발전과 장쇄 PFAS의 강화된 통제를 통해 해양 어류 섭취로 인한 인간의 PFAS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글로벌 협력과 정책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규제 효과를 뒷받침하는 근거도 제시했다. 연구진은 PFOS(퍼플루오로옥탄설폰산)를 단계적으로 제거하려는 전 세계적 노력 이후, 2009년부터 해양 어류에서 해당 물질로 인한 건강 위험이 72% 감소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해산물 안전을 둘러싼 논의가 생산지의 오염 관리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국제 무역 구조와 화학물질 규제의 국제 공조까지 포괄해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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