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강우로 지하수 수위 지도화된다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2-02 22: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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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동남아시아 열대 이탄(peat) 지대가 ‘탄소 저장고’라는 통념과 달리, 자연적으로 물에 잠긴 상태에서도 흡수량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순배출원(net source)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위성 강우 자료를 활용해 지하수 수위를 공간적으로 추정하고, 이를 현장 관측과 결합해 월별 배출 지도를 작성함으로써 지역·계절에 따른 배출 변동성을 정밀하게 포착했다고 밝혔다.

열대 이탄 늪지대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에서 수천 년 동안 식물이 무성하게 자라다 물에 잠긴 저산소 환경에서 서서히 분해되며 형성됐다. 폭우가 잦아 연중 상당 기간 침수되는 조건에서는 죽은 식물층이 쌓여 탄소가 풍부한 이탄으로 압축되고, 그 결과 막대한 탄소가 대기 대신 토양에 저장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이탄지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강우 패턴에 따라 지하수 수위가 크게 흔들리면서 시·공간 변동이 커, 정확한 측정이 어렵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이에 연구진은 Japan Aerospace Exploration Agency (JAXA) 위성 자료로 지역별 강우 변화를 먼저 추적한 뒤, 이를 기반으로 지하수 수위를 지도화하고, 11개 모니터링 지점의 CO₂·CH₄(메탄) 직접 관측치와 결합해 월별 온실가스 배출 지도를 만들었다. 연구는 AGU Advances에 게재됐다.

연구팀이 2011~2020년 수마트라·보르네오·말레이 반도 일대 이탄지에 새 방법을 적용한 결과, 이탄 늪지대 숲이 자연적으로 물에 잠긴 상태에서도 흡수량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CO₂·CH₄)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보고했다. 이는 이탄지가 항상 탄소 흡수원으로 기능한다는 기존 인식에 의문을 던진다.

문제는 인간 활동이 배출을 급격히 키운다는 점이다. 지난 수십 년간 이 지역 이탄지는 배수돼 농업 용도로 전환돼 왔는데, Hokkaido University의 히라노 다카시 교수는 “배수는 지하수 수위를 낮춰 탄소가 풍부한 이탄을 공기에 노출시키고, 이는 이탄 분해를 가속해 CO₂ 배출을 늘리는 대신 메탄 배출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의 10년 자료 분석에서는 이탄지 배수만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3배, 농경지로 전환하면 6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제시됐다.

극한 기후도 배출을 밀어 올린다. 연구에 따르면 엘니뇨와 연관된 가뭄은 이탄지 배출을 더 키워, 지역 전체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16%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지역 이탄지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일본 연간 배출량의 약 30%에 해당할 수 있다고도 추정했다.

한편 미래 전망은 단선적이지 않다. 기후 모델이 21세기 중반 강우 증가를 예측하는 가운데, 강우가 늘면 지하수 수위가 높아져 이탄 분해가 느려지고 조건에 따라 배출이 감소할 가능성도 제시됐다. 다만 어떤 경로로 갈지는 ‘관리’에 달려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이탄지는 육지 면적의 약 3%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모든 숲을 합친 것보다 두 배 이상 많은 탄소를 저장한다. 연구진은 “강우 패턴 변화와 토지 이용·수문 관리 방식이, 향후 이탄지가 기후 시스템에 미칠 영향을 좌우할 핵심 변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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