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태양광을 직접 이용해 물에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광촉매 소재가 개발됐다. 값비싼 금속 촉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청정수소 생산 비용을 절감할 가능성이 있어 차세대 태양광 연료 기술로 주목된다.
미국 오리건주립대학교(OSU) 연구진은 빛 에너지를 흡수해 물에서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금속-유기 골격체(Metal-Organic Framework·MOF) 계열의 광촉매를 개발했다. 연구는 OSU 과학대학의 키리아코스 스틸리아누(Kyriakos Stylianou) 교수가 이끌었으며 연구 결과는 미국화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에 게재됐다.
수소는 연료전지를 비롯해 암모니아와 각종 화학제품 생산, 금속 정제, 플라스틱 제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사용된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 수소 생산의 상당 부분은 천연가스를 이용한 증기메탄개질 방식에 의존하고 있어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이에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는 청정수소 생산 기술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대표적인 방식은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이용해 물을 분해하는 수전해지만, 전력 가격과 전해조 설비 비용 때문에 화석연료 기반 수소보다 생산비가 높은 것이 걸림돌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를 거치지 않고 빛 에너지를 직접 활용하는 광촉매에 주목했다.
광촉매는 빛을 흡수하면 높은 에너지 상태로 전환되고, 이 에너지를 이용해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물질이다. 촉매 자체는 반응 과정에서 영구적인 화학 변화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반응 속도를 높인다.
연구진이 활용한 소재는 ‘BVR-19’로 불리는 MOF다. MOF는 양전하를 띤 금속 이온과 이를 연결하는 유기 분자로 구성된 결정성 다공성 물질로, 나노미터 크기의 기공과 조절 가능한 구조를 갖는다.
금속과 유기물의 조합을 달리해 다양한 특성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지금까지 화학자들이 실제 합성한 MOF만 약 10만 종에 이르며, 이론적으로 특성이 예측된 구조까지 포함하면 수십만 종에 달한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한 BVR-19의 특징은 빛에 반응하는 황-황 결합이다. 빛을 받으면 이 결합이 일시적으로 끊어지면서 반응성이 높은 황종이 형성되고, 이를 통해 빛에서 얻은 에너지와 전자를 수소 생성 반응에 활용한다.
기존 광촉매 연구가 주로 금속 원자의 촉매 기능에 의존해왔다면 이번 소재는 황을 포함한 유기 구성 요소가 빛 에너지를 포착하고 전자를 이동시키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스틸리아누 교수는 “우리 소재는 주로 금속 원자에 의존하는 대신 황을 포함한 유기 성분을 이용해 빛 에너지를 포착하고 전자를 필요한 위치로 이동시켜 수소를 생산한다”며 “이는 광촉매 소재를 설계하는 방식 자체를 다르게 접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별도의 고가 금속 촉매를 추가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향후 태양광 기반 수소 생산 장치의 구조와 비용을 단순화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BVR-19가 실온의 수용액에서 자발적으로 형성된다는 점 역시 소재 제조에 필요한 에너지를 줄일 수 있는 장점으로 평가된다.
현재 수소 생산비에서도 청정수소는 화석연료 기반 수소보다 불리하다. 연구진에 따르면 천연가스의 증기메탄개질 방식으로 생산하는 수소 가격은 ㎏당 약 1.5달러인 반면, 재생에너지 전력을 이용한 그린수소는 약 5달러 수준이다. 청정수소가 기존 수소와 경쟁하려면 생산 과정에서 필요한 에너지와 촉매 비용을 낮추는 것이 핵심 과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단순히 하나의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고효율 광촉매 설계를 위한 원칙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속 종류를 바꾸면서 다른 구조는 거의 동일하게 유지한 MOF를 비교한 결과, 어떤 조성이 수소 생산 성능을 향상시키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연료 생산 소재를 설계할 때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스틸리아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친환경 수소의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더 나은 소재를 설계하기 위한 청사진을 제공한다”며 “태양광 연료 생산을 위한 보다 효과적인 물질을 만드는 새로운 설계 규칙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기술이 곧바로 상용 수소 생산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산업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장시간 사용했을 때 촉매의 안정성과 수소 생산 효율, 대면적화 가능성, 소재 제조비용 등을 추가로 검증해야 한다. 그럼에도 태양에너지를 전기로 한 차례 변환한 뒤 수전해에 사용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빛을 직접 화학에너지인 수소로 전환하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향후 그린수소 생산비를 낮출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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