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활동이 북극 화재 위험 키운다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8-07 22: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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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기후변화로 북극의 기온 상승과 건조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인간 활동이 북극 화재 발생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위성자료를 이용해 북극 전역을 분석한 결과, 인간 활동이 집중된 지역에서는 기후조건이 비슷한 다른 지역보다 화재가 약 2.5배 자주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 취리히대학교(UZH)가 주도하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우주비행센터와 독일 뮌스터대학교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2001년부터 2013년까지 범북극 지역에서 인간 활동과 화재 발생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게재됐다.

그동안 북극 툰드라 화재 연구는 주로 기온 상승과 가뭄 등 기후 요인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최근 북극에서는 석유·가스 생산과 광업 등 자원개발이 확대되고 정착지와 도로, 산업시설도 빠르게 늘면서 인간 활동이 새로운 화재 위험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문제는 북극 전역의 인간 활동을 일관된 방식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연구진은 인공위성이 관측한 ‘야간 인공조명’을 인간 활동의 대리지표로 활용했다. 도시나 정착지뿐 아니라 산업시설, 도로 등 인간 활동이 집중된 곳에서는 야간조명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센기즈 아칸딜 UZH 박사후연구원은 “인공조명이 나타나는 북극 지역에서는 기후적으로 유사하지만 조명이 없는 지역보다 화재가 2.5배 더 자주 발생했다”며 “화재 발생은 조명이 있는 지역에 가까울수록 높아져 인간 활동과 북극 화재 사이에 강한 공간적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진은 인간 활동이 북극 화재의 유일한 원인이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기온과 습도, 가뭄 등 기후조건은 여전히 화재 발생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며, 이번 연구는 여기에 인간 활동이 추가적인 점화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북극 지역에서는 도로 건설과 광산 개발, 석유·가스 생산시설 운영, 정착지 확대와 함께 인간의 이동과 기계 사용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차량이나 산업설비, 전력시설, 야외 활동 등을 통해 새로운 화재 점화원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은 인공조명이 관측되는 지역 가까이에서 화재 발생 빈도가 높았지만, 지역별 차이도 상당했다고 밝혔다. 이는 인간 활동의 규모뿐 아니라 화재 예방체계와 관리 수준, 소방 인프라 등이 실제 화재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NASA 고다드우주비행센터의 미구엘 로만 공동저자는 이번 연구가 환경과 인간 시스템을 하나의 연결된 지구시스템으로 분석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기후와 생태계뿐 아니라 산업개발과 정착, 인프라 같은 인간 활동을 함께 고려해야 실제 화재 위험을 보다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극 화재의 영향은 화재 발생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화재는 주택과 산업시설, 교통망을 직접 위협할 뿐 아니라 연기와 미세먼지를 발생시켜 지역 주민의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북극 원주민과 지역공동체가 의존하는 생태계와 문화적으로 중요한 경관도 훼손될 수 있다.

특히 툰드라와 북극 토양이 불에 타면 지표면의 식생과 유기물층이 제거되면서 영구동토층이 열에 더욱 노출될 수 있다. 이는 영구동토층 해빙을 촉진하고 토양에 저장돼 있던 탄소를 대기로 방출해 기후변화를 다시 가속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북극 화재에서 발생한 연기는 대기 흐름을 따라 수천㎞ 이동하기도 한다. 캐나다 북부의 대형 산불에서 발생한 연기가 대서양을 건너 유럽까지 도달한 사례처럼 북극 화재의 영향은 지역 경계를 넘어 확산될 수 있다.

연구진은 앞으로 북극 개발과 기후변화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인간 활동과 관련된 화재 관리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화재 예방을 토지이용계획과 산업시설 운영, 지역사회 보호정책에 함께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북극 산불을 단순히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현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온난화와 건조화가 화재가 발생하기 쉬운 조건을 만드는 가운데 인간 활동이 실제 점화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북극의 개발이 확대될수록 기후 적응정책과 함께 인간에 의한 점화원을 줄이는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북극 생태계와 지역사회를 보호하는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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