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이전지 발암물질로 범벅

동두천, 부평, 김제, 용산 등 누가 살 것인가
박원정 기자 awayon@naver.com | 2015-07-01 16:50:17

△ 미군 폐기물 처리장이었던 부평 캠프 마켓에서 토양오염 관련

    조사를 벌이고 있는 모습 (제공 인천녹색연합) 

동두천·부평·김제·용산…

미군 이전지 오염-발암물질 범벅
누가 이곳에 발을 붙이고 살까


주한미군이 머물렀던 자리는 아직도 신성불가침 지역인가.


이전한 지 40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땅속에서 벙커C유 등 각종 유류를 비롯, 발암물질인 벤젠과 다이옥신 등 나와서는 안 될 물질이 검출되고 있다.

 

일부 기지에선 환경오염 조사가 한창 이루어지고 있고, 또 한편에서는 오염지에 대한정화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도 있다. 국내 이전기지 중 몇 군데를 골라 현재 문제점과 진행상황을 알아봤다.


대학부지 동두천 캠프 캐슬, 완전 정화 가능한가
10년 전부터 반환 협상을 벌여온 동두천 캠프 캐슬(20만6979㎡) 미군기지가 7년 만에 합의를 하고 올 3월 완전 반환됐다. 미2사단 공병대대가 60년 이상 기지로 사용하다 해체됐고, 다른 미군이 잠시 머물기도 했지만 최근 10여 년간 폐쇄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미군 측이 기지를 무상사용 했음에도 반환협상을 하면서 부산 미군폐품처리장(DRMO)과 함께 오염된 토양정화사업 비용을 우리 측이 부담하기로 해서 논란이 됐었다. 미군 측이 환경오염 예방 등에 소홀한 나머지 그동안 기름 오염이 계속 제기돼 왔고, 기준치의 127배가 넘는 유류 성분에 심하게 오염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부영공원(부평미군기지 인근) 정화현장 (제공=인천녹색연합)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우원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3월 26일 동두천 캠프 캐슬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확인한 결과 전체 기지 면적의 27.6%인 4만3073㎡가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 같은 오염 현황은 미군기지 반환 절차에 적용되는 ‘공동환경평가절차서’에 따라 환경기초조사 및 위해성 평가를 실시한 후 나온 결과물이다.  

오염물질별로는 토양 오염도를 나타내는 석유계총탄화수소(이하 TPH)가 기준치의 최대 127.7배 초과해 검출된 곳이 있고, 발암물질인 벤젠도 기준치의 5.7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수도 17개 시료를 채취, 분석했는데 23.5%인 4개 시료에서 TPH가 생활용수 기준을 최대 3배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곳은 동양대학교 북서울(동두천) 캠퍼스가 들어올 부지로 시민들은 과연 땅 밑의 오염원이 완전 제거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담보로 한 위험한 처사”라며 “정화 작업을 끝내고 시설 신축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방부가 국비 총 158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2017년 12월까지 단계적으로 정화작업이 진행중이다. 일부에선 2005년 미군 기지가 폐쇄되면서 주변 공동화가 심화되고 지역 경제가 침체돼 왔는데, 이번 대학 캠퍼스 이전으로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평 캠프 마켓, 다이옥신 검출-오염원 폐기 들통
환경부가 지난 1월 부평 미군기지 캠프 마켓 기지 내부 오염원 실태 조사에 따르면 맹독성 물질 다이옥신이 다량 검출돼 지역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이 기지 내부에는 5년 전까지 사용됐던 주한미군 폐기물 처리장(DRMO)이 있는데, 이곳에서 흘러나온 오염 물질에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캠프 마켓 바로 옆에는 60년 넘게 사용된 부평 미군 폐기물 처리장이 있는데 5년 전 폐쇄됐지만, 내부 오염 상태는 심각하다 못해 충격 그 자체다.


인천녹색연합이 미군 내부 문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었는데 1급 발암물질인 PCB, 수은, 석면 등이 다량 폐기됐던 사실이 밝혀졌다. 토양의 약 5%가 기름인 것으로 드러났고, 기지 내부뿐만 아니라 기지 인근 지역의 오염 상태도 심각하다.


부평 DRMO에서는 지난 2010년까지 주한 미군기지에서 발생하는 각종 폐기물을 처리했던 곳이다. 아파트 단지밖에 없는 이곳은 각종 폐기물들로 인해 PCB, 석면, 수은 등 인체에 치명적인 위해물질들로 심각하게 오염돼 있는 것이 확인됐다.


특히 이곳 주변에서 다이옥신이 다량 검출됐는데, 다이옥신의 여러 종류 중 가장 독성이 강한 TCDD의 수치가 공단 주변 평균치보다도 24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방부서 미군기지 바로 옆 한 공원에 대해선 토양 정화작업에 들어갔지만, 다이옥신이나 PCB 등 맹독성 물질을 제외한 유류 중금속 위주로만 진행돼 반쪽짜리 정화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캠프 마켓 미군기지에서 1980년 말 맹독성 물질인 폴리염화비페닐(PCB) 등을 다량 처리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인천녹색연합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미군측은 1987~89년 3년간 기지 안 폐기물처리장에서 PCB 448드럼(9만ℓ)을 비롯, 수은폐기물 10파운드, 석면 2580파운드, 배터리산 118캔, 솔벤트슬러지 82드럼, 하이포솔루션 77드럼 등 맹독성 물질을 처리했다고 기록된 문서를 찾아냈다. 이 폐기물처리장은 4년 전 폐쇄될 때까지 60년 넘게 미군부대에서 나온 특수 폐기물을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처리 내용은 미공개 상태다.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부평 미군기지는 다이옥신과 폴리염화비페닐, 석면, 수은 등 치명적인 인체 위해 물질들로 매우 심각하게 오염됐다는 것이 여러 조사에서 확인됐다. 불평등하다고 평가받는 소파 협정을 적용하더라도 부평기지 오염 정화의 책임은 분명히 미군에 있다”며 “한-미 양국은 물론 민관 합동으로 미군 측의 기지 반환에 앞서 철저한 조사와 정화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제 40년전 미군 미사일 기지 지금도 오염 몸살 

전북 김제시 황산동엔 40여년 전에 미군 미사일 기지가 있었는데 아직도 주변 땅이 기름 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이다.

이 지역은 1970년대 초까지 미군 미사일 기지로 사용 됐고, 이후 2008년까지 한국 공군포대가 주둔하다 철수해 지금은 국방부가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미군이 철수한 지 40년 이상이 흘렀는데 땅속에서 기름 등 오염 잔해물이 여전히 발견돼 주민들이 대책 마련을 주장하고 있다.

 

△ 전북도의회 정호영 의원(가운데)이 미사일 기지 오염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공 전북 도의회)

그리하여 전북도의회 정호영 의원은 지난달 초 옛 군부대가 있었던 김제시 황산동 덕조마을 주변 농경지에서 채취한 시료를 지난달 전북도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해 토양오염을 분석한 결과, TPH가 농경지 기준치 500㎎/㎏의 7배가 넘는 3594㎎/㎏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TPH는 등유·경유·제트유·벙커C유 등의 기름에 의해 토양이 얼마나 오염됐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된다. 특히 반환된 미군기지에 대한 환경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대표적 오염물질이다. 보건당국은 이 물질에 오염되면 식물이 자라지 못하고, 암을 유발하는 등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마을 한 주민은 한 언론에 “지금도 집 근처 30m 지점을 파면 역한 기름 냄새가 코를 찌른다”며 “토양뿐 아니라 지하수도 기름 냄새 때문에 식수로 사용할 수가 없어 10여년 전에 상수도로 바꿨다”고 밝혔다.


김제시는 지난해 4월 이곳에 주민 쉼터를 조성하려고 국방부에 사용허가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국방부는 그해 8월 “미발견 지뢰지역으로 사고 위험이 많은 위험지역이어서 사용허가를 내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한편 국방부는 정밀조사 의뢰가 오면 민관군 합동조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이며, 김제시는 현재 이 곳에 대해 정밀조사를 진행중이다.


용산기지 14년 만에 조사…벤젠 등 검출 확인
녹사평역 기름 오염사태의 원인을 밝혀낼 수 있을까.


서울 용산 미군기지가 기름 유출사건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우리 환경 전문가가 직접 조사에 나갔다. 환경부와 서울시는 국립환경과학원과 한국농어촌공사에 의뢰해 지난달 26~29일 용산 미군기지 내부에 전문가 5명을 보내 지하수 관정 32곳 중 18곳의 시료를 채취했다고 밝혔다.


한국 전문가들이 미군기지 안에 들어가 조사를 한 것은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유류 오염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인 2001년 이후 14년 만이다. 용산 미군기지는 미국령이어서 미군이 원치 않을 경우 들어가 조사할 수 없다. 현재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시료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고 있으며 조사 결과 발표는 예상보다 다소 늦어져 이달 초쯤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지금까지 2013년부터 줄곧 용산기지 조사 요구를 해왔다.막대한 예산을 들여 내부 정화작업을 꾸준히 벌여왔으나, 내부 오염을 그대로 둔 채 외부만 정화해서는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2013년 6월 환경부·미군·서울시로 구성된 환경공동실무협의체가 구성됐고, 지난해 12월 열린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 회의를 거쳐 이번 조사가 이뤄졌던 것이다.


국립환경과학원과 농어촌공사 합동조사팀은 기름 유출 때 검출되는 벤젠·톨루엔·에틸벤젠·크실렌(BTEX)과 TPH 등의 검출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2014년 녹사평역 주변 지하수에서의 벤젠 검출량은 1ℓ당 평균 0.836㎎으로 기준치인 1ℓ당 0.015㎎의 55배를 넘었고, 최고 수치는 1ℓ당 8.878㎎으로 기준치의 578배에 달해 미군 기지로 인한 오염도가 심각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서울시는 이번 시료 조사 결과 오염이 확인되면 미군이 직접 정화한 뒤 반환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문가 “최근 반환기지가 오히려 오염 심각 수준”
최근에 반환된 미군기지가 2007년에 반환된 23개 기지의 오염 상태보다 훨씬 심각한 정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문가가 주장했다.


채영근 인하대 법학과 교수는 지난 5월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미군기지 반환협상,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반환 미군기지 협상의 문제와 대안’이라는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채 교수에 따르면 반환 미군기지 지하수에 대한 오염조사 결과, 24개 시료 중 9개 시료가 지하수의 수질보전 등에 관한 규칙의 정화기준(생활용수 기준)을 초과했고, TPH의 최고농도는 3.65㎎/ℓ에서 885㎎/ℓ까지 나타났으며 벤젠 4.02㎎/ℓ, 톨루엔 1.06㎎/ℓ, 에텔벤젠 1.46㎎/ℓ, 크실렌 5.69㎎/ℓ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지역의 지하수 관측정에 대한 부유 기름 존재 여부를 관측한 결과, 2개 지점에서 부유 기름이 최고 1.37m까지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채 교수는 “기지 면적의 15만6261㎡ 중 6만6339㎡가 오염됐고, 오염토양의 부피 역시 그 어느 반환된 기지보다도 많았다”면서 “지하수 오염실태는 2007년 반환기지 중 가장 심각했던 곳 중의 하나인 춘천 캠프 페이지의 오염 정도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그동안의 미군기지 반환 사례들에서 현재의 환경관련 양국의 합의에 근거해서는 미군의 정화책임을 이끌어 낼 수 없음을 확인했다”면서 우리 정부가 미국 측의 조치를 더 이끌어내는 방안, 우리 비용으로 오염치유를 하는 방안, 협정 개정을 통한 미국 측의 환경책임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한편 녹색연합 관계자는 “부평 캠프 마켓 등 유류 오염사고로 인해 기지 밖으로 오염물질이 새어나오는 기지들이 줄줄이 반환을 코앞에 두고 있다”면서 “굴욕적인 반환 협상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정부는 미군기지 오염문제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고 현재의 절차(JEAP, SOFA 환경 조항)에 대한 전면 검토와 함께 협상에 대한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국방부에 밝힌 협상 결과를 보면, 환경오염의 정도가 위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심각한 상황임에도 정화책임을 전적으로 우리 정부가 부담하기로 했다”고 지적하고 “우리 정부와 국민을 위해 행사해야 할 권리를 일방적으로 전부 포기한 것이어서 법령상 직무를 방치한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환경미디어 박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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