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기후 변화가 플라스틱을 더 잘 부서지고 더 멀리 퍼지는 오염 물질로 바꿔 놓으면서, 플라스틱 오염과 기후위기가 서로를 악화시키는 ‘공동 위기’가 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자들은 특히 미세플라스틱이 환경으로 더 유입되기 전에 생산·사용 단계에서 강력한 제동을 걸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생태적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런던 임페리얼칼리지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프론티어 인 사이언스에 게재한 최신 리뷰 논문에서 “기후 변화 조건이 플라스틱을 더 이동성이 높고, 더 오래 남으며, 더 유해한 오염 물질로 만든다”며 “미세플라스틱이 되는 분해 속도는 빨라지고, 조각들이 훨씬 먼 거리까지 확산되며, 그 결과 생태계와 인간이 받는 노출과 영향이 크게 증가한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1950년부터 2023년까지 전 세계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은 약 200배 증가했다. 플라스틱 제조와 기후 영향이 동시에 커지는 상황에서, 온난화가 이 오염 문제를 한층 악화시키는 ‘증폭 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기존 연구들을 종합 분석한 결과, 온도 상승과 습도 증가, 자외선 노출 확대가 모두 플라스틱 분해를 촉진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여기에 폭우·홍수·강풍 등 극한 기상 현상과 결합하면, 이미 지구상에 쌓여 있는 약 60억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더 잘게 부서지고, 매립지·하천·해양·토양·대기 등으로 더 넓게 퍼져 나가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미세플라스틱은 수중 생태계의 영양 순환을 방해하고, 토양 건강을 해치며, 작물 수확량을 떨어뜨릴 수 있다. 또 일정 농도를 넘어서면 먹이활동·번식·행동 등 생물의 기본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다른 오염 물질의 ‘트로이 목마’ 역할도 한다. 금속, 살충제, PFAS(영원한 화학물질) 같은 유해 물질이 미세플라스틱 표면에 달라붙어 함께 이동할 수 있고, 난연제나 가소제처럼 플라스틱 자체에 들어 있는 유해 화학물질이 더 쉽게 용출되도록 만드는 역할도 한다. 기후 조건 변화는 이러한 부착·이동·용출 과정을 더욱 촉진한다.
얼음과 결합했던 역사적 플라스틱도 문제다. 바다 얼음은 형성될 때 미세플라스틱을 흡수·농축해 해수에서 잠시 제거하는 역할을 하지만, 온난화로 해빙이 녹으면서 그동안 가둬 두었던 미세플라스틱이 한꺼번에 바다로 풀려 나오는 새로운 오염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 스트레스와 플라스틱 오염이 동시에 작용할 때 그 영향은 특히 해양 생태계에서 두드러진다. 산호, 바다달팽이, 성게, 홍합, 물고기 등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에서는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개체가 수온 상승과 해양 산성화에 대응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터식 섭식 생물인 홍합은 주변 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을 걸러 농축한 뒤, 이를 먹이사슬 상위 포식자에게 전달하는 ‘중간 매개체’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먹이사슬 위단계로 갈수록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높아지는 생물농축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미 여러 스트레스 요인에 취약한 상위 영양단계의 종들에게는 이중·삼중 타격이다. 한 연구에서는 수온 상승 시 물고기의 미세플라스틱 관련 사망률이 최대 4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고, 또 다른 연구에서는 온난화로 인한 해양 저산소 상태가 심화될수록 대구의 미세플라스틱 섭취량이 2배로 늘어나는 결과도 보고됐다.
긴 수명을 가진 해양 포식자일수록 위험은 더 크다. 연구진은 “범고래(오르카)와 같은 최상위 포식자는 일생 동안 상당한 수준의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되는 만큼, 기후 변화와 플라스틱 오염의 이중 타격에 특히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세플라스틱이 육상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토양·식생·미생물 등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수생 생태계보다 상호작용이 훨씬 더 복잡하고 예측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우선 플라스틱 자체를 어떻게 만들고 쓰고 버릴지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특히 전체 생산량의 약 35%를 차지하는 비필수 일회용 플라스틱을 우선적으로 줄이고, 처녀(새로운) 플라스틱 생산을 제한하는 한편, 재사용·재활용을 전제로 한 설계와 국제 표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또 플라스틱 오염과 기후 스트레스 요인의 상호작용을 정책·연구·모니터링 체계에 함께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제한된 자원 속에서 어떤 지역과 어떤 종, 어떤 오염원을 우선적으로 관리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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