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의 신경증과 칠기탕, 구취와 매핵기

[WHY 입냄새, WHAT 구취] 김대복 박사의 종횡무진 냄새 문화 탐험<124>]
이형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8-04-16 16: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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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절반은 입 냄새에 예민하다. 구취는 타인에게 불쾌감을 줘 대인관계 및 사회생활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입 냄새는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예외가 없다. 한의학 박사인 김대복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의 입 냄새 문화 산책을 시리즈로 엮는다.   
  

▲ 한의학 박사 김대복 

"왕이 말했다. ‘꿈속에서 생각했다. 현호색(玄胡索)을 먹으면 병이 나을 것 같았다. 이를 먹었더니 과연 가슴과 배의 아픈 증세가 조금 덜했다. 이것이 무슨 약인가.’ 한계희가 대답했다. ‘현호색은 흉복통(胸腹痛) 치료약입니다.’ 이에 현호색을 가미(加味)한 칠기탕(七氣湯)을 올렸더니 과연 병환이 나았다.“ <세조 12년 10월 2일>

동전은 양면이 있다. 밝음 뒤에는 어둠이 있다. 세조는 카리스마 군주다. 강력한 권력을 행사했지만 그만큼 마음 고통도 심했다. 누적된 스트레스는 질환을 부른다. 세조는 야사에 피부병으로 버거워한 왕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더 큰 고통은 심리적인 것이었다. 왕은 불면증과 우울증 경향이 있었다. 이를 세조실록 12년 10월 2일 기록에서 읽을 수 있다.

왕은 꿈속에서 현호색(玄胡索)을 복용했더니 지병이 나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는 임금이 평소에 지병으로 큰 고통을 받았음을 생각할 수 있다. 여러 지병 치료 약재에 대한 풍부한 지식도 유추할 수 있다. 세조는 의학에 조예가 깊었다. 직접 편찬한 의약론(醫藥論)에서 의사를 심의(心醫) 등 8등급으로 분류한 바도 있다. 왕은 약재의 효능에 대해 물었고, 어의는 현호색을 곁들인 칠기탕(七氣湯)을 처방한다. 그 결과 세조의 질병이 나았다.

실록에는 현호색이 등과 배의 통증 치료약재로 설명된다. 그렇다면 칠기탕과 현호색의 용도를 보면 세조의 질환을 추론할 수 있다. 칠기탕은 칠정(七情)에 의하여 생긴 가슴과 배의 통증 등에 쓴다. 칠정은 칠기(七氣)로도 표현하는데 희노우사비공경(喜怒憂思悲恐驚)이다. 동의보감은 칠기에 대해 기쁨, 화, 슬픔, 미움, 자비, 놀람, 무서움으로 설명한다.


마음에 큰 충격을 받아 칠기가 불안하면 담으로 뭉쳐 솜이나 엷은 막 또는 매화씨처럼 된다. 이는 목이물감으로 나타나고, 뱉을 수도 없고, 삼킬 수도 없다. 속이 막히는 듯한 증세, 숨이 차는 현상, 명치와 배의 뭉침과 통증도 보인다. 이 같은 마음 충격으로, 기가 울체된 기울증(氣鬱症)으로 인한 온 몸에 지극한 불편함이 악화될 때 효과적인 게 칠기탕이다.

현호색은 간과 비장에 작용하는 데 맵고 쓰며 성질은 따뜻하다. 기와 혈을 잘 돌게 하고 어혈과 통증을 없애는 좋다. 칠기탕은 송나라 문헌인 태평혜민화제국방(太平惠民和劑局方)에 처음 보인다. 주요 약재는 , 반하(半夏), 관계(官桂)·, 감초구(甘草灸)이다. 이중에 반하는 담(痰)을 없애고, 신진대사를 촉진한다.

세조의 질환을 현호색을 가민한 칠기탕을 쓴 점으로 고려하면 극도의 신경증으로 볼 수 있다. 기의 울체로 인한 다양한 증상인 소호불량, 복부와 등 통증, 목 이물감, 불면증, 만성피로를 생각할 수 있다.


특히 목이물감과 스트레스, 소화불량, 불면증은 매핵기 증상을 유발한다. 후비루, 위식도질환, 부비동염 등 여러 원인으로 발생하는 매핵기는 목의 이물감이 특징이다. 뱉어도 나오지 않고 삼켜도 넘어가지 않고, 가슴이 답답하고 우울하고, 메스껍고, 딸꾹질을 한다. 이로 인해 입냄새가 나는 경우도 심심찮다. 신경쇠약증, 만성인후염이 동반되기도 한다. 처방은 해울통기탕(解鬱通氣湯), 반하후박탕(半夏厚朴湯), 온담탕, 인숙산 등을 가감하여 쓴다.

글쓴이 김대복
​한의학 박사로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다. 주요 논문과 저서로는'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 ‘입냄새 한달이면 치료된다’, '오후 3시의 입냄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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