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형산불 발생원인과 대책(2)

글. 이창석 서울여자대학교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2-05-04 1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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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산불은 인위적으로만 발생하는가?

 

통계자료에 의하면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기록된 산불은 모두 인위적으로 발생하였다. 그러나 지난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산불의 발생 빈도, 시기 및 강도는 자연조건인 기상요인과 밀접하게 관계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또 다른 자연환경인 지형 및 그것에 기원한 식생요인과도 밀접하게 관계된다(이창석 교수 자료). 이런 점에서 우리는 우리나라에서도 자연적 산불의 발생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자연적 산불의 주요 발화원으로 알려진 번개는 우리나라에서도 연간 약 8,000건이 발생하여 매우 빈번하게 발생한다. 발생하는 번개가 불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그 영향이 지면에 도달하여야 하고 그곳에 가연성 물질이 존재하여야 한다. 국내의 산림은 오랜 산림녹화와 관리의 영향으로 많은 성숙림을 보유하고,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에너지 자원의 전환으로 인간의 직접적 간섭을 벗어난 지 이미 오래이어서 풍부한 임상식생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산림구조의 변화는 지면에서 가연성 물질이 많이 축적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고, 이 또한 자연적 산불 발생의 가능성을 높게 하는 요인이 된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산불의 자연적 발생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 많은 나무들이 불에 타 죽었지만 불에 덜 예민하여 살아남은 나무들이 있다. 주로 굴참나무, 신갈나무 같은 참나무들이다. <제공=이창석 교수>


동해안 산불지역의 생태적 특성

동해안 지역의 소나무림은 이 지역의 기후조건에 맞는 낙엽활엽수림이 인간 활동에 의해 파괴된 후 성립되었다. 소나무는 한반도 전역, 중국의 산동반도 및 만주, 그리고 일본 열도에 분포한다. 화분분석 결과, 온대 낙엽활엽수림으로 덮여 있던 한반도는 약 10,000 내지 6,000년 전부터 참나무림으로부터 소나무림으로 바뀌기 시작하였다. 더욱이 2,000년 전부터는 활발한 농경활동의 영향으로 소나무림이 우세해지기 시작하였다. 이에 더하여 신라시대(BC 57-A.D. 935)에는 소나무림을 철저히 보존해 왔고, 고려(AD 918-1392)와 조선왕조 시대(1392-1910)에는 이 법이 더욱 강화되었다. 농촌지역의 대표적 경관요소의 하나로서 이러한 소나무림은 목재, 연료, 유기질 비료, 가축의 먹이 등의 지속가능한 생산에 중요한 기여를 하였다. 따라서 소나무림과 비교하여 천이가 진행된 낙엽활엽수림은 인간이 접근하기 힘든 장소에 한정되고 다른 지역은 소나무림이 우점하였다. 본 연구지역에서도 소나무림은 해안에 가까운 완경사지로서 인간의 주거지 및 농경지가 성립된 저지대에 분포하고, 참나무림은 해안으로부터 멀거나 고도가 높은 지대에 분포한다. 한편, 양자 사이에는 혼합림이 분포하여 이러한 식생의 분포유형은 상기한 인간 영향을 반영한다.

 

▲ 깊은 산에서도 불에 타 죽은 소나무들과 달리 참나무들은 불 피해를 견디고 살아 남았다. <제공=이창석 교수>


그러나 1980년대 이후에는 산업의 발전과 경제성장으로 인하여 이러한 식물 소재 대신 화석연료, 화학비료와 같은 석유화학제품이 널리 사용되게 되었다. 그러한 결과는 주민들에게 전통적인 산림관리방식을 포기하게 하여 점차 소나무림이 낙엽활엽수림으로 대치되어 왔다. 더구나 방치된 소나무림은 솔잎혹파리 피해를 받아 더욱 빠른 속도로 바뀌어 갔다(이창석 교수 자료). 이창석 교수는 천이 촉진의 원인요인으로 소나무림의 임상에 미리 정착한 대체수종인 참나무류가 솔잎혹파리 피해로 활력도가 떨어지고 고사되는 틈을 이용하여 빠른 생장을 하는 것을 지적하였고, 그러한 천이의 추진기작을 Connell과 Slatyer가 제안한 내성모델(tolerance model)로 설명하였다. 이처럼 사전 정착 재생(advance regeneration)은 교란된 산림의 재생이나 천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간 간섭의 영향 하에 있는 대부분의 소나무림은 임상에 사람들이 베어낸 참나무 둥치로부터 발생한 맹아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인간의 간섭이 없으면 소나무림을 대치하여 천이를 진행 시킬 수 있지만 인간의 계속된 간섭이 그러한 진행을 지연시켜 왔다. 이들은 산불 후에도 맹아를 발생시켜 불에 타 소실된 소나무림의 후계수(successor)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더 이상의 인간간섭이 없다면 이 지역 산림의 대부분은 참나무림으로 천이가 진행될 것이다(이창석 교수 자료). 이 지역의 소나무림은 송이버섯이라는 값비싼 상품 때문에 체계적으로 관리되어 왔다. 고성군의 내륙지방에서 토지이용유형은 크게 농업과 임업적 이용으로 대별할 수 있다(이창석 교수 자료). 주된 농업은 쌀을 생산하는 것이지만 논 주변에 감자와 옥수수를 생산하는 밭도 있다. 소나무림으로부터 목재를 생산하는 것이 임업의 주된 형태이지만 송이생산은 특별한 임업의 형태가 된다. 사람들은 인위적으로 관리되거나 토지극상의 형태로 유지되고 있는 소나무림으로부터 주기적으로 송이를 수확해 왔다. 그러나 대형 산불로 대부분의 소나무림이 불에 탔고, 그러한 불의 열로 인해 균사가 손상을 입었다. 결과적으로 송이버섯 생산지가 파괴되어 더 이상 이 지역에서 송이를 얻을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산불의 발생은 전체 경관체계의 빠른 변화를 유발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송이생산에 경제적으로 의존해 온 많은 사람들은 소나무림이 파괴됨에 따라 그들의 가치있는 상품을 잃었다. 따라서 이 지역 농촌의 대체경제를 위해 소나무림을 비롯하여 토지이용유형의 변화가 예상된다. 

 

한편, 소나무와 참나무의 불에 대한 내성을 비교하면, 소나무는 예민종인 반면에 참나무는 비교적 내성을 갖는 종이고, 어떤 면에서 빠른 회복능력을 갖는 종(resilient species)이다. 그것의 수피에 가연성 수지를 간직하고 있는 소나무는 불에 타기 쉽다. 그러나 대부분의 참나무는 그러한 물질을 갖지 않고 산불을 비롯하여 교란직후 맹아를 발생시킬 수 있는 잠아(latent bud)를 가지고 있다. 대조적으로 소나무는 종자 외에 교란에 반응하여 새로운 개체를 발생시킬 수 있는 어떤 특별한 기관도 가지고 있지 않다. 더구나 소나무 종자는 1년 정도의 매우 짧은 수명을 가지고 있다. 즉, 참나무는 불에 의한 교란에 즉시 반응할 수 있는 재생전략을 가지고 있으나 소나무는 그러한 전략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산불 지역에서 소나무림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주변지역으로부터 종자가 공급되어야 한다. 날개를 가진 소나무 종자가 멀리 산포될 수 있지만 그 거리는 100m 이내이다(이창석 교수 자료). 따라서 넓은 면적으로 불에 탄 이 지역에서 특히, 수관화 및 강한 지표화로 불에 탄 지역은 어떤 종자공급원도 가지고 있지 못한 셈이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 지역에서 인간에 의한 소나무림 관리는 더 이상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이 지역에서 대부분의 소나무는 산불로 인해 고사되었고, 그와 같이 불에 탄 임분에서 발생한 참나무 맹아는 그 밀도와 생장속도를 증가시켰고, 결과적으로 중요치도 증가시켰다(이창석 교수 자료). 밀도의 증가는 산불에 대한 반응으로 잠아로부터 발생한 맹아에 근거한다. 그리고 증가된 중요치는 늘어난 맹아밀도에 기인하며, 산불 직후 재생된 맹아의 생장은 그들이 불로 인해 유리된 영양염류를 많이 흡수하였기 때문이다. 산불 후 생장촉진은 토양미생물의 일시적 제거로 인한 경쟁완화와도 관계된다. 그밖에 개방공간의 형성과 빛, 물, 그리고 영양염류의 유용성 증가와 같이 산불 후 새로 형성된 환경 조건도 새로 정착한 맹아의 생장에 유리한 조건이 된다. 

 

▲ 굴참나무는 불 피해를 견디고 살아 남았고, 인가 피해도 줄여 주었다. <제공=이창석 교수>

 

일본에서 연구된 자료에 따르면, 소나무림이 주기적 산불 때문에 극상으로 발달하지 못하고 파괴극상으로 유지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들의 결과는 불에 탄 소나무림이 몇 단계의 발달과정을 거쳐 순환적으로 재생됨을 보여 주었다. 다른 성격의 소나무를 보유하고 있는 서양에서 연구된 자료는 다른 추세를 보이고 있다. 즉, 산불 후 가문비나무가 우점하는 군집이 소나무가 우점하는 군집으로 바뀌는데, 그러한 변화가 산불의 강도, 주기 및 산불 기간과 후의 불리한 기후와 관계됨을 밝혔다. 다른 연구는 산불지역에서 불에 대한 식물들의 반응을 분석하여 소나무와 참나무를 각각 불에 대한 내성종과 회복이 빠른 종임을 밝혔다.


그러나 고성산불지역에서 소나무의 반응은 이들의 결과와 아주 다르다. 리기다소나무를 비롯하여 북미지역의 많은 소나무는 불에 내성을 보이고 강한 맹아력을 가지거나 산불 후에 종자를 산포시켜 산불 피해 후 피해지역을 재점유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이창석 교수 자료). 그러나 같은 종의 소나무가 다른 반응을 보인 일본의 경우와도 다른 양상을 보인 것은 주목할 만하다. 즉 일본에서는 불에 탄 소나무림이 몇 단계의 천이 과정을 거친 후 소나무림으로 회귀하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그러나 고성지역에서 불은 나무의 눈이 싹트기 시작하는 봄에 일어났기 때문에 나지로 유지된 기간은 매우 짧았다. 더구나 산불 후의 재생과정은 초본, 관목, 그리고 교목의 여러 가지 단계로 나누어 진행되지 않았고 그들이 동시에 출현하여 불에 탄 지역을 피복하였다. 그 시기에 정착한 대부분의 교목들은 이 지역의 천이 후기종인 참나무 맹아이었다. 그들의 높은 밀도와 빠른 성장속도는 불에 탄 지역의 임상에서 식피율의 증가와 상대조도의 감소에 기여하였다. 그들의 빠른 정착과 생장에 기인한 높은 식피율은 불에 탄 지역에서 영양염류 유실을 막는데도 기여하였다. 실제로 불에 탄 지역의 토양과 식물에서 대부분의 영양염류의 농도는 불이 나지 않은 지역에서의 것보다 높았다. 그러한 환경 변화가 불이 난 지역에 새로 침입한 유식물 및 맹아의 생장을 촉진시켰을 것이다(이창석 교수 자료).


한편, 산불 후 발생된 참나무류 맹아를 비롯한 다양한 식물에 의한 피복은 불이 난 지역의 임상에서 상대조도를 5% 이하로 감소시켰다(이창석 교수 관찰). 그러한 결과 또한 소나무와 같은 양수의 정착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사실 소나무의 생장은 상대조도 9% 이하에서 억제된다. 이 지역에서 우리는 소나무 유식물을 거의 발견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그들이 정착하더라도 빠른 정착과 생장을 보인 참나무류의 피음에 따른 부족한 광량 때문에 그들은 거의 생존하지 못할 것이다(이창석 교수 자료). 더구나 참나무 임분은 비록 어리지만 이미 정착하여 종 조성이 변한 상태에 있다(이창석 교수 자료). 그러나 산정이나 능선부에서 소나무 유식물의 새로운 정착과 그들에 의한 소나무림 재생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이창석 교수 자료). 결론적으로 이 지역의 많은 부분(산지 사면의 2/5~4/5 범위)에서 산불은 소나무림의 참나무림으로의 천이를 촉진시켰다. 한편, 참나무림에 대한 산불의 영향은 뚜렷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북미 지역과 일본에서의 결과와 크게 달랐다.

 

<다음호에 계속>

 

대형산불 발생원인과 대책(1)

대형산불 발생원인과 대책(3)

 

 

※ 외부 필자의 기고는 본 미디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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