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기후변화와 도시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에서도 저소득층의 물 접근성을 높이면서 물값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정책 조합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도 푸네를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는 기존 정책이 유지될 경우 중반기 이후 저수지 고갈과 지하수위 급락, 취약계층의 물 부담 심화가 우려되지만, 적절한 개입이 병행되면 물 공급을 크게 늘리지 않고도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최근 학술지 Earth’s Futur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푸네가 현행 물 관리 체계를 유지할 경우 금세기 중반 다년간의 가뭄이 닥쳤을 때 저소득 주민들은 기본적인 위생과 건강 유지에 필요한 물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의 공급을 받으면서도, 소득의 20% 가까이를 물값으로 지출해야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푸네는 현재도 노후 상수도 시스템, 비공식 정착지 거주 인구, 반복되는 가뭄, 농업용수와 도시용수 간 갈등 등 복합적인 물 리스크에 놓여 있다.
연구진은 푸네를 향후 다른 신흥 대도시들이 겪게 될 물 위기의 전조로 평가했다. 실제로 2000년 이후 케이프타운, 상파울루, 첸나이 등 80개 이상의 주요 도시가 극심한 가뭄과 물 부족을 경험했으며, 2050년까지는 전 세계 도시 인구의 3분의 1에서 절반 가까이가 물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인도 도시들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연구는 지역 공무원, 학계, 컨설턴트, 비정부기구와 협력해 수문·농업·인구 자료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후 시나리오와 경제 발전, 인구 증가를 반영한 통합 모델을 구축했다. 연구진은 사람·산업·농업 부문의 물 수요와 공급 변화를 예측하고, 도시 확장과 경제적 선택이 물 접근성과 비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별도의 새로운 정책이 없을 경우 가뭄과 도시화가 겹친 상황에서 저소득층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구는 단일 정책보다 여러 정책을 결합할 때 효과가 가장 크다고 강조했다. 누수 보수와 물 도난 단속, 과다 사용자의 요금 인상, 지하수 취수 제한, 지하수 펌핑 전기요금 인상, 주요 댐의 물 재배치 등 개별 대책은 각각 일정한 효과는 있었지만, 단독으로는 취약계층의 물 부담을 충분히 줄이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장 주목된 단일 대책은 농민들이 관개용수를 유조차를 통해 도시 가정에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된 물 거래 시장 구축이었다. 연구진은 이 제도만 도입해도 푸네의 빈곤층 가구가 부담하는 물 비용을 소득의 18% 수준에서 4%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봤다. 여기에 다른 정책이 함께 시행될 경우 총 물 공급량은 약 1% 늘어나는 데 그치더라도, 모든 시민이 하루 최소 40리터의 물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이번 분석이 단순히 해법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겉보기에 타당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효과가 제한적인 정책을 걸러내는 데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즉, 물 위기 대응은 공급 확대만으로 해결되지 않으며, 가격 체계와 지하수 관리, 도시-농촌 간 물 배분, 제도 설계가 함께 맞물려야 실질적인 개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푸네에서는 이미 일부 조치가 현실화되고 있다. 뭄바이 방향으로 흐르는 주요 댐의 물 일부를 이전하는 방안이 승인됐고, 농업 지역의 물을 규제된 방식으로 도시로 공급하기 위한 수도 계량기 설치와 유조차 면허 제도 정비도 추진되고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통합 프레임워크가 푸네뿐 아니라 급속한 도시화와 기후 압박을 동시에 겪는 글로벌 남반구 도시 전반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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