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학교 급식까지 흔든다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2-25 22: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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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기상과 계절 변화가 전 세계 학교 급식 프로그램을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 세계적으로 약 5억 명의 아동에게 제공되는 학교 급식은 단순한 식사 지원을 넘어 아동 건강과 교육, 장기적인 경제 성장까지 좌우하는 핵심 제도로 꼽히지만, 농작물 수확량 감소와 식량 가격 상승, 공급망 교란이 겹치면서 운영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스탠퍼드 도어 지속가능성대학원의 제니퍼 버니 교수는 최근 연구를 통해 기후변화가 학교 급식 프로그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기후 친화적이고 회복력 있는 식품 시스템으로 전환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와 식량 시스템은 서로 악순환 관계에 놓여 있다. 강우 패턴 변화, 극한 고온, 장기 가뭄 등으로 주요 식량작물의 생산성이 이미 떨어지고 있으며, 이는 농업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 반면 식량 시스템 자체도 토지 개간, 비료 사용, 축산, 운송, 포장 등 전 과정에서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기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인간 활동에서 발생하는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분의 1이 식량과 관련된 것으로 분석되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산림과 초원을 농경지나 목초지로 전환하는 토지 이용 변화에서 비롯된다.

이 같은 구조는 학교 급식 프로그램에도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아이들은 배고픔과 영양실조에 특히 취약하며, 어린 시절의 영양 결핍은 평생 건강과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아동은 스스로 영양가 있는 식품에 접근할 수 있는 경제적·정치적 권한이 부족하기 때문에 학교 급식과 같은 공적 지원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학교 급식의 사회적 편익도 적지 않다. 연구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연방정부가 매년 약 180억 달러를 학교 급식 프로그램에 투입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약 400억 달러 이상의 건강·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아동의 영양 상태가 개선되면 교육 성과와 장기적인 소득 수준도 높아지고, 가계의 의료비 부담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기후변화로 인한 수확량 감소와 식량 가격 상승, 공급망 불안은 이러한 혜택을 잠식하고 있으며, 특히 예산이 취약한 저소득 국가에서 타격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는 또 정부가 운영하는 학교 급식 프로그램이 농업 생산 방식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현재 많은 국가의 학교 급식 정책은 제한된 예산 안에서 최대한 많은 아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만약 정부가 영양가가 높고 기후 친화적인 식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설계한다면 농업 생산과 공급망 전반에 새로운 유인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학교 급식 조달 정책이 기후위기에 강한 농업 체계로의 전환을 이끄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연구진은 동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아메리카 지역의 학교 급식 관계자들과 협력해 프로그램의 회복력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특정 식품군을 학교 급식에서 우선시하면 해당 작물을 생산하는 농업 시스템의 전환을 유도할 수 있고, 이는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식량 공급 기반을 형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연구진은 학교 급식 예산의 실질 구매력이 이미 기후변화로 약화되고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전 세계 100개국 이상이 국가 예산에 학교 급식 항목을 별도로 두고 있고, 상당수 국가가 기후·환경 목표를 정책에 포함하고 있었지만, 현재 예산 수준으로는 기후변화가 없었을 때보다 최소 100만 명의 아동이 덜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학교 급식 프로그램의 중앙값 운영비가 아동 1인당 하루 약 35센트에 불과하다는 점은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다만 연구는 동시에 개선 가능성도 제시했다. 토양 수분을 유지하고 침식을 줄이며 토양 내 탄소 저장을 늘리는 농법, 예를 들어 덮개작물 재배와 경운 축소 같은 비교적 단순한 기술만으로도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성 저하를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농업 관행을 확대하면 작물 생산성과 회복력이 개선돼 같은 예산으로 약 800만 명의 아동에게 추가로 급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현재 급식에 주로 사용되는 작물보다 가뭄과 폭염에 더 강하지만 상대적으로 연구가 덜 된 곡물과 콩류의 활용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는 향후 학교 급식의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 농업의 기후 적응력을 끌어올리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결국 이번 연구는 학교 급식이 단순한 복지정책을 넘어 기후위기 시대의 식량·보건·교육·농업을 연결하는 핵심 정책 수단임을 보여준다. 기후변화가 아이들의 식탁을 위협하는 현실 속에서, 학교 급식의 질과 조달 방식을 어떻게 바꾸느냐가 아동의 건강뿐 아니라 미래 식량 체계의 방향까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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