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물, 유충 수돗물 재발방지 믿을 수 있을까?

상수도 관리 신뢰 위기, 노후 관 교체 시 유입 가능성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0-08-10 15:3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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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일 인천 계양구에서 처음 수돗물 유충이 발견돼 논란이 됐다. 이후 1주일도 안 돼 서구의 공촌정수장과 부평정수장을 각각 쓰는 인천 북부권 일원을 중심으로 연이어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됐다. 또 옹진군을 제외한 인천 전 지역과 경기도 시흥시 및 화성시, 수원시의 일부 지역에서도 같은 사태가 벌어졌고, 서울과 부산의 각 자치구 등지로 확대됐다. 발생 원인과 현 상황을 점검해 봤다.

 

적수에 이어 유충까지
지난해 인천 서구에서 발생한 적수(녹물) 사태에 이어 올해는 수돗물에서 벌레가 나오는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상수도 관리에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해마다 먹는 수돗물에서 관련한
문제적 이슈가 끊이지 않으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 필터 안의 깔따구류 유충 모습

의심 신고는 전국적으로 모두 1400여 건에 이른다. 수돗물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커지자 유충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된 활성탄 여과지를 쓰는 전국 정수장 49곳을 점검, 그 결과 7개 정수장에서 유충과 벌레의 일종인 등각류 등을 발견하고 방충망 등 시설 보완 지시를 내렸다. 정세균 국무총리 또한 지난달 25일 인천 부평정수장을 방문해 수돗물 유충 발생 상황을 점검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신속히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수돗물 신뢰도 추락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시민단체는 지난 수년간 수돗물에 대한 신뢰도 및 음용률 제고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정부는 정수장을 고도정수처리장으로 바꿔 세계 최고 수준의 수질(수질지수 세계 8위)을 공급할 수 있게 됐으며, 이를 토대로 수돗물은 ‘깨끗하고 안전하다’라며 각 지역의 수돗물들의 맛을 비교하면서까지 시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렸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연이어 수돗물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자 그나마 수돗물을 애용하던 사람들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상수도 관련 전문가들은 “생산과정에서는 문제가 없으나 공급과정에서 대부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시설관리가 잘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하지
만 이번 인천시의 공촌정수장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면서, 그나마 ‘정수장에서 나오는 물은 믿고 마실 수 있다’는 믿음까지 무너지게 만드는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환경부는 인천 외 다른 지역 유충은 수돗물 공급계통(정수장)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가정 내 하수구·배수구 유입 등 외부 요인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지만 확실한 문제를 파악하
지는 못한 상황이다.


관 교체 시 유입 가능성

▲ 상수도관 교체 공사
다만, 현재로선 공촌정수장의 오존 처리 시설 구축 등으로 완전한 밀폐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시작된 것으로 발생원인을 추적 중이다. 또 다른 가능성으로 제기되는 것은 상수도관 교체 공사로 인한 유충 유입이다. 정수장에서 가정에까지 수돗물을 안전하게 공급하는 것이 상수도관의 역할이지만 노후화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노후화한 상수도관을 교체 시공할 경우, 단수 조치를 한 상태에서 상수도관의 일정 부분을 교체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새로 교체하는 관 안으로 토사 같은 불순물이 유입되는 경우가 왕왕 있을 수 있는데 이렇게 유입된 불순물들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기존의 관과 결착시키는 경우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상수도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관 교체 시 마지막 단계에서 새로운 상수도관 내부를 세척해야 하지만 현장의 여건에 따라서 그 과정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곧 새로운 관으로 유입된 외부물질들이 각 가정으로 전달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지금까지 관 교체 공사현장에서 관례적으로 해오던 행위들이 이번 사태와 연관이 없진 않은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전문인력 배치 시급
지난해 인천 서구는 물론 영종도와 강화군 일대까지 번졌던 녹물 사태에 이어 올해 유충까지 발견되면서 수돗물에 대한 국민적인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수돗물 사태로 인해 일반 가정에서는 필터기를 설치하는 가정이 늘고 있고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활성탄 교체 및 세척을 하는 등 해결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또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시민에게는 보상체계를 마련하고 재발 방지대책도 강구 중이다.


환경부는 지속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전국을 상대로 정수장의 여과지 모래를 교체하고 역세척 주기를 단축하는 등 보완조치에 힘쓰고 있다. 이 과정에서 49개 고도정수처리장을 대상으로 벌인 전수조사에서 인천 공촌·부평정수장을 포함해 7곳의 정수장 활성탄 여과지(활성탄지) 겉면에서 유충이 발견됐음을 확인했다. 활성탄지는 숯과 비슷한 다공질 탄소 물질로 만들어진 정수 설비다.


환경부 관계자는 “천의 경우 유충이 발견된 활성탄지를 차단하고 배수지 및 관로에서 물을 흘려보낸 결과 지난 7월 22일 이후부터는 모든 관로에서 유충이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관로 말단의 수돗물 속에 남아있던 일부 유충이 가정에서 발견되고 있으나 발견 건수는 대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른 지역의 유충 발견 민원을 조사한 결과 지금까지 수돗물 공급계통에서는 벌레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유충 문제와 관련한 종합 대책을 내달 말까지 수립할 계획이며 이에 앞서 정수처리시설 내 유충 유입을 원천 차단하는 조치를 한다. 정수장 건물에 미세방충망 및 이중 출입문과 포충기를 설치하고 활성탄지에 개폐식 차단시설 등을 추가해 생물체의 접근을 삼중으로 막는다.

 

그리고 정수장 주변 환경과 방충 설비에 이상이 있는지를 매일 점검하기로 했다. 아울러 여름철에는 활성탄지 역세척 주기를 최대한 단축하고 저수조 및 물탱크를 일제히 청소하게 할 예정이다.


신진수 환경부 물통합정책국장은 “수돗물 유충 사태와 관련된 모든 과정을 신속·정확하게 공개하고 발생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관리 허점 드러나
이번 인천 관내 수돗물 유충 사태는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라는 점에서 새롭게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에도 수돗물 유충은 존재했다. 다만 일반 시민들은 잘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각 가정에서 정수필터를 사용하는 곳이 늘면서 육안 구별이 쉬워졌다는 점이 예전과는 다른 상황이다. 앞으로 수돗물에 유입되는 불순물들은 발견이 쉬울 수 있으며 이로 인한 수돗물에 대한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전국적으로 노후화한 상하수도관의 교체 문제와 더불어 현재 정수장·수도사업소·상수도사업소의 전문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서울시 상수도본부 관계자는 “그동안 서울시 조직 중 가장 고령화된 연령층이 속한 데다가 전문인력이 지속적으로 축소돼 왔다”며 “향후 시설물 관리에 있어 인력배치가 시급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물관리 전문가들은 고도정수처리시설이나 스마트 상수도 도입 등 기술개선과 투자도 중요하지만 잦은 순환보직으로 인해 전문성 있는 공무원이 부족한 것은 현실적인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현 인력체계를 개선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시설물의 관리를 명확하게 할 수 있는 전문인력 배치 없이는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은 언제라도 재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즉, 이번 사태의 정확한 원인에 대한 조사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나 전반적인 관리에는 문제가 있었다는 건 기정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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