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보이지 않는 최악의 공해 ‘악취’-생활 속 나쁜 냄새의 고통…

원영선 wys3047@naver.com | 2016-09-12 15:11:47

생활 속 나쁜 냄새의 고통…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감각공해가 시사하는 것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신입사원 A씨는 강남이 직장이라 마장동 쪽에 방을 얻었다. 강남에 비해 집값이 아무래도 저렴하고 직장까지 갈아타지 않고 가는 교통편이 있어 편리한데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혼밥(혼자 밥 먹기)을 해야 할 때가 많은데 아직 예전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동네라 그런지 작은 식당들이 많아서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처지가 같은 친구들이 홍대와 가까운 당산이나 또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 신림으로 가자했지만 조용하게 지내고 싶어서 이곳을 택했다.


그런데 유례없는 폭염이 계속된 지난 여름을 겪으며 고민에 빠졌다. 열대야를 견디다 못해 작은 에어컨을 구입하긴 했지만 그마저도 전기세가 걱정스러워 잠자기 직전 잠시 켰다가 끄고 창문을 열고 잠을 청했는데, 냄새가 문제였다. 마장동은 우시장과 먹자골목으로 유명하다. 생고기가 거래되고 부위에 따라서는 국을 끓이고, 술과 담배 등등 밤이 되면 그 냄새들이 뒤엉켜 이상야릇한 냄새를 풍겨왔다. 유일하게 아는 이웃인 집주인에게 물어보니 동네 특성상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곳 뿐 아니라 전통시장이 가깝거나 먹자골목 인근은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계속 맡다보면 둔감해질 것이라는 어이없는 말만 들었다. 상황이 이런데 민원을 낸다한들 소용이 있을까. 동네를 떠나자 마음이 기울었다.


공중보건학에서는 공해를 두 가지로 나눈다. 물질공해와 감각공해이다. 물질공해는 대기·물·해양·토양오염·폐기물 등에 의해 인간을 비롯한 생태계가 큰 손상을 입는 공해를 말한다. 이에 비해 감각공해는 소음·진동·빛·악취 등 생활하면서 겪는 공해를 일컫는다. 미각·후각·시각·청각·촉각을 곤두서게 만드는 생활형 공해, 이것이 감각공해다. 문제는 점점 감각공해의 심각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감을 자극하는 나쁜 냄새

지난해 빛·진동·소음·악취 등 생활 속 공해로 전국 지자체에 신고·접수된 민원건수는 12만5000건에 이른다. 이중 소음과 진동이 10만6283건으로 가장 많았고, 빛은 3670건, 악취는 1만5573건이었다. 전체적인 수치만 놓고 볼 때 소음과 진동에 비해 악취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어보이지만, 악취공해의 경우는 증가세를 살펴보아야 한다. 2005년 시행된 악취방지법에도 불구하고 악취 민원이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악취 민원은 3.4배 증가했다. 2005년 4302건에서 2014년 1만4816건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2015년에는 1년 새 757건 늘어난 것이다. 특히, 악취관리지역 밖의 사업장에서 민원이 급증한 점이 눈에 띈다. 생활악취 중 음식점, 농경지 퇴비, 하수도에서 65%의 민원이 발생했다.


민원이 제기되는 악취를 근원지로 나누어 분류하면, 하수·생활·사업장 악취로 나눌 수 있다. 그 중에서 하수악취는 각 지자체별로 하수관거 개선사업을 시행하면서 많이 개선됐다고 평가받고 있다. 사업장악취도 악취방지법상 규제조항이 마련돼 있어 대응과 통제가 가능한 편이다. 악취방지법은 정부가 2003년 악취를 대기오염물질과 분리해 만들었다. 그렇다면 문제는 생활악취.


도심에서 발생하는 생활악취 근원지는 음식물쓰레기·정화조·소각시설 등을 들 수 있다. 여기에 소위 먹자골목들에서 발생하는 역한 냄새도 빼놓을 수 없는 생활악취의 하나이다. 그런데 이러한 생활악취는 단속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여러 가지 냄새가 섞여 발생하는 데다, 민원 신고접수 후 단속 을 나가는 동안 옅어지거나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생활악취에 대해서는 규제할 도리가 없다.


악취는 후각을 통해 불쾌감과 혐오감을 주는 것 뿐 아니라 심하면 눈·호흡기 계통에도 자극을 주고, 기체 상태의 물질에 따라 두통과 구토를 수반하며, 식욕감퇴와 스트레스까지 일으킨다.


악취 발생을 막으려는 지자체의 노력
가장 많은 악취공해 민원이 접수되고 있는 서울시만 해도 최근 5년간 5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9년 957건이던 악취공해 민원 건수가 2014년 4022건으로 420% 증가했다. 이에 따라 빛과 소음 그리고 악취를 3대 공해로 지정하고 2018년까지 악취 민원을 30%까지 줄이겠다는 목표로 각종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2015년 한 해에만 서울시에 접수된 악취 민원은 3572건에 달한다. 이 중 86.6%인 3095건이 정화조와 하수관로에서 발생하는 하수악취였다. 집중적인 하수악취저감사업을 추진한 결과, 2015년 하수악취 민원은 전년대비 452건(11.5%) 감소했다. 민원이 감소한 직접적인 성과로 나타난 것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하수악취를 개선하기 위해 정화조에 악취저감시설 1100여 개를 설치했고, 횡단보도나 버스정류장 주위에 설치돼 악취가 발생하는 빗물받이 980여 개를 정비했다. 


뿐만 아니라 120다산콜센터에 접수된 하수악취 민원현황을 시각화한 악취지도를 제작해 서울시 정책지도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시민들이 언제든 열람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으며 사업추진에도 참조하고 있다. 또한 12명의 하수분야 퇴직전문가로 구성된 하수도주치의가 민원현장에 출동해 갈등을 풀어 해결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인쇄·도장·세탁소와 같은 소규모 사업장과 근린생활시설 등에서 발생하는 생활악취는 전체 악취 민원의 13.2%를 차지하고 있어서, 시민 입장에서 악취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업종별 매뉴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악취피해 발생을 적극적으로 막기 위해서 서울 전지역의 1300개 사업장에 대해 집중 점검도 했다. 악취공해 피해가 대부분 여름철에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쓰레기적환장, 인쇄·도장시설 등 악취발생 사업장과 셀프세차장 등이 주요대상이었다. 


구본상 서울시 생활환경과장은 “악취를 비롯한 생활공해는 음식점이나 거리, 지하철 같이 우리 생활 속 곳곳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시민들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생활악취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노력하는 지자체 가운데는 제주특별자치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폭염으로 고생한 지난 여름, 원희룡 도지사가 쓰레기매립장을 현장 방문해 생활악취로 고생하는 주민들을 만나 건의사항을 듣고 원천적인 악취 차단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사람의 후각을 자극해 불쾌감과 혐오감을 주는 나쁜 냄새는 두 가지 이상의 악취물질이 함께 작용하는 복합악취일 가능성이 높다. 이제, 생활악취 농도의 정도는 삶의 질을 결정짓는 요소로 자리 잡았다.

 

△ 악취민원 현황 <사진제공=국립환경과학원>

악취 관리엔 한계 과학적으로 줄이자
지난 7월20일 국립환경과학원과 지자체 주최로 ‘악취 개선 공동 워크숍’이 열렸다. 워크숍에는 전국의 지자체 악취 검사 담당 공무원들과 악취 전문가들이 모여 악취 관리 정책의 과학적인 개선방안을 모색했다. 이 자리는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악취가 개선됐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워크숍에서는 악취 관리 정책과 사례 발표, 생활악취를 진단할 수 있는 분석법, 악취 실태조사의 문제점, 그리고 더 나아가 개선방안 등에 대해 폭넓고 깊게 논의가 이루어졌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음식점·하수도 등 생활 속 악취 민원 감소를 위한 심도 깊은 토론도 펼쳐졌다. 또한 기존 관리대책의 문제점과 시사점을 도출하고, 향후 악취 관리 정책의 개선방향을 모색하는 시간도 가졌다.


악취의 특성상 관리적인 측면이 어렵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견들이 비슷했다. 악취의 발생원과 발생물질이 다양하고, 민원과 관련해서는 악취와 무관한 요인들, 예를 들어 인간관계나 보상문제 등이 연관돼 있으며, 여타의 대기오염물질에 비해 관리하거나 저감할 수 있는 대책 수립이 어렵다는 점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워크숍이 끝나고, 악취 발생현장의 문제와 관리정책 간의 불일치 등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전문가 그리고 정부가 공동 연구를 기획하고 실시할 것을 기약했다.

 

△ 쓰레기적환장 악취조사 현장, 이동형 자동 악취 샘플링시스템 <사진제공=서울시>

똑똑한 선순환이 필요한 지금
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악취문제는 복합적이라 더욱 큰 문제로 다가온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발생하며 대기 중으로 흩어지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해결방안을 찾기란 더더욱 힘이 든다. 그런 면에서 어쩌면 악취를 저감하는 방안은 나로부터 시작될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아무리 좋은 향도 너무 과하거나 어울리지 않는 여러 가지가 합쳐졌을 때 결코 유쾌하지 않음을 경험으로 겪지 않았은가. 내가 사는 골목 음식점 어딘가에서 퍼지는 나쁜 냄새가 사실은 우리집에서 나가는 냄새들과 합쳐져 더욱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복합생활악취 역시 타인에 대한 배려로부터 해결점을 찾아가야 한다. 타인을 위해 한 오늘의 환경적 행동이 내일 혹은 한 달 또는 일 년 후 나와 내 가족에게 행복한 환경으로 돌아올 것은 자명하다. 

 

[환경미디어 원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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