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로 본 의료시스템

신나미 고려대 간호대학 교수에 듣는다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5-08-03 14:5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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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로 본 의료시스템  

- 의료복지정책 잘못으로 의료비 저가→서비스 저하

- 전문 간호인력 배치 등 장기적 의료환경 개선 필요

 

신나미 고려대 간호대학 교수에 듣는다

△ 신나미 고려대 간호대학 교수


지난달 27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의심되는 마지막 격리자가 해제되면서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협회 등 의료계는 메르스 감염 확산이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전했으며, 정부도 28일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사실상 메르스 종식을 선언했다. 메르스는 5월 20일(1번 확진자)부터 7월 28일(종식선언)까지 한국사회에 많은 것을 앗아갔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기고 갔다. 그것은 바로 국내 의료시스템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메르스는 의료계는 물론 정치계, 일반국민들이 이번 사태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는 촉매제가 됐다.


우리 사회가 처해있는 현 의료시스템의 문제가 무엇인지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신나미 고려대학교 간호대학 교수를 만나 우리나라 의료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총체적 난국,‘ 3분 진료’ 등 현상 낳아
현재 국내 의료시스템은 어느 한 부분의 문제가 아닌 총체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고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를 꼽자면 의료비 저가다.

 

정부가 의료복지를 실현하겠다고 시작한 정책이 결론적으로 의료의 질을 대폭 낮추는 현상을 가져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3분 진료’다. ‘3분 진료’는 의사가 환자를 보 는 시간이 3분밖에 안 걸린다고 해서 생겨난 말이다. 의료 과정은 의사가 환자에게 질문하면서 증상을 알아보는 ‘문진’과 의사가 직접 청진기 등을 사용하며 환자를 검사하는 ‘검진’을 하고, 환자에게 맞는 ‘처방’을 내리는 것으로 이뤄진다.


미국의 경우 환자 진료시간이 20~30분은 걸리기 때문에 환자가 의사에게 대답하는 것이 피곤할 정도다. 즉 그만큼 환자가 느끼고 있는 사소한 증상들이 진료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3분 진료를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하고 환자에게 ‘며칠 뒤에 다시 오라’라는 말과 함께 끝이 난다.

 

환자들은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예약을 하고, 예약한 시간에 맞춰가도 1~2시간 대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후 3분 정도만 진찰을 받는다면 어느 누가 만족스럽겠는가. 그렇다보니 환자들은 의사들 이 대충 진료하는 느낌을 받고 실제로 의사들은 그렇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가 과연 의사들의 잘못일까? 대형병원의 경우 첨단의료기기가 다양하게 있는데 이런 의료기기는 매우 비싸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고가의 기기들을 자주 이용해서 환자들을 진료해야만 병원의 수입을 늘리고 병원을 운영할 수 있다. 병원에서는 의사들에게 진료에 따른 실적 압박을 주고, 의사들은 주어진 시간동안 최대한 많은 환자들을 진료해서 할당량을 채워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 때문에 의대 교수는 환자 진료는 물론 자신의 연구실적(논문)도 쌓고 연구비도 따와야 되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즉 의사들의 고유영역인 진료가 첨단기계로 대체되면서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대형병원이 최고라는 국민 의식도 문제
이번 메르스 사태 때 메르스 감염은 대부분 병원에서 이뤄졌다. 그 이유는 환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병원측의 잘못도 있지만, 해당 병원에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몰려드는 현상 때문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메르스 때문에 한창 정신없던 시기에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했던 간호사들이 했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안 그래도 복잡한 응급실에 이동식 침대뿐만 아니라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누워서 링거를 꼽고 있었다고 하니 말이다. 이런 모습을 봤을 때 삼성병원이나 아산병원 등 대형병원이 아니면 병을 못 고친다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의식도 문제”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외국의 의료시스템을 받아들여 1·2·3차 의료기관이 지정돼 있다. 하지만 1차 또는 2차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아도 되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3차 의료기관으로 모여드는 바람에 중증질환자들을 위주로 진료해야하는 3차 의료기관은 업무 마비가 오는 것이다. 3차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이 하루에 몇 백 명씩 외래를 보는데 어찌 퀄리티가 좋을 수 있겠는가.


병원 내 감염과 개인정보 보호에 취약한 병원들 

△ 시뮬레이션 실습중인 간호학과 학생.

병원에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병원 내 감염이고 다른 하나는 환자의 개인정보다. 실제로 영국에서만 매년 2만여 명이 병원 내 감염으로 사망하고 있을 정도로 거대화 된 병원은 모든 병원체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병원들이 이 두 가지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메르스가 일깨워줬다.


한국의 6인용 병실은 미국의 2인용 병실 수준으로 그만큼 좁은 공간에 여러명의 환자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게다가 사이사이에는 보호자 또는 간병인, 간이침대까지 들어와 있으며 환자 사이에는 단지 커튼만이 있을 뿐이다. 즉 이런 환경에서는 병원 내 감염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관리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2인용 병실과 다인용 병실의 비용 차이가 매우 크다. 여기에서 오는 문제점은 격리를 해야만 하는, 꼭 1인용 병실을 사용해야 하는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비용이 부담스러워 다인용 병실을 원하는 환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또한 많은 병원들이 다인용 병실을 더욱 많이 보유하고 있다. 똑같은 환자에게 병실의 가격 차이를 적용하는 것은 안되는데 병원들이 워낙 저수가다 보니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병원내 치외법권’ 간병인이 간호사의 상전
우리 의료시스템에서 또 다른 문제는 간병인이다. 간병인은 환자의 보호자를 대신해 간호하고 돌보는 사람이다. 하지만 간병인은 전문교육을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제대로 된 간호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더욱이 환자가 직접 고용한 간병인과 병원 내 소속된 간호사의 인력 구조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간병인이 환자에게 잘못을 하고 있어도 간호사가 간섭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것은 굉장히 잘못된 것이고 위험한 것이다.


학원에서 몇 개월 배우고 온 조무사들은 간호사들이 현장에서 트레이닝시켜 가면서 할 수 있지만 간병인은 간호사들의 영역이 아닌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마저도 “간호사와 간병인의 역할이 어떻게 다른 건지 모르겠다”라는 발언을 해 대학 일선에 있는 베테랑들을 어처구니없게 만든 적도 있다. 

이는 간호사에 대한 이미지가 한국 사회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증거다.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여러 국가에서는 5월 12일(간호사의 날)이 있는 일주일동안 ‘Nursing Week’로 온 국민이 축하해주며 사회적으로 간호사들을 인정해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간호사들의 이미지가 병원 내에서만 제한돼 있고 사회적 인식도 좋은 편은 아니다.


간호의 질 높여야 의료 질도 높아진다
우리나라 간호학과 학생들은 취업이 잘되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장롱면허를 가진 간호사가 매우 많다. 취업률은 높은데 그만큼 도중에 그만두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명문대를 졸업한 학생일수록 1년 안에 그만두는 현상이 높은데, 업무 만족도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간호사가 왜 대우를 못 받고 월급도 적은지 봤더니 일반 행정업무에 온 시간을 쏟고, 프로페셔널한 간호사의 주 업무인 간호(nursing)가 빠져 있었다.


중소도시 중소병원에서는 간호사 대신 보조원, 조무사를 쓰고 있는 곳도 많다. 명백한 불법이지만 ‘간호사 인력 비가 높기 때문에 싼 간호사를 배출해야 불법이 없어진다’라는 논리로 2년제 간호전문대 얘기가 거론된 것이다. 4년제 대학을 나온 간호사를 꼭 써야한다는 규정도 없기 때문에 이렇게 되면 앞으로 모든 병원들이 값싼 2년제 간호사를 쓰게 될 것이고 정말 위험해질 수 있다. 간호사는 의사와 마찬가지로 생명을 다루는 전문직이기 때문에 잘 교육받고 훈련된 고급인력이 필요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2년제 간호대학 신설은 의료인 양성의 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앞으로 점점 복잡해지고 다양화되는 의료현실에 부적절하다.

△ 고려대학교 간호학과 졸업생 핀 수여식.

서울-삼성병원 몰리는 구조적 시스템 개선돼야
간호사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선 간호사 본연의 업무인 간호를 명확히 수행해야 하는데 그 방법의 하나가 전문 간호사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전문 간호사는 미국에서 보편화돼 있는 제도로 많은 경력과 석사레벨의 지식, 상급실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를 지칭한다. 우리나라에도 전문 간호사 제도를 10여 년 전부터 들여왔지만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의료비 저수가로 인해 의사들은 환자를 진료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이 줄어들었고 환자들의 만성질환을 관 리하고 재발 예방교육 등에 할애할 시간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즉 이러한 서비스 공백을 전문 간호사가 담당한다면 의료질이 높아짐은 물론 간호사들의 인식도 바뀌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전문 간호사들이 전국 곳곳에 있어 이번 메르스 사태처럼 온 국민이 서울로, 삼성병원으로 몰리지 않고 각 지역에서 양질의 설명과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환경미디어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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