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이창석 서울여자대학교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
서울의 도시 숲이 정상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극심한 대기오염과 토양오염 그리고 과도한 에너지 사용과 도시화로 인한 열섬현상 등이 함께 작용한 결과이다. 우리나라에서 전형적인 안정된 숲으로 알려진 신갈나무 숲은 소나무 숲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이 숲이 정상 상태일 때 신갈나무 숲은 나이가 많은 오래된 나무들이 늙어 죽으면 그 자손이 뒤를 이어 그 숲을 이어간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 숲을 안정된 숲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도시 지역에서 이 숲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은 환경스트레스로 인해 아직 나이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부분적으로 고사되고 있다. 더구나 이 숲을 이어갈 후계 수는 신갈나무의 어린 것이 되지 못하고, 때죽나무나 팥배나무가 이를 대신하고 있다. 이들은 공업단지 주변과 같이 생태계가 심하게 파괴된 지역에서나 숲을 이루는 종으로서 안정된 숲으로 볼 수 없다.
서울은 그 면적이 605㎢이고 인구는 1000만 명이 넘어 그 밀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처럼 높은 인구밀도 때문에 토지 이용 강도가 높아 평지와 산지 저지대에 성립한 경관 요소는 대부분 주거지를 비롯한 인위적 요소로 대체되어 있다. 따라서 환경 스트레스의 발생원으로서 인위환경과 그 고정원으로써 자연환경 사이의 기능적 불균형이 매우 심한 상태에 놓여 있다. 게다가 자연요소로서의 녹지는 주로 그린벨트로 지정된 도시의 외곽에 한정되어 있고, 도심은 온통 콘크리트 및 아스팔트 포장 면으로 덮여 있다. 따라서 도심과 외곽 사이에는 기후대가 달라질 정도로 기온 차이를 보이는 극심한 열섬현상이 일상화되어 있다.
이러한 기후 차이는 식물의 생활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식물이 보이는 계절 현상을 가장 오래전부터 관찰해 온 벚꽃을 대상으로 그 개화일을 도심과 외곽 사이에 비교하면, 일주일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차이를 후프켄스(Hufkens) 등이 제시한 식물 계절 현상의 위도 별 차이를 설명하는 등식에 적용해 보면 이 또한 기후대가 달라질 정도의 큰 차이에 해당한다. 녹지의 불균등분포가 가져오는 또 하나의 영향은 환경 스트레스의 발생원과 흡수원 사이의 기능적 불균형으로 발생한 나머지 스트레스가 그 내부에 누적되는 것이다. 그 영향은 토양에 반영되어 도심은 알칼리화가 진행되어 있고, 도시 외곽은 산성화가 심하게 진행되어 있다. 그 영향은 다시 토양의 화학적 특성에 반영되어 식물이 자라는데 필요로 하는 칼슘과 마그네슘 함량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그 양이 식물이 많이 자라고 있는 도시 외곽의 그린벨트지역에서는 낮고 식물이 많지 않은 도심에서는 높았다. 식물의 생육에 독성 요인으로 작용하는 알루미늄함량의 변화도 가져왔다. 그런데 그 양은 식물이 많이 자라고 있는 도시 외곽에서 높았고, 식물이 많지 않은 도심에서는 낮았다. 즉 변화된 토양의 이화학적 특성이 어렵게 남아있는 식물의 생육에 다시 한번 스트레스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후와 토양의 변화는 식생의 조성은 물론 식물 종의 변화도 끌어내고 있다. 서울의 식생은 온대 낙엽활엽수림대에 속한다. 따라서 그 식생은 참나무류를 중심으로 하는 낙엽활엽수림이 주요 식생을 이루고 있다. 서울에서 진행된 천이는 다른 지역과 차이를 보이지 않아 초지, 관목림지 그리고 소나무가 우점하는 양수림을 거쳐 참나무가 중심이 된 천이후기림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 서울에서는 자연환경과 인위 환경 사이의 기능적 불균형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대기오염, 토양오염, 미기후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천이 후기 식생이 쇠퇴하며 퇴행 천이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그 경로는 진행되어 온 천이 과정을 되짚어 돌아가지 않고 다른 경로를 택하고 있다. 즉 천이 후기 단계의 신갈나무림이 소나무숲으로 퇴행 천이하는 대신 팥배나무림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에 더하여 또 하나의 변화가 일어나며 우리를 두렵게 한다. 키가 큰 신갈나무가 맨 위층을 이루고, 다음에는 중간키 나무인 당단풍나무를 중심으로 두번째 층을 이루며 철쭉꽃, 노린재나무, 조록싸리 등의 작은 키 나무들이 그 다음 층을 이루고 숲 바닥에는 애기나리, 그늘사초, 단풍취 등이 모여 안정된 숲을 이루던 정상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다. 상층수관을 제외한 나머지 층을 팥배나무가 독점하는 단순한 숲을 이루더니 너무 욕심을 부렸는지 요즘은 봄 가뭄을 견디지 못하고 그들이 많이 죽어나가고 있다. 갑자기 숲이 텅 비는 모습이다. 가뜩이나 단순한 숲이 더 단순해질 전망이다(사진1).
![]() |
| ▲ 사진 1. 신갈나무 숲 바닥을 가득 채우고 있는 팥배나무 <제공=이창석 교수> |
과거 우리가 배출한 오염물질이 공기를 오염시키고 뒤이어 토양을 오염시킨 결과가 팥배나무를 끌어들였고 그들이 욕심을 부리며 다른 식물들을 몰아내 숲을 단순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뒤이어 진행된 기후변화는 단순히 기온상승만을 가져오지 않고 더 복잡하게 작용하며 기상이변을 낳고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의 영향은 낙천주의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온대 낙엽활엽수림이 아열대 상록활엽수림으로 변해가기보다는 훨씬 더 단순한 숲으로 가게 하거나 아예 숲을 이루지도 못하게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기후변화에 기인한 자연의 재앙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불행이 혼자 오지 않는 것처럼 기후변화는 단순히 기온 상승만을 가져오지 않고 극심한 가뭄을 동반하며 다양하고 복잡한 환경변화를 유발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변화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온대에서 아열대로(생태학적 개념을 포함하면, 온대 낙엽활엽수림대에서 아열대 상록활엽수림대로)의 단순한 변화보다는 사바나에 가까운 빈약한 식생으로 퇴행천이가 일어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우리 주변에서 자주 확인되고 있다. 도시는 물론 농촌이나 자연지역에서도 가뭄피해로 죽어나가는 나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그러한 사례에 해당한다.
![]() |
| ▲ 그림1. 서울에서 기온의 공간 분포. 기온이 도심에서 높은 열섬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제공=이창석 교수> |
![]() |
| ▲ 그림 2. 서울에서 토양의 pH, Ca, Mg 및 Al 함량의 공간 분포 <제공=이창석 교수> |
최근 가뭄이 심한 지역의 연 강수량이 800mm대를 기록하고 해당지역의 평균기온은 약 13℃ 정도이니 이를 위태커(Whittaker)가 제안한 식생기후도(climograph)에 대입해 보면, 숲이 성립할 수 있는 조건의 한계에 접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더하여 겨울 기온의 상승이 강설량 감소, 즉 눈 가뭄을 유발하고, 봄철의 기온상승과 함께 몬순기후 특유의 봄 가뭄이 보다 심해지며 식생 피해를 부추기고 있다. 식생은 식물들이 지면을 덮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어떤 장소를 선호하는 식물들이 모여 식물사회를 이룬 것을 식물군집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식물군집이 여러 개 모여 지역의 식생을 이루게 된다. 식생은 기온이 높은 열대지역으로 가면 상록활엽수림이 되고, 온대지역에서는 낙엽활엽수림이 주가 되며 추운지역으로 가면 침엽수림이 형성된다. 이러한 식생은 강수량에 따라서도 달라져 강수량 700mm를 중심으로 그 이상이 되면 숲이 형성되지만, 그 이하가 되면 사바나나 초원이 형성되고, 250mm 이하가 되면 사막이 형성된다. 이러한 식생은 기후와 같은 물리적 특성에 의해 결정되지만 그들과 상호작용하여 그 특성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사실 우리는 기후변화의 원인을 주로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서 찾고 있지만, 인간활동에 따른 자연훼손으로 이산화탄소 흡수를 비롯하여 자연이 발휘하는 기후 완화 기능이 줄어든 것 또한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후변화는 매우 거시적인 것으로써 그 흐름을 빨리 되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그 큰 변화도 작은 변화가 모여 이루어진 것처럼 작은 변화가 모이면 그 역전도 이루어낼 수 있다. 한 번의 처리로 한 가지 효과만 이루어내는 단순한 해결책보다는 복합적 효과를 이루어내는 생태적 해결책이 그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개발이 이루어져도 지역 전체의 녹지 양과 질은 달라지지 않게 하는 녹지 총량제, 침엽수림을 활엽수림으로 전환하기 위한 생태적 복원, 산림의 질 저하를 최소화하는 생태적 산지 이용 등을 그러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이 더 심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것은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나면 기온이 상승하여 육지는 물론 하천이나 호수와 같은 수체로부터 증발량이 늘어나게 된다. 높아진 기온은 식물과 토양으로부터도 증산량과 증발량을 높이며 수분을 빼앗아 간다. 결과적으로 그것은 식물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강수량도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나아가 가뭄피해를 받은 지역에 비가 내리게 되면 가뭄으로 단단해진 토양은 빗물을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져 홍수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해 과거에는 주로 도시에 제한되었던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포장이 이제는 농촌지역에서도 지면을 덮는 면적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와 같이 포장된 지면은 물은 전혀 흡수할 수 없으면서 열은 잘 흡수해 기온상승을 유도하며 기후변화를 부추기는 것은 물론 기후변화의 2차적 영향인 가뭄과 홍수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 |
| ▲ 사진2. 가뭄 피해로 죽어가는 팥배나무 <제공=이창석 교수> |
더구나 식물 피해는 예민한 몇몇 종을 뛰어 넘어 여러 자생식물로 확산되어 가고 있다. 밤나무와 산벚나무의 피해가 크고, 지역의 안정된 식생을 대표하는 신갈나무와 서어나무에서도 그 피해가 확인되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대표적인 건조지 식생을 이루는 소나무, 굴참나무 등과 그들의 하층식생을 이루는 노간주나무, 붉은병꽃나무, 진달래, 철쭉, 새, 솔새, 맑은대쑥, 억새 등 큰키나무, 중간키나무, 작은키나무와 풀을 포함하여 종과 식생의 계층구조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의 식물이 피해를 입어 죽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실로 심각한 현상이 우리 곁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더 이상의 개발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판단력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본 미디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