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영국에서 샤워 시간과 화장실 사용 습관, 가정 내 누수 대응 방식 등을 바꾸는 생활 속 행동 변화가 하루 50억 리터에 달하는 물 부족 문제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물 사용 행동이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되는지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이해와, 물 산업 전반의 증거 기반 축적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리대학교 지속가능성연구소가 주도한 이번 보고서는 세계 물의 날(3월 22일)을 맞아 공개됐다. ‘행동 변화를 통한 가정 내 물 효율성 증진’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2024년 10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영국 물 부문 60개 기관, 100여 명 이상의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스완지대·브리스톨대·포츠머스대 연구진도 공동 참여했다.
현재 영국의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은 약 135~150리터 수준이다. 정부는 수요 절감을 위해 스마트 미터링을 주요 수단으로 삼고 있으며, 이를 통해 2050년까지 약 4억5000만 리터의 물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환경청의 국가 프레임워크는 향후 예상되는 물 부족의 60%를 수요 관리로 해결해야 한다고 보고 있어, 연구진은 결국 가정 내 행동 변화가 핵심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업계 전문가들은 가장 시급한 행동 변화 과제로 가정 내 누수 신고 및 수리, 샤워 습관, 화장실 사용 방식을 꼽았다. 샤워는 분당 6~15리터의 물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영국 가정에서 쓰이는 식수의 약 4분의 1은 변기 물을 내리는 데 사용된다. 연구진이 확인한 6대 우선 행동 가운데 4개가 욕실과 관련된 행동이었다.
연구진은 그러나 지금까지의 물 절약 정책이 물 사용량을 알리거나 절약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데 치우쳐 있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 수석 저자인 벤자민 가드너 서리대 교수는 “물 부문은 행동 변화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사람들이 실제로 물을 사용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와 이를 연결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샤워 시간처럼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행동은 의식적으로 결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단순히 몇 리터를 쓰고 있는지 알려주는 것만으로는 변화를 이끌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특히 샤워나 변기 물 내리기 같은 행동을 바꾸려면 먼저 그 행동이 왜 일어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물 사용 습관은 자동적으로 반복되며, 일상 속 산만함이나 피로로 인해 스스로 바꾸고자 해도 쉽게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동 저자인 파블로 페레이라-도엘 서리대 인간 인사이트 연구소장은 “실시간 피드백은 샤워 도중 바로 행동이 일어나는 순간에 전달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물속에 머무는 시간을 실제로 줄이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며 “지속 가능한 해법을 설계하려면 이러한 ‘행동의 순간’을 더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데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물 산업 내부의 구조적 한계도 함께 짚었다. 수도 회사들이 행동 변화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도 상업적 이유로 결과를 충분히 공유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산업 전체의 학습과 확산이 제한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상업적으로 민감한 정보는 보호하면서도 핵심 인사이트를 공유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행동과학 도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이를 바탕으로 다섯 가지 권고 사항도 제시했다. 먼저 물 부문 조직이 행동과학자와 직접 협력해야 하며, 사람들이 물을 사용하는 방식과 변화 가능성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단순한 교육보다 습관을 흔드는 개입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물 절약에 관한 지식과 경험은 조직 간 더 적극적으로 공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행동 변화는 기술적·구조적 대책과 병행되는 복합적 해법의 하나로 다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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