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통합 물관리 정책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지만, 기후위기로 인한 복합 재난 앞에서 현 체계의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환경부는 최근 성과로 AI 홍수 예측 시스템과 디지털 트윈 기반 하천 관리 등을 강조했지만, 여전히 법·제도적 기반과 재정 확보의 속도가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극한 강우와 가뭄이 빈번해지면서, 치수(治水)와 이수(利水)를 동시에 고려한 물 관리 체계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8월 28일 KEI(한국환경연구원) 주최, 환경부 후원으로 열린 심포지엄에서는 이와 관련한 자연 회복력과 기술력을 통한 물 위기 극복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물 관리 일원화 이후 성과와 과제
환경부는 2018년 물관리 일원화를 시작으로 2019년 「물관리기본법」을 시행했고, 2021년 국가 물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어 2022년에는 하천 관리까지 이관받아 명실상부한 통합 물관리 체계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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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포지엄 참석자들 |
성과로는 AI 기반 홍수 예보 시스템과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댐·하천 시뮬레이션이 꼽힌다. 기존 계획보다 1년 앞당겨 시행된 AI 홍수 예측은 실제 홍수 피해 저감에 기여했고, 전국 1천여 대에 달하는 AI CCTV는 홍수기 인명피해 예방에 활용되고 있다. 또한 2023년 오송 참사 이후 「도시침수 방지법」과 「물순환 촉진법」이 제정돼 제도적 대응 기반도 마련됐다.
그러나 여전히 농업용 저수지, 발전용 댐, 소하천 관리가 부처별로 분산돼 있어 완전한 통합에는 이르지 못했다. 설계 기준도 현실과 괴리가 크다. 하천 설계는 ‘50~200년 빈도’ 강우를 기준으로 하지만, 실제로는 500년, 1천년 빈도의 집중호우가 발생하고 있다. 환경부 측은 “법은 제정됐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 예산과 사업 집행이 늦어지고 있다”며 “모델 사업을 통해 실효성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뭄·물 복지 대응도 과제
홍수 대응에 비해 가뭄 대책은 후순위로 밀리는 경향이 있다. 강릉과 광주·전남 지역 가뭄 사례처럼 피해는 장기적이지만, 비가 오면 관심이 급격히 줄어드는 탓이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지하수 저류댐, 해수 담수화 시설 확충을 추진 중이다. 올해 11월 완공 예정인 서산시의 대산임해산단 해수 담수화 시설은 하루 10만 톤 규모의 공업용수 공급이 가능할 전망이다. 또한 낙동강에 국한됐던 보 개방 논의를 금강·영산강으로 확대하고, 댐 연계 물 공급 네트워크 구축과 수도사업 통합 관리도 추진되고 있다. 다만 지방자치단체 간 이해관계 조율과 지역사회 협의가 최대 난제로 꼽힌다.
수도권 극단 홍수 시뮬레이션… “서울 42% 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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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계 홍수위험(제공=KEI) |
경제적 피해액은 최소 46조 원에서 최대 57조 원으로, GDP의 2.4%에 해당한다. 그러나 팔당댐 상류 저류지 활용이나 하류 농경지 확보 등 구조적 대책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극단적 상황에서는 구조적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비구조적 대책과 사회적 합의, 재난 취약계층 보호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
거버넌스 재편과 사회적 합의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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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홍수위험(제공=KEI) |
치수·이수 관리, AI와 디지털 트윈으로 혁신 모색
기후 변화로 인한 극한 강우와 가뭄이 빈번해지면서, 치수(治水)와 이수(利水)를 동시에 고려한 물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디지털 트윈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물 관리 시스템의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예전에는 홍수 예경보가 주요 과제였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가뭄으로 인한 저수율 저하가 더 큰 고민이 되고 있기에 앞으로는 치수와 이수를 동시에 고려하는 접근이 필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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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재 강원대학교 교수는 “강릉의 가뭄이 지속되면서 지난 4년간 해당 지역 오봉저수지를 대상으로 홍수 및 가뭄 대응 시스템을 개발해왔다. 스마트 방류(smart release) 기법을 도입해 태풍과 집중호우 시 저수지 방류량과 하류 침수 피해를 최소화하는 시나리오를 검증했고, 최근에는 저수율이 25% 이하로 떨어지는 시기를 예측하는 ‘가뭄 예보 모델’도 추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연구팀은 기상청의 기존 강우 예보보다 정밀한 자료와 레이더 강우 데이터를 결합해 예측 정확도를 개선했다. 이를 통해 1시간, 3시간, 6시간, 12시간 후 저수율과 방류 영향을 거의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모든 프로세스를 1분 내에 처리해 의사결정에 즉각 반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도화한 것이다.
특히 오봉저수지 모델은 AutoML(자동화 머신러닝) 기법을 적용, 수문 운영과 유입량을 자동 학습해 정확도를 높였다. 또한 하류 지역의 홍수파(flood wave) 모형을 결합해, 방류 결정이 남대천 유역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100년 빈도를 넘어 500년 빈도의 극한 강우 상황에도 대비할 수 있는 체계로 평가된다.
농업용수 관리의 디지털 전환
서울시립대학교 차윤경 교수 연구팀은 농업용수 분야에서도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농업용수는 전체 물 사용량의 61%를 차지하지만, 공급·사용·회귀량에 대한 실측 기반 데이터가 부족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연구진은 계측 장비와 시뮬레이션을 결합한 디지털 트윈을 구축, 물이 논에 공급되고 다시 하천으로 회귀되는 양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농업용수 회귀율은 35%”라는 기존 통념이 실제로는 시기와 지역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차 교수는 “기존 수치는 오래된 문헌을 반복 인용한 것이었으며, 실제 회귀율은 월별·지역별로 다르게 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확한 원격탐사를 위해 위성 및 드론 활용의 장점에 대해 소개했다. 위성 영상 활용 시 광역적·주기적 모니터링에 유리하다고 밝혔다. 공공 차원의 녹조 예보 서비스 확대될 경우 정책 의사결정 지원 도구로도 활용될 수 있다. 한국은 물환경 정보 시스템을 들 수 있으며 미국은 CyAN 앱, 중국은 태호(太湖, Taihu) 녹조 예보 플랫폼, 호주는 아쿠아 워치(AquaWatch)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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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윤경 교수 발표 모습 |
이렇듯 녹조 예측에서도 데이터 기반 모델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여러 기술적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자료 부족과 제한적인 접근 등은 데이터 융합 및 보강, 보관기법으로 보완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AI 알고리즘을 통한 예측 정확도 향상을 시도할 수 있다.
수생태계, 장기 데이터로 변화 추세 파악
세종대학교 권현한 교수는 기후변화에 따른 수생태계 변화 및 정책적 함의에 대해 설명하면서 기온 상승이 수질과 생태 지표에 단계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으며, 특히 온도 상승이 가져올 미래 변화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석 대상은 크게 세 가지 수생태 지표다. 부착돌말 지수(TDI),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 지수(BMI), 어류 지수(FAI)로, 각각 0~100점까지 평가해 점수가 높을수록 양호한 상태를 의미한다. 연구 결과, TDI와 BMI는 수질이나 유량과 일정한 상관관계를 보였으나, 어류 지표는 지역적 특성과 고착성으로 인해 뚜렷한 변동성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냉수성 어종의 경우, 서식지가 점차 높은 고도로 이동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이는 수온 변화에 민감한 어종이 서식 환경을 찾아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2015~2016년 한강 가뭄 사례는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주었다. 저서생물이나 돌말 지표는 유량이 회복되면 1년 안에 빠르게 원상태로 돌아왔지만, 어류 지표는 회복까지 3년 이상 걸려 기후 충격에 더 오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지안 네트워크(Bayesian Network) 기법을 활용한 인과관계 분석도 이뤄졌다. 기온이 95% 수준으로 상승할 경우, 수온과 주요 수질 인자들이 악화되고, 이는 곧 수생태 지표 전반의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 관리, 데이터와 책임 논의가 관건
관계자들은 AI는 결국 인간이 축적한 지식에 기반한 도구이며, 핵심은 데이터라고 지적하며 기작 기반 모델과 AI 학습을 결합한 예측 기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홍수 예측과 댐 방류 의사결정 과정에서 AI의 활용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예측이 실패했을 때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에 대한 제도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AI 기반 수질·수량 관리, 가뭄 대응, 녹조 예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통합 물 관리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수질 예보가 나쁠 경우 정수장에서 약품 투입이나 처리 방식 변경 등 ‘방어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설명도 나왔다. 또 AI 활용이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 비용 효율성과 정책적 함의를 갖는 만큼, 정부 차원의 데이터 주권을 통한 AI 추진과 데이터 연계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의는 AI 기술을 물 관리 전반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진행되는 가운데, 기술적 신뢰성과 정책적 책임 문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는 과제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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