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면 상승 위험, 기존 추정보다 더 크다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3-05 22:4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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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의 위험이 기존 연구보다 훨씬 과소평가됐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해안 수위의 기준선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과학계와 정책 당국이 사용해 온 일부 전제가 실제보다 낮게 잡히면서, 침수 위험 지역과 피해 인구 규모가 축소돼 왔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와게닝겐 대학교 & 리서치의 수문 지질학 연구진에 의해 네이처에 발표된 이번 연구에 따르면, 연구진이 수백 건의 과학 논문과 위험 평가를 분석한 결과 약 90%의 연구가 기준 해안 수위를 평균 약 30센티미터 낮게 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오류는 특히 남반구와 태평양, 동남아시아에서 더 자주 나타났으며, 유럽과 대서양 연안에서는 상대적으로 덜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이 같은 차이의 원인으로 바다와 육지의 고도를 측정하는 방식 간 불일치를 지목했다. 바다의 높이와 육지의 높이를 각각 따로 측정하는 방식은 개별 영역에서는 정확할 수 있지만, 정작 해안선처럼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경계에서는 오차가 발생하기 쉽다는 설명이다. 특히 기존 연구들이 실제 해수면 대신 ‘0미터’를 출발점으로 삼아 침수 위험을 계산한 점이 문제로 꼽혔다.

또한 많은 연구가 파도나 해류가 없는 정적인 해수면을 가정해왔다는 점도 한계로 제시됐다. 그러나 실제 해안은 바람, 조수, 해류, 기온 변화 등의 영향으로 끊임없이 흔들리며, 이런 요소들이 침수 위험을 더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보다 정확한 해안 높이 기준선을 적용할 경우, 세기 말까지 해수면이 약 1미터 상승할 때 일부 지역에서 침수 면적이 기존 추정보다 최대 37%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추가로 7,700만 명에서 1억3,200만 명이 더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특히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도서국은 이번 연구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지역으로 지목됐다. 이미 해수면 상승의 직접적인 영향을 겪고 있는 이들 지역에서는 해안 침식, 도로 침수, 생활 터전 상실 등이 현실화되고 있다. 바누아투 등 남태평양 지역 주민들은 해변 침식과 해안선 후퇴, 무덤 침수, 도로 유실 등으로 삶의 터전이 흔들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다만 모든 과학자가 이번 연구의 해석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외부 전문가들은 연구진이 기존 영향 평가의 한계를 다소 과장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많은 해안 지역 계획가들은 이미 현장 정보를 바탕으로 보다 정교한 대응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해수면 상승 위험 평가의 출발점 자체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던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해양과 해안의 변화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가운데, 각국 정부가 불완전한 데이터를 토대로 기후·재난 대응 계획을 세울 경우 피해 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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