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누진제 폐지냐 유지냐 그것이 문제로다

조경태 의원 누진제 폐지 법안 발의
강유진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8-09-07 12:3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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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111년 만의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됐다. 밤에도 사그라지지 않는 열기로 열대야가 이어졌다. 낮에도 밤에도 에어컨 없이 지내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전기세 누진제도 때문에 에어컨을 켜면서도 전기세 폭탄을 맞을까 마음은 불편한 상황. 이에 여야를 막론하고 전기요금 누진제도 완화에 대한 공감대가 모아졌다.

 

물론 한시적 완화부터 전면폐지에 이르기까지 차이는 있었지만, 현재 누진제도를 개편해야 하는 것에는 상당수 동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8월 7일 “7월과 8월 두 달 동안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한시적 완화로 급한 불은 껐지만 ‘누진제도’ 자체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누진제 폐지냐 유지냐의 기로 앞에 양측 의견을 들어본다.

전기요금 체계는 변하는 것
누진제는 1974년 도입돼 올해로 45년째 유지되고 있다. 1973년 석유파동으로 에너지절약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1974년 12월 주택용 누진제가 시행됐다.

 

산업의 발전을 위해 산업과 일반용은 적용하지 않고 가정용에만 적용했다. 시행초기에는 누진단계는 3단계, 누진율은 1.6배였다. 하지만 누진율과 누진단계는 그 후로도 국제유가 및 전력수급 상황에 따라 변동되다 1979년도에는 누진단계 12단계, 누진율 19.7배까지 오르기도 했다. 현재는 누진단계 3단계, 누진율 3배이다.  


지난 8월 1일, 조경태 의원은 누진제 폐지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누진제도는 과거 전력수급이 불안정한 시절에 책정된 제도”라며 현재 실정과 맞지 않는 구시대적 제도임을 강조했다.  

 

앞서 보았듯이 실제로 전기 요금 체계는 사회적 상황이 변하면서 같이 변해 왔다. 누진제가 시행되기 전까지는 전력을 많이 쓸수록 요금을 깎아주는 ‘체감요금제’를 시행했다. 그러다 1차 석유파동이 있었던 1973년에는 단일제로 전환하고 1974년부터는 누진제로 전환했다. 요율도 시기마다 최대 12단계 누진에서부터 현재 3단계 누진까지 다양하게 변해왔다. 가정용뿐만 아니라 일반용과 산업용도 당시 상황에 맞게 변화해 왔다.  

 

그렇다면 누진제도가 적용된 지 45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누진제는 타당한가 짚어볼만 하다. 전력수급이 안정화 된 지금에도 여전히 필요한가 말이다.

전기요금으로 소득재분배 하던 시절 지나
처음 누진제도가 도입되던 당시, ‘소득재분배’효과를 기대하는 바가 있었다. 70년대는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가전제품, 즉 텔레비전이나 세탁기, 냉장고 등을 일부 부유층만 사용하던 것이었기 때문에,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부유층이 요금을 더 내는 누진제도가 상당부분 소득재분배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이는 전기를 적게 쓸수록 저소득층일 가능성이 높다는 가정하에 에너지 복지를 실현하고자 했던 것인데, 그러나 실제로는 전기를 적게 소비하는 이유가 소득과 상관없이 가구원수가 적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2016년에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발간한 ‘공공기관 요금체계 평가’에서 가구별 전기소비량, 소득, 가구원 수간의 관계를 살펴본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대체로 소득수준이 높고 가구 규모가 클수록 전기요금이 높았다.

 

이는 고소득층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나타낸다. 하지만 5인가구 이상 저소득층에서는 오히려 전기요금이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저소득층은 난방을 전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이 때문으로 해석된다.  

 

평가서에 따르면, 소득5분위(고소득층)에 속하면서 1인 가구 전기요금은 4만1753원인데, 소득1분위(저소득층)에 속하면서 5인 이상가구 전기요금은 5만8071원으로 더 많은 요금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구원수가 많을 경우, 소득이 적다하더라도 전기사용량이 많고, 높은 누진율로 인해 높은 전기요금을 지불하고 있다는 의미다. 즉 전기요금으로 소득재분배 효과를 기대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낳고 있다.  

 

또한 처음 누진제도가 시행되던 때와는 달리 지금은 웬만한 가전제품을 대다수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어서 오히려 저소득층이 가전제품을 쓰면서 편리하게 생활하는 것에 부담을 주고 있는 실정이라는 지적도 있다.

에너지 절약과 누진제도 상관관계 ‘미약’
1973년 석유파동으로 에너지 절약하자고 시행한 누진제도가 실제로는 에너지 절약과 큰 상관이 없다는 사실도 나타났다.  

 

공공기관 요금체계 평가에서 제시한 ‘용도별 전력소비 변화’ 자료에 따르면 주거용의 경우 전력소비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나 증가율이 평균보다 낮아 전체 전력 소비 중 주거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기준으로 13%정도다.

 

2005년~2014년 동안 주거용 전력소비량의 증가율은 2.6%로 가장 낮다. 반면 산업용은 증가율이 5.3%로 가장 높다. 전체 전력소비 중 산업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기준 55.4%로 절반이 넘는다.
 

 

조경태 의원은 「전기사업법 제16조」를 개정해 전기판매사업자가 전기요금을 책정할 때, 주택용 전기요금의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도록 법안에 명시하는 법안을 발의한 뒤, “한전은 전체 전력 판매량의 불과 13.6%를 차지하는 주택용 전력에만 누진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56.6%를 차지하는 산업용과, 21.4%를 차지하는 일반용 전력에는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어 현행 전력요금 제도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아직도 명동의 상점에서는 에어컨을 마구 틀면서 문 열어 놓고 장사를 한다. 반면 집에서는 폭염에 에어컨 한번 틀기도 부담스럽다. 이는 정작 에너지 절약이 필요한 산업용은 건들이지 않고 주택용에만 부과한 누진제 때문이 아닐까.

주택용으로 전체 전력수요관리 못 해
누진제를 해제하면 전력사용량이 증가해 전력수요관리에 큰 영향을 미칠까? 주택용 전력도 연간 전력소비 비중에 비해 동계와 하계의 수요가 높다. 하지만 일반용이 비하면 그 증가폭이 크지 않다.  

 

하루 중 전체 전력수요가 가장 많은 시간은 대체로 오후 2~3시 즈음이다. 하지만 주택용 전력수요는 출근시간인 아침 8~9시에 증가한 후 낮 시간에는 오히려 감소한다. 그리고 퇴근시간부터 밤에 사용이 증가해 밤9~10시 즈음 최대 사용량을 보인다.  

 

즉 주택용 전력수요는 전체 전력수요 패턴과 반대로 움직인다. 그렇기 때문에 주택용 전력 수요를 억제해 전체 전력수요를 관리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진제가 완화되어 전력사용이 증가하더라도 전력사용이 몰리는 시간대가 산업용·일반용과는 완전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으로 보면, 전력수요변화가 가장 큰 것은 일반용 전력이다. 따라서 효과적인 전력수요관리를 위해서는 일반용 전력을 관리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


해외사례
주택용 전기요금은 다른 국가들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일본 등에서는 누진 단계수가 2~3단계, 누진율도 1.1~1.5배 수준이다. 누진율이 높은 편인 대만도 여름에만 2.7배로 3배인 한국보다 낮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외국의 사례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과도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누진제도 폐지는 순탄치마는 않다. 국회예산처는 전기요금 누진제가 완화되면 전기사용량이 적은 가구는 현재보다 요금이 다소 인상 될 것이고, 전기사용량이 많은 가구의 요금은 하락하는 경향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즉 에너지를 많이 쓰면서 현재보다 적은 요금을 내는 것은 에너지 정의 측면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또한 누진제 폐지를 통해 저소득층 가구 중 전기요금이 증가해 경제적 어려움이 심해지는 가구에 대한 별도의 에너지복지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환경미디어= 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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