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 10년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3-18 22:2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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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담배꽁초가 환경에 버려진 뒤 10년이 지나도 완전히 분해되지 않고, 미세플라스틱성 잔여물 형태로 토양에 남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쓰레기 가운데 하나인 담배꽁초가 단순한 미관 훼손을 넘어 장기적인 환경오염원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이탈리아 나폴리대학교 연구진은 최근 학술지 환경 오염(Environmental Pollution)에 발표한 연구에서 담배 필터의 장기적 분해 과정을 추적한 결과, 담배꽁초가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변화를 거치면서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담배 필터가 시간이 지나며 천천히 변형될 뿐, 결국 토양 속에 미세플라스틱 형태의 잔여물로 남는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수천 개의 담배꽁초를 그물망 봉투에 담아 도시 표면, 모래 토양, 영양분이 풍부한 초지 토양 등 다양한 환경에 놓고 10년에 걸쳐 변화 양상을 관찰했다. 이 과정에서 질량 손실, 화학 조성 변화, 미생물 군집 형성, 생태독성 변화 등을 여러 시점에 걸쳐 분석했다.

그 결과 담배 필터의 분해는 초기에 일부 빠르게 진행되지만, 이후에는 매우 느리고 불완전한 상태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 몇 주 동안은 용해성 화합물과 외부 층 일부가 사라지지만, 이후에는 필터를 구성하는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 섬유가 미생물 분해에 강한 저항성을 보여 장기간 잔존했다. 특히 생물학적 활동이 적은 도시 표면이나 영양분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10년이 지나도 필터 섬유 대부분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반면 유기물이 풍부하고 미생물 활동이 활발한 토양에서는 상대적으로 분해가 더 진전됐다. 연구진은 가장 분해가 잘된 조건에서도 최대 질량 손실은 약 84% 수준이었으며, 도시와 유사한 환경에서는 약 52%만 감소해 절반가량의 필터 물질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겉으로 보기에 줄어든 것처럼 보여도 상당량의 오염물질이 토양에 잔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에서 주목된 또 다른 점은 담배 필터 섬유의 구조 변화다. 유리한 토양 조건에서는 원래의 섬유가 서서히 형태를 잃고, 미생물 잔류물과 광물 입자 등과 결합해 작은 구형의 미세 응집체를 형성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전자현미경 분석 결과, 이 구조는 단순 분해가 아니라 플라스틱 유래 입자가 토양 생태계에 새로운 방식으로 편입되는 경로일 가능성을 보여줬다. 연구진은 이를 담배 필터가 토양 내 2차 미세플라스틱 형성에 기여하는 증거로 해석했다.

미생물도 이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꽁초가 토양에 오래 머물수록 박테리아와 곰팡이 군집이 필터 표면에 형성돼 분해를 돕지만,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의 화학 구조 자체가 강한 내성을 지녀 완전한 생분해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결국 미생물 작용 이후에도 필터 조각은 토양 시스템 안에 남았다.

생태독성 역시 시간이 지나며 단순히 사라지지 않았다. 갓 버려진 담배꽁초는 니코틴, 중금속, 방향족 탄화수소 등 독성 물질을 빠르게 방출해 높은 독성을 나타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일부 불안정한 화합물은 줄어들어 전반적인 독성은 감소했지만, 분해 중간 단계에서는 오히려 생물학적 효과가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도 확인됐다. 10년이 지난 뒤에는 신선한 담배꽁초보다 독성이 낮아졌지만, 여러 시험 생물에서 여전히 측정 가능한 영향이 나타나 숙성된 담배꽁초 역시 환경적으로 무해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연구진은 담배 필터가 생분해성 물질처럼 짧은 시간 안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 환경에 남아 토양과 상호작용하며 생태적 영향을 지속한다고 강조했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수조 개의 담배꽁초가 버려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 같은 잔존성은 심각한 환경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연구는 작은 쓰레기로 여겨져 온 담배꽁초가 사실상 장기 지속형 플라스틱 오염원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담배꽁초의 장기적 환경 운명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플라스틱 관련 오염 저감 전략과 환경 발자국 축소 대책을 마련하는 데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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