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시 ‘스마트 팜 혁신밸리’ 왜 불청객이 됐나
멀쩡한 자연습지를 수백억 예산으로 매립 계획
‘스마트 팜’ 뭐하게? 자연생태 가치 훼손

김제 백구면 월봉리 부용제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청년농을 육성하고 기술혁신을 추구한다는 목적 아래 2022년까지 전국 4곳에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전북 김제와 경북 상주 2곳이 이미 혁신밸리 조성지역으로 선정됐고, 이들 지역이 내년부터 착공에 들어간다.
이에 대해 지역민들은 반발한다.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농업 진출을 바라는 대기업의 우회도로가 될 뿐“이라고 볼멘소릴 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설작물 과잉생산과 농민 대상의 의견수렴 부족 등을 지적하며 정부에 사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단순히 ‘백구 사람들의 땀과 추억이 담겨 있는 곳’이라는 감성적인 이유로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그대로 두면 천연의 보고인 천연용출 습지를 수백억 예산으로 매립하고 스마트한 농업단지를 만들겠다는 걸까? 누구에게 물어도 자연생태습지가 시뻘건 황토로 메우는데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될 것이 자명한 일인데.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천연의 보고
이 습지는 주변농지에 물을 흘려보내는 자연샘터다. 독미나리, 가시연꽃, 물고사리가 풍부하게 자리하고 있다. 저어새와 고니가 날아드는 철새의 쉼터이기도 하다. 환경전문가들은 “독미나리 같은 북방계식물과 물고사리 등 남방계 식물이 혼재해 자연사적 보존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다”고 평가하고 있다.
2015년 ‘전북 습지 등 생태경관 우수지역발굴조사 및 관리 계획수립’ 보고서에도 멸종위기 종의 대규모 분포를 확인했다. 전북도는 ‘습지의 선정평가 기준’에 따라 습지 등급을 ‘상’으로 평가해 부용제의 생태적 가치를 인정했다. 도내 18개 우수습지에 백구면의 부용제(죽제)를 포함시켰다.

지질자원의 저장고, 수질개선 역할
과거에는 주민들이 이곳 부용제에서 이탄(화본과식물)을 캔 후 말려서 땔감으로 사용하는 일이 흔했다. “산지형 이탄습지 조성과정과 달리 수온이 낮은 곳에 분포하는 독미나리 군락과 지하수 용출로 보아 평지에서는 매우 희귀한 이탄 습지일 가능성이 높다”고 수십 년 마을 지킴이들이 전했다.
부용제는 자정작용을 통해 만경강 지천으로 수질오염이 심각한 용암천(BOD 7.3mg/liter) 수질개선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인근 과수원이나 농경지의 퇴비, 농약 등 농업의 비점오염원을 가라앉히고 걸러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전북도 ‘아시아 스마트농업생명밸리’ 구상
전북도는 ‘17년 12월에 ‘전북혁신성장, 미래비전 기획단’을 구성했다.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도 출연기관과 산학연 전문가가 참여했다. 그들이 선정한 5대 핵심프로젝트는 ▲글로벌 종자 산업메카 실현 ▲첨단 농기자재 혁신기반조성 ▲스마트팜 밸리 조성 ▲식품클러스터 글로벌 거점화 ▲생물자원 소재 융복합 플랫폼 구축 등이다.
농업축산식품부의 통계에 의하면, 국내 농경지가 19%(2000년)에서 17.1%(2013년)으로 줄어들고, 농림어업종사자 비중도 전체 취업자의 10.6%에서 5.7% 로 줄고 있다. 국내총생산 중 농림어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도에 2.3%이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농업분야의 혁신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정부뿐 아니라 전북도의 정책이 선한 의지로 집행된다는 믿음이 있으면 김제시의 혁신밸리 구축 사업은 적극 지지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본사 취재진이 현장을 방문하고 여러 경로를 통한 여론을 수렴한 바로는 이곳의 습지를 매립하고 스마트팜 단지를 건설하는 것은 매우 근시안적인 졸속 행정 처리로 여겨졌다. “청년이 찾아오는 스마트팜 혁신밸리” 구상에 지역주민들은 고개를 갸웃한다. 막대한 비용에 비해 고용창출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초대받지 못한 ‘스마트팜 혁신밸리’
첫째 지역주민과의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사업이다.
둘째, 지역 농민들의 의식수준 및 농업정책 이해도는 지역 공무원보다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자신들이 살아온 터를 헌신적인 애정을 갖고 바라보기 때문에 고향 터를 지키는 자들의 식견은 훨씬 멀리 내다보는 경우가 많다. 공무원의 업무추진이 겨우 2-3년 담당직무를 맡고 있는 시간에만 그들의 관심 사안이 되는 것과 큰 대조를 이루는 이유다.
셋째, 자연용출이 되는 습지는 전국적으로 샅샅이 찾아서 관리되지 않는 곳은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리도록 가꿔야 한다. 그런데 멀쩡한 습지를 막대한 비용을 들여 매우고 인공구조물을 건축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다른 대체부지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주변 폐교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넷째, 여러 가지 '혁신밸리’, ‘스마트팜’, ‘융복합플랫폼’, ‘4차산업’ 등의 화려한 용어로 농민을 현혹하는 방법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귀농 귀어를 장려하는 지자체가 알아야 할 것은 그들의 유입이 단순히 농업인, 어업인들의 숫자가 늘어가는 것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회지에서 신문화가 흘러가는 것이고 그들의 다양한 경험과 지적판단력이 현지에도 영향을 끼친다. 즉, 지금의 농가, 어가를 일구는 현 주민들은 더 이상 몽매한 촌사람이 아닌 것이다.
숱한 공무원들의 해외 연수가 필요하지만 한 가지 맹점은 단기간에 선진국의 겉멋만 배우고 오게 되는 것이다. 시내 중심가에 다리하나를 놓기 위해 수십 차례 심지어는 2~30년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해서 완성하는 구조물을 뚝딱 모방을 하는 어리석음이다.
‘스마트 팜’이라는 멋진 용어가 그 진가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키를 낮추고 귀를 열면서 꾸준한 대화와 설득, 양보 등의 지혜가 발판이 돼야 한다. 그것이 스마트한 공무원이 해야 할 일이다. 주민과의 조화가 절실하다. 자연이 아름다운 것은 조화에 있기 때문이다. 왜 멀쩡한 습지를 돈 들여 메우고 생태계를 짓밟고 스마트 팜을 논할까.
스마트파밍이란?
스마트파밍(스마트 영농)은 디지털농업 또는 e농업 그리고 독일에서는 농업 4.0(Farm 4.0)이라고도 불린다. 농업에서 현대 정보 및 통신기술 사용을 의미한다.똑똑한 농업의 응용한 예로써, 작업 프로세스의 자동화, 단조로운 노동의 감소, 로봇의 사용, 자율 주행, 자동사료분배, 원격조종 가능한 무인차량(예: 살충제 제거시) 및 보조 시스템 사용 등 다양하다. IOT 사용, 스마트폰 또는 태블린 같은 모바일 장치의 작업 플로우(Work Flow) 제어 등으로 빅데이터 및 스마트 기술을 적용하고, 농업행정 및 IT 인프라 관리 및 장비의 디지털화 프로세스를 구현한다. 스마트 농업은 과잉 인구 및 세계 기아문제를 보다 잘 통제할 수 있는 기회로 사용된다.
독일의 경우 운영 프로세스 효율성의 증가도 평균 11%로 나타났다. 비용은 평균 7% 감소했다. 48%가 비료 절감을, 42%는 이 기술로 농약 사용을 줄였다. 그러나 많은 비용이 주요 문제이며, 농업 회사의 많은 농민이나 종업원이 새로운 기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52%는 투자가 실제로 무엇을 지불하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농민의 4분의 3이 똑똑한 농법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44%는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했고 오직 3분의 1만이 직원들에게 훈련에 투자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다음호에는 선진국의 스마트파밍 사례, 김제시의 추진 목적과 주민과의 원만한 해결방안을 정리할 계획이다.>
-문광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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