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악취, 보이지 않는 최악의 고통 <2>사업장 악취

축사-폐기물처리장에 주민 고통-주변 오염 갈수록 심해
박원정 기자 awayon@naver.com | 2016-11-04 11:30:54

“더위와 소음은 그나마 참아가며 살고 있는데 악취 때문에 도무지 하루도 살 수가 없다.”
자기 집 인근의 돼지 축사와 폐기물처리 사업장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주민들의 공통된 하소연이다.
“하루에도 5건 정도의 악취 관련 민원이 들어온다. 공장가동을 중단시켰는데도 악취가 난다고 하니, 민원 때문에 업무를 못 볼 지경이다.”
생활·사업장 악취 민원에 시달리고 있는 충북 청주시청 환경관리본부 한 공무원의 푸념이다.
악취는 후각을 통해 불쾌감과 혐오감을 줄뿐만 아니라 심하면 눈·호흡기 계통에도 자극을 주고, 기체 상태의 물질에 따라 두통과 구토를 수반하며, 식욕감퇴와 스트레스까지 일으킨다.
악취방지법 등 법은 강화되고 있는데 반해 사업주는 인식 부족과 폐수 등 교묘한 야간방류 등으로 인해 악취 관련 민원은 오히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악취관리지역을 확대해 규제하거나 지자체별로 악취지도를 마련한 후 산업·토지이용 특성 등을 고려한 적정이격거리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금암리에 위치한 우진환경개발(주)는 악취 발생은 물론 소음, 먼지, 쓰레기 방치로 주변 오염이 우려

되고 있다. 최근엔 이장단에 식사대접을 하는 등 주민 회유로 원성을 사고 있다.   

 

 


◇악취, 해마다 늘어나는 민원


2015년 빛·진동·소음·악취 등 생활 속 공해로 전국 지자체에 신고·접수된 민원건수는 12만5000건에 이른다. 이중 소음과 진동이 10만6283건으로 가장 많았고, 빛은 3670건, 악취는 1만5573건이었다. 전체적인 수치만 놓고 볼 때 소음과 진동에 비해 악취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어 보이지만, 악취 공해의 경우는 증가세가 두드러져 심각한 상황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2005년부터 시행된 악취방지법이 있는데도 악취 민원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0년간 악취 민원은 3.4배 증가했다. 2005년 4302건에서 2014년 1만4816건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2015년에는 1년 새 757건 더 늘어난 것이다. 전국서 하루 평균 42건 정도의 민원이 발생한다고 가정하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접수된 통계치만 이런데 집계가 되지 않은 민원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특히 규모가 크고 발생량도 많은 사업장 악취는 인근 주민들에게 큰 고통을 경우가 많다. 악취저감시설이 돼 있어도 가동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고장이 나면 속수무책이다.


설령 단속이 돼도 과태료 조금 내면 그만이라는 사업주의 사고가 바뀌지 않는 이상 악취 근절은 요원할 뿐이다.

 

경남 합천군 야로면 정대리에  돼지축사 5곳

숨쉬기도 곤란...무단 방류로 물고기 집단폐사

 

△돼지 축사

경남 합천군 야로면 정대리 주민들은 인근 축산시설서 나오는 악취로 수십 년 째 고통을 받고 있다. 특히 4000평의 돼지 축사에 500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B농장은 시설개선이 전혀 되지 않은 채 재래식이어서 주민들의 원성이 높다.


또한 120여 가구에 30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정대리 1~3구엔 5곳의 돈사에서 모두 1만여 마리의 돼지를 키우고 있다.


이 마을 한 주민은 “우리 마을은 저지대여서 기압이 낮을 경우 악취로 숨쉬기마저 곤란한 지경”이라며 “여기에 파리와 모기 등 해충들도 득실거려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곳은 낙동강 지류로 가야천이 흐르고 있는 살기 좋은 곳이었다.


또 다른 주민은 “축사의 무단 방류를 직접 목격했다”고 밝히고 “그리하여 은어는 전멸했고 피라미 등 16~27종의 물고기들이 멸종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했다.


5곳 중 3곳이 외지인이 운영하고 있는 이곳 축사에 대해 주민들은 군청 등에서 철거와 정부 보상 등을 요구하며 여러 차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편 이 마을엔 경남 유형문화재 264호인 추본사와 명곡사가 있는데 분성 배씨의 제실이 있는 문화재보전지역이며, 불과 1km만 가면 야로 중·고등학교가 있다.

 
충북 청원구 북이면 우진환경개발(주) 슬러지 공장 최악

병원쓰레기 처리...이장단에 몰래 식사 제공하다 발각도

 

△뭐가 두려울까. 최근 이 공장은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요즘 도시 인근의 농촌마을에 마구잡이로 공장과 폐기물처리장 등이 들어서며 주민들과 마찰을 빚는다. 더구나 기존의 공장을 증설하면서 그에 따른 악취발생 예방시설이 미비, 주민들에게 심한 고통을 주고 있다.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금암리에 있는 우진환경개발(주)는 기존 건설폐기물처리에서 사업을 확장하면서 6개의 공장을 가동 중이다. 그러나 슬러지 처리과정에서 최악의 악취가 발생하면서 인근 주민들의 민원도 잇따르고 있다.

 

또한 전직 직원들의 증언으로 병원쓰레기를 수거해서 처리한 사실이 드러났고, 오염된 물이 하천이나 땅속으로 스며들어 토양·지하수 오염 의혹도 받고 있다.


이밖에도 각종 폐기물의 야적장에 덮개를 설치하지 않고 방치하는가 하면 포크레인 작업 땐 먼지와 소음을 발생시켜 주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인근 내추리의 한 주민은 “우리 집은 물론이고 300m 떨어진 초등학교 교사들이 악취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우진환경 측은 금암2구 서 모 이장, 옥수리 조 모 이장, 송정리 서 모 이장에게 점심 등을 제공하며, 주민 회유책을 논의한 정황을 제보받았다”고 주장했다. 주민들 간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


이 공장은 일부 가동시설에서 기준치보다 3배의 악취를 발생시켜 영업정지 상태에 있다.


인천-경기 악취 민원 전국 최고 

△인천 남동공단

전국적으로 악취와 관련한 민원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인천과 경기 지역의 악취 민원이 전체의 40%를 넘어서고 있고, 원인불명 악취로 인한 민원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조원진 의원이 지난달 4일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악취 민원은 총 4만3492건이다. 이는 연평균 1만4497건의 악취 민원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2013년 전체 악취 민원 1만3103건 중 경기가 3383건(25.8%), 인천이 1890건(14.4%), 2014년 전체 1만4816건 중 경기가 4303건(29.0%), 인천이 2469건(16.7%), 2015년 전체 1만5573건 중 경기가 4116건(26.4%), 인천이 2100건(13.5%)으로 매년 경기와 인천 지역에서 전체 악취 민원이 40% 이상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유형별로는 사업장 시설로 인한 악취 민원이 3만740건(70.7%)으로 가장 많았고, 음식점·하수구·정화조 등으로 인한 생활 악취 민원 7199건(16.6%), 원인불명 악취 민원 5553건(12.8%) 순이었다.


문제는 악취 규제대상 사업장 중에서도 악취관리지역 밖에서의 악취 민원(2015년 전체의 50.1%)이 많이 발생하고 있고, 이 중 악취관리지역 밖 신고대상 외 시설에서의 민원(2015년 전체의 48.9%)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비 규제대상 사업장 중에서도 악취관리지역 밖에서 발생하는 악취 민원(2015년 전체의 28.4%)이 가장 많았는데, 이는 규제가 된다 해도 악취관리지역 밖에 있는 신고대상 외 시설, 비 규제대상 중에서도 악취관리지역 밖에 있는 사업장과 같이 제대로 된 관리가 되고 있지 않은 사각지대에서의 악취 발생이 심각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계속·환경미디어 박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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