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빠르게 진행되는 기후변화 적응 어떻게 이루어낼까?

글. 이창석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3-03-30 11:20:48
  • 글자크기
  • -
  • +
  • 인쇄
▲ 이창석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겨울날씨를 표현하던 ‘삼한사온’ 이라는 용어는 이미 잊혀진지 오래고, 극심한 가뭄과 홍수는 이제 연례행사처럼 등장하고 있다. 시야를 지구적 차원으로 넓혀 보면, 그 변화의 폭은 엄청나게 더 크다. 지구의 한편에서는 살을 에는 듯 강한 추위가 이어지고 있는 반면에 다른 한편에서는 온난화로 한 달가량이나 일찍 아몬드꽃이 개화되어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기체는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하여 일단 대기 중으로 배출되면 50~300년 정도 대기 중에 정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설령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을 하지 않더라도 지구온난화는 상당기간에 걸쳐서 진행될 수밖에 없는 숙명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인류가 배출하고 있는 온실가스의 양은 최대한 억제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후발 개도국의 폭발적인 증가로 인해 그 절대량은 향후에도 상당기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온실가스 저감을 통하여 지구온난화를 억제하는 노력과 병행하여 지역별로 미래에 숙명적으로 다가올 기후변화에 적응하여 살아갈 수 있는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 이것은 IPCC의 공식적인 권유사항이기도 하다.


지구온난화 대책에는 저감대책과 적응대책이 있다. 인간 활동에 수반되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기체의 배출량을 감축함으로써 대기 중의 온실기체 농도를 안정화시켜 온난화의 진행을 막고자 하는 것을 저감대책 (mitigation)이라고 한다. 지구온난화에 수반된 기후변화에도 자연, 사회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도록 대응책을 강구하는 것은 적응대책(adaptation)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온실기체의 배출량을 감축하는 저감대책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데, 구체적인 대책으로서는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 에너지 절약, 이산화탄소의 회수와 저장 등이 있다. 지구온난화는 이미 전 지구적으로 널리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과 저감대책에는 큰 비용이 요구되기 때문에 이러한 대책을 실행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감안하여 저감대책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적응대책이 중시되기 시작하였다.


지구온난화 대책으로서의 저감대책과 적응대책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성격을 갖는 것으로 그 비중을 해당 국가의 사정에 따라서 적절히 안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온실기체의 배출량 저감에 최선의 노력을 하더라도 대기 중으로 일단 배출된 온실기체가 사라지지 않고 대기 중에 머무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온실기체 저감노력이 효과를 나타내려면 기온상승을 포함한 기후변화에는 적어도 수 십 년이, 해수면 상승에는 수 세기가 걸린다. 

 

따라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선진국은 지구온난화의 피해에 어떻게든 대응을 하겠지만 개도국은 지구온난화의 피해를 회피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국가일수록 지구온난화 대책 중에서 적응대책의 중요성이 더욱 크게 부각될 것이며 선진국가도 장래에 필연적으로 닥칠 지구온난화를 효율적으로 회피해 가기 위해서는 적응대책이 필요하다.


1. 적응대책
기후변화협약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2조)은 “인위적 활동이 기후시스템의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 수준까지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를 안정화 시키는 것인데, 이 안정화 수준은 생태계가 자연에 적응하고, 식량 생산이 위협을 받지 않는 정도이어야 한다. 또 이는 경제개발이 지속가능하게 유지되면서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응이라는 용어는 생태계, 생물기상, 건강분야 등에서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를 대별해 보면, 생물의 유전적인 변화를 유발하는 적응(유전적 적응)과 개체와 그 군집에 나타나는 적응(비유전적 적응)이 있다. 여기서 다루는 지구온난화 적응대책은 비유전적 적응의 문제로서 과거에 다루었던 생물과 생태계, 인간 개체의 적응만이 아니라 사회·경제시스템이 장래 기후변화로 예상되는 문제에 대응하는 문제 또는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경우도 포함해서 적응이라고 간주한다.


지구온난화 대책으로서의 적응대책은 현재 진행되고 있고 장래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온난화에 대해서 자연생태계와 사회시스템의 기능과 체제 전체를 조절함으로써 그에 대응해 가고자 하는 것이 모두 포함된다. 적응은 말하자면 인간이 새로운 환경에 자동적으로 익숙해져 가는 것과, 에어컨 등의 공조시설을 정비하여 여름철 더위에 대응하는 행동과 같이 계획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적응을 정의할 때에는, “누구 또는 무엇”이 “무엇에 대해서”, “어떤 과정과 형태”로 적응할 것인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적응대책이 제대로 수립되고 있는지 여부는 기술의 진보, 제도의 정비, 자금의 이용가능성, 정보, 사회적 수용성에 의존한다. 선진국에서는 농업, 수자원 등의 관리된 시스템에 대한 이용 가능한 적응대책이 진척되고 있지만, 개도국에서는 경제적 이유로 해당 분야의 기술도입이 이루어지지 않든가 적절한 관련 정보가 제공되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국제 사회에서는 선진국이 개도국에 해당 기술을 이전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2. 도시의 적응대책
도시화 및 도시에서 에너지 사용량의 증가로부터 오는 온난화 영향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두 배로 증가한 만큼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시화는 탄소순환과 같은 생태적 과정을 변화시켜 대기 중 CO2 농도를 증가시키며 (CO2 dome 형성), 도시화로 인한 토지이용 변화와 불투수 지표면의 증가는 지역의 온도를 상승시킬 수 있어 도시화는 온실가스보다 기후변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후변화는 세계적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매우 지역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리우 환경 회의 이후 지구적 차원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지역행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의 소비와 생산 관행이 점점 더 도시적인 특성을 띠고 있음을 고려할 때, 도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행동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도시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도시 내의 환경질 향상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사람, 생태계 또는 미래로의 환경 비용 이전을 줄이는 측면에서도 환경의 성과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정의는 기후 변화를 다루는 것이 도시 지속 가능한 발전의 핵심 요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도시열섬현상으로 일컬어지는 도시의 열 스트레스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그것을 개선하고자하는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문제는 지역에 따라 그 원인은 다르더라도 온난화가 도시지역에서 선행적으로 그리고 보다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사례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 대책은 지구온난화 시의 적응대책과 공통점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림 1).  

 

▲ 그림 1. 지구온난화에 대한 저감대책(mitigation)과 적응대책(adaptation).


온난화 대책 중에는 그것을 추진해가면 그것이 도시의 열환경 개선대책을 추진한 것과 같아지는 경우가 많다. 또 도시 열환경 개선대책에는 대기오염대책이나 도시경관정비 기능을 동시에 가져오는 것도 있다. 따라서 이런 대책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종합적인 열환경 대책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시 열환경 개선대책 가운데 가장 일반적인 것은 도시의 국지적인 열환경을 개선시켜 도시의 고온화를 막는 것이다. 녹지공원조성, 옥상녹화, 명색도장, 고반사성 도로 조성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드웨어적인 대책으로는, 인공배열의 저감, 지표면 피복의 개선, 도시구조의 개선 등이 있다 (그림 2).

▲ 그림 2. 도시열섬 현상의 주요 억제 대책.


또 소프트웨어적인 대책으로는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할 수 있다.

(1) 지역 환경계획 및 도시 마스터플랜에 반영
지역 환경계획에 하드웨어적인 대책을 추진해갈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기본 계획에 기초하여 실시계획 (행동 계획) 단계에서 보다 구체적인 실시항목을 반영시켜간다.


(2) 환경영향평가와의 관계
환경영향평가에서 시설정비 (대책 도입효과)에 의한 “체감 기온의 변화”, “인공 배열량” 등을 평가 항목으로 정한다. 즉, 도시의 열환경에 대한 평가지표, 평가기준, 평가기법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3) 기초자료의 수집
각 시책의 효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하는데 필요한 자료를 정비해 갈 필요가 있다. 자치단체의 환경정보 시스템 중에서 도시 열환경 관련 감시 항목이 강화되어야 한다. 비교적 수집하기 쉬운 자료로는 인공 배열량 분포와 도시의 기상자료 등이 있으며, 기후지도의 정비 등도 필요하다. 또 녹지피복자료의 해상도를 높이고 생태적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양과 질을 함께 조사하는 것이 좋다. 도시 내의 소규모 녹지, 토지피복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 이런 자료는 지리정보시스템(GIS)로 관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4) 보급 계발
도시 열환경에 관한 정보의 보급과 계발도 중요하다. 이것은 에너지절약 대책, 온난화 방지대책의 일환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계발대상은 시민, 사업자, 자치단체 담당자도 포함할 필요가 있다.


(5) 평기기법의 개발
대책 메뉴의 정리, 개별 대책의 도입효과를 평가하는 기법의 정립, 도시 열환경 평가기법 정립, 개별 대책의 평가기법과 도시 전체에 대한 종합 평가기법의 개발이 필요하다.


(6) 계획 책정
지역 환경계획, 지구온난화 방지계획, 도시정비계획 등 각 지역의 시책에 도시 열환경 대책을 반드시 반영할 필요가 있다.

1) 해외 사례
독일은 주로 내륙 도시를 대상으로 여름 철 열 스트레스 완화와 겨울철 대기오염 부하량 감축을 목적으로 한 도시계획에서 기후해석을 널리 활용하고 있다. 기후해석으로부터 도시계획에 대한 “어드바이스 맵”이 산출되는데, 도시계획자가 법적 구속력을 갖는 B-plan(지구 상세계획 · 건축계획)을 작성할 때 참조하고, 그 내용을 B-plan에 반영시키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 결과, “바람의 길”로 대표되는 도시기후보전을 고려한 도시계획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바람의 길”로 대표되는 독일의 환경 공생형 도시계획 기술(특히, 도시 열환경 제어)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상세한 바람 조사에 기초하여 청정한 기류를 시가지로 도입하기 위해 독일 특유의 엄격한 도시계획 제도를 구사하여 도로, 공원, 산림, 건축물 등의 재배치를 포함한 도시정비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구릉지에서 야간 복사냉각으로 생성되어 시가지를 거쳐 불어나가는 냉기류는 열섬현상과 대기오염 문제에 대해 자연적인 환경완화 기능을 발휘한다.


근래 일본에서도 바람의 길을 도시 마스터플랜에 반영하는 지자체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본 대도시의 대부분은 해안지역에 입지하여 독일의 내륙도시에 비해 풍속이 강해서 대기오염 대책으로서의 의의는 그다지 크지 않다. 하지만 여름철 열 스트레스는 일본의 많은 도시에서 문제로 대두되고 있기에 해풍을 적절히 도입하는 등 일본형 “바람의 길”을 검토하고 있다. 독일의 내륙도시는 연중 바람이 약하여 대기오염에 취약하기 때문에 시가지의 환기 기능을 확보하는 문제가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도시기후 보전을 고려한 도시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후해석이 요구된다. 기후해석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다.

(1) 기상자료의 수집.정리
대상지역 내의 수개 지점에서 수십 개 지점에 기온과 바람을 포함한 기상자료를 얻을 수 있는 관측망을 설치하여 기후자료를 얻어 기후요소별 분포지도를 작성한다.

(2) 기본적인 공간 정보의 수집·정리
토지이용과 인구밀도, 대기오염 부하량 등의 자료를 기후요소와 중첩시켜 다양한 공간정보를 제공한다.

(3) 수치계산과 풍동실험에 의한 현상의 재현
관측 자료의 보완 또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수치 계산 (지상 풍계와 기온 분포, 대기오염 농도의 공간 분포) 결과도 도시기후의 해석에 이용된다. 또 인간에게 큰 의미를 갖는 것은 단순한 기온보다는 PET (physiologically equivalent temperature)나 PMV(predicted mean vote) 등의 체감 지표이다. 따라서 도시열섬 현상자체도 기온보다는 이러한 지표로 나타내어야 한다.

(4) 기후기능 맵의 작성
위에서 기술한 세가지 과정으로 얻은 정보를 통합하고, 국지적 규모의 기후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서 지역을 구분한다. 이 지역구분의 단계에서 자주 사용되는 방법이 기후구분도 (climatope map)을 작성하는 일이다. Klimatope이란 Biotope에 가까운 개념이다. 즉, “균질한 미기상학적 특징(기온, 습도, 풍속 등)을 나타내는 공간”으로 해석된다. 

 

이를 제작하는 데에는 경관 (landscape)분류와 산림, 녹지공원, 정원이 붙어 있는 독립주택지역, 중심시가지, 공업지역 등이 있다. 구역 구분의 결과는 기후기능분석지도로 정리된다. 또 여기에는 교외에서 중심시가지 지역으로 불어 들어오는 냉기류가 “바람의 길”로 표현되는데, 이 지역은 시가지의 통풍 개선전략을 세울 때 중점적으로 보전해야 할 지역이 어디인지를 한 눈에 파악되도록 표현된다.


이는 도시계획 수립 시 냉기류의 풍향을 따라서 녹지를 교외에서 도심지를 향하도록 식재를 한다든가 냉기류의 흐름을 방해하는 건축행위를 피하도록 하는 것에 이용된다.

(5) 도시계획에 어드바이스 맵을 작성
기후기능분석지도를 바탕으로 지역마다 장래의 도시계획 처방전이 주어진다. 이것을 지도로 표현한 것이 도시계획의 “advice map”이다. 이 지도에도 처방전으로 구역구분을 행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범례에는 “주거지역에서 국지적인 기후보전 기능이 높아 개발로부터 지켜야할 녹지”와 “당분간 좀 더 개발을 하더라도 기후와 대기오염에 대해 영향이 적을 것으로 판단되는 시가지” 등이 있다.


도시계획자는 법적인 구속력을 가지고 건물의 형상을 규제하는 지구상세계획을 입안할 때 이 advice map을 참조하도록 권고를 받고 있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뉴스댓글 >

헤드라인

섹션별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오늘의 핫 이슈

ECO 뉴스

more

환경신문고

more

HOT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