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외래식물 확산, 전염병 확산과 유사

생태계 교란하는 외래식물
김명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0-04-01 11:02:51
  • 글자크기
  • -
  • +
  • 인쇄
▲ 환삼덩굴
[환경미디어= 김명화 기자] 외래식물이 유입되어 생태계에 확산할 경우 고유 생태계의 조절 기능이 무너지고, 자생종을 비롯한 생물 다양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더불어 사회·경제적 피해와 공중보건 등 국민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외래생물 통합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이번 생태계 교란 생물 다섯 번째 기획은 외래식물로써, 국립생태원 외래생물연구팀 박정수 박사의 기고를 싣는다. <편집자 주>

외래생물은 다 나쁜가
우리나라는 2019년 기준 수출액 세계 7위, 수입액 9위로 세계에서 교역량이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국가이다. 좁은 국토에 매일같이 세계 각지에서 원목, 광석, 토사 등 원자재들이 몰려들어 오고 있다. 그 덕에 우리 민족은 이 땅에서 역사상 가장 큰 부를 누리고 있지만 우리 자연생태계는 어떨까. 우리에게 생소한 큰금계국, 큰김의털, 벳지 등과 같은 외래식물은 우리 주변에 크게 증가하고, 어린 시절 추억과 함께했던 초롱꽃, 할미꽃 같은 식물은 흔히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외국에서 들어오는 외래생물은 무조건 나쁘고, 우리나라 토착생물은 좋은 것일까? 외래생물의 유입이 인간 활동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관점은 이 땅의 주인이 인간이라는 오만한 생각일 수도 있다. 생물의 관점에서는 지구에서 자신이 살아갈 수 있는 또 다른 장소를 찾은 것이다. 


사실 긴 역사적 관점에서 우리 식탁에 흔하게 올라오는 식물 중 외래식물이 아닌 것이 거의 없다. 개망초, 달맞이꽃 등과 같은 일부 외래식물은 인간 활동에서 노출된 토양에 빠르게 정착해 토양 유실을 막고, 다른 식물이 정착할 수 있도록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반면 칡이나 환삼덩굴은 외래식물에 포함되지 않으나 생물 다양성 감소, 경관적 가치 저하, 꽃가루 알레르기 유발 등 위해성이 높은 식물로 간주되고 있다.

자연환경에 조화로운 생물
사람들 대부분은 생태계 교란 생물은 모두 외래생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생물다양성법(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에서도 생태계 교란 생물 지정을 외래종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크게 보았을 때 생물이 자연환경에서 얼마나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그리고 사회경제적 손해, 보건·건강 문제 등을 야기하는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006년 이후 총 15종의 생태계 교란 식물이 지정되어 있다. 이 가운데 2019년에 지정된 환삼덩굴 1종을 제외하면 모두 외래종이다. 우리 땅에는 외래식물을 섭식하는 곤충 또는 동물이 없어 기후환경 조건이 맞으면 이들은 빠르게 번식해 생태계 균형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예외인 경우도 있다. 돼지풀은 돼지풀잎벌레라는 딱정벌레목의 섭식 곤충이 같이 국내에 유입되었다. 


특히 돼지풀은 돼지풀잎벌레에 의해 통제가 되면서 분포 확산이 억제되고 있다. 그러나 15종의 생태계 교란 식물 중에서 가시박, 단풍잎돼지풀, 양미역취는 지난 20~30년 동안 분포가 크게 증가하면서 생물 다양성에 위협이 되고 있다.

가시박과 분포도
가시박
가시박은 박과의 일년생 덩굴성으로 생태계 교란 식물 가운데 가장 악명이 높다. 1990년 전후에 안동농촌지도소에서 박과 대목용으로 처음 들여와 사용하였고, 이후 생태계로 탈출한 것으로 추정한다. 잎의 크기와 모양은 호박과 유사하나 줄기 마디에서 서너 갈래의 덩굴손이 나와서 빠른 속도로 다른 식물을 타고 오르면서 덮어버린다. 


가을철 안동 주변 낙동강 상류에 가면 수십 km의 강변을 가시박이 덮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불과 약 30년 만에 가시박은 낙동강, 한강, 금강 둔치와 지류의 대부분 뒤덮고 있다. 한해살이 식물이기 때문에 서리가 내리는 11월에는 열매를 맺고 죽어버리지만, 이듬해 가을이 되면 동일한 모양으로 온 하천변을 뒤덮고 있다. 


가시박은 생장 속도가 매우 빨라 하루에 약 30cm 이상도 자라고, 토양 수분이 적절히 유지되고 양분이 풍부한 토양에서는 최대 20m까지 성장한다. 호박처럼 넓은 잎을 가지고 있어 가시박이 덮고 있는 아랫쪽의 초본과 목본은 빛을 거의 받을 수 없어 고사하고 만다. 10m가 넘는 거목이 가시박에 뒤덮여 죽어가는 모습은 섬뜩하기도 하다. 


또한 긴 가시가 나 있는 종자는 한 개체에서 수천 개가 맺힌다. 이 종자들는 토양에 숨어들어 약 5~6년까지 지속적으로 발아하고, 흐르는 물과 동물 털에 붙어 주변 지역으로 퍼져나간다.
가시박은 겨울을 제외하고 연중 발아하기 때문에 발아 초기에 제거하는 것은 방제 효과가 거의 없다. 다행히 환삼덩굴이나 칡에 비해 줄기가 연하고, 잘려나간 줄기에서 다시 뿌리를 내리지 못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성장한 개체의 줄기를 절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꽃이 피는 7, 8월이 넘어가면 개체가 너무 크고, 종자에 난 가시 때문에 제거 작업이 힘들어진다. 가시박을 제거하는 최적의 시기는 6월 중순 전후이다. 가시박은 종자에 의해서만 번식하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잎과 줄기 제거에 집중하기보다 땅속의 종자 소진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 단풍잎돼지풀 분포도
단풍잎돼지풀
우리나라의 하천을 뒤덮고 있는 또 다른 생태계 교란 식물은 단풍잎돼지풀이다. 단풍잎돼지풀은 덩굴성 식물은 아니지만 토양 수분이 풍부한 하천 변에서 최대 3~4m까지 자라고 원줄기는 성인 손목보다 굵다. 처음 단풍잎돼지풀을 마주했을 때는 우리가 생각하는 한해살이 초본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이다. 단풍잎돼지풀은 북미 원산으로 유럽, 아시아, 호주 등에 널리 확산되어 있으며, 이들 나라에서도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넓은 잎을 가지고 있어 단풍잎돼지풀 군락 아래에는 다른 식물을 찾기 어렵다. 


특히 7~8월에 대량으로 발생하는 꽃가루는 알레르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가을에는 수천 개의 종자를 생산해 흐르는 물에 의해 빠르게 퍼져나간다. 다행히 하천변을 벗어난 건조한 토양에서는 키도 1~2m 정도로 작고, 밀도도 낮아진다. 같은 돼지풀에 속하는 돼지풀은 크기가 작고 돼지풀잎벌레에 의한 선호도도 높아 어느 정도 확산이 통제되고 있지만, 단풍잎돼지풀은 잎의 상당 부분이 섭식곤충에 의해 먹히더라도 크기가 크고, 생장 속도가 빨라 꽃이 피고 종자를 맺는데 피해를 입지 않는다. 단풍잎돼지풀은 3월 중순부터 4월 초에 발아하고, 이후에는 거의 발아하지 않는다. 


실험 결과에 의하면 단풍잎돼지풀의 경우 발아 초기에 제거하는 것이 방제 효과가 높다. 단풍잎돼지풀을 없애기 위해서는 종의 구별이 용이한 4~5월경에 줄기를 자르거나 뿌리째 뽑아 제거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초기 방제가 중요

가시박과 단풍잎돼지풀은 경기도와 중부지방의 하천변을 점령하고 있고, 남부 지방에는 양미역취가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늦가을에 피는 노란색 꽃이 아름다워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살펴보면 2m 이상의 거대한 양미역취가 다른 식물이 들어설 여지를 주지 않는다. 특히 여러해살이 식물로 뿌리를 땅속 깊이 내리고 있어 줄기를 자르는 방법으로는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 또한 바람에 날리는 수만 개의 종자를 생산해 새로운 지역으로 쉽게 퍼져나간다. 


이들 식물 이외에도 제주도와 서해안 해변 지역에는 서양금혼초가 불과 몇 년 사이에 크게 번져 나가고 있다. 물의 흐름이 느린 호수나 농수로에는 물참새피, 털물참새피가 숨 막힐 정도로 빽빽하게 자리 잡고 있어 물가에서 살아가는 자라풀, 택사, 어리연꽃, 그리고 물속에서 살아가는 통발, 나사말, 이삭물수세미와 같은 습지식물이 살아갈 곳을 잃고 있다. 


번식력이 빠르고 국내에 천적이 없는 생태계 교란 식물의 확산은 전염병 확산과 유사하다. 초기 유입을 차단하고 초기 방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게 된다. 생태계 교란 식물을 제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들이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빠르게 인지하고 자연생태계 정착 초기에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다. 그리고 교란이 빈번히 일어나고, 부영양화된 지역을 선호하는 생태계 교란 식물의 특징을 생각해 본다면 우리 주변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생태계 교란 식물 제거를 위해 지자체를 중심으로 사람의 힘에 의한 줄기 자르기, 뽑기 등의 방법만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방법은 일부 지역에 한정될 수밖에 없어 이미 전국적으로 퍼져 있는 환삼덩굴, 가시박, 단풍잎돼지풀과 같은 식물을 제거하기에는 불가능하다. 미국, 호주와 같은 선진국에서는 어느 정도의 위험성은 있으나 중장비 활용, 제초제 살포, 화재 등의 방법도 활용하고 있다. 


식물은 자연경관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경관은 생태계 교란 식물에 의해 빠르게 변하고, 같이 살아가는 곤충, 동물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 이를 멈추기 위해서는 좀 더 과감한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환경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헤드라인

섹션별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오늘의 핫 이슈

ECO 뉴스

more

환경신문고

more

HOT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