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미세먼지 못잡으면 사람 잡는다!

지하철 5~8호선 라돈 & 미세먼지 위험수위...
박원정 | awayon@naver.com | 입력 2015-06-08 10: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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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로자들이 터널을 걸어서 이동하고 있다
달리기 위해 만든 지하 속의 지하철은 아이러니하게도 지하 속으로 갈수록 알 수 없는 존재가 된다. 캄캄한 동굴 속을 달리는가 싶더니 안내방송에 따라 소위 승객들은 승, 하차를 하게 된다.

  

달리는 순간 바깥은 벽면 같은 곳을 스쳐 지나가고 앞이나 뒤는 볼 수가 없다. 오직 볼 수 있는 사람은 전동차를 움직이는 기관사뿐일 것이다.


그런데 전동차를 움직이기 위해 일하는 많은 근로자들이 열악한 환경, 특히 나쁜 공기 속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나마 2015년 2월 16일, 직업성폐질환연구소의 역학조사를 바탕으로 질병판정위에서 사망한 두 명의 근로자를 폐암에 대한 직무관련성을 인정 하면서 세상에 조금 알려졌을 정도다.


보통 직장인이 정년퇴직을 하려면 약 30년 이상을 근무하는데, 이 두 근로자는 15년 정도 밖에 일을 하지 못하고 41, 42세의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도 운명을 달리하게 됐다. 이들을 죽음으로 몰았던 라돈과 미세먼지, 앞으로 지하철 근로자에게 이와 같은 희생자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두 근로자 40대 초에 폐암 사망 날벼락
우리나라 암환자가 100만 명을 넘었다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 들려온 가운데 지하철서 근무해온 두 근로자가 직업성 폐암으로 사망했다는 관계기관의 발표로 우리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서울도시철도공사 두 근로자 중 한 명인 김모씨는 폐암으로 진단되기 약 15년 전부터 지하터널구간에서 설비원으로 각종 설비의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면서 폐암 발암물질인 라돈 및 그 자핵종에 고농도로 노출돼 폐해를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서울아산병원 의무기록을 보면 폐암 진단 당시 하루에 한 갑씩 20년간 흡연했음에도 라돈 노출 강도가 강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흡연자는 라돈과 그 자핵종, 그리고 석면에 의한 폐암 위험도가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하여 우리나라 암환자 사망자 중 폐암 사망률이 가장 높다고 하더라도(2013년 28.3%, 국립암센터 자료), 김모씨는 폐암 사망률이 비교적 낮은 42세에 사망했다.


반면 함모씨는 역무원으로 논현역, 상도역, 가리봉역 등 주로 승강장, 대합실 등에서 15년 이상 근무를 했는데, 당시 승강장의 미세먼지 농도는 실시간 변화 폭이 컸던 것으로 근로복지공단 조사결과 밝혀졌다. 특히 강남 논현역의 경우 스크린도어 개방 때 승강장의 최고 농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터널이 아닌 곳에 서 주로 근무를 했는데도 라돈이나 미세먼지에서 벗어나 지 못했던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는 전철 운행 중 비산된 터널 내 오염 물질이 승강장 농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반증된다. 그리하여 폐암 발암물질인 라돈 및 그 자핵종, 디젤연소물질, 결정형 유리규산 등에 복합적으로 노출돼 폐암이 자주 발병하지 않는 41세의 혈기왕성한 나이에 폐암 판정을 받았다.

소리 없이 죽음을 부르는 라돈가스

WL(Workig Level)& WLM(Working Level Month)
1WL : 붕괴과정에서 1.3x105MeV/L의 α-입자 에 너지를 방출하는 공기 1L중의 라돈 자핵종 농도
1WL : 라돈 자핵종 누적노출량으로서 1WL의 농 도에 월 170시간 노출될 경우
1WLM/yr : 1WLM에 1년간 누적 노출량, 일반적 으로 연간 1000시간 가정(170*12≒2000)
라돈(radon, 화학 원소 기호 Rn)은 방사성 비활성기체로 무색, 무미, 무취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공기보다 8배 정도가 무겁다. 라돈은 자연방사능 물질로 이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며 토양, 암석(화강암류), 지하수, 건축자재(석고보드 등) 에서 주로 발생한다. 건물바닥·지하실 벽 등의 갈라진 틈을 통해 실내 환경으로 유입되기도 한다.

 

 

인간에게 피 폭되는 연간 자연방사선량의 약 50%가 라돈이 차지한다(이외 자연방사선 35%, 의료방사선 14%, 직업상 피폭 1%).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환경청 등은 라돈이 흡연 다음으로 폐암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물질로 규정하고 있으며, WHO에서는 폐암환자 중 6~15%가 라돈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폐암 사망자(2013년 6만9000명) 중 4~15%가 라돈 노출로 추정되고 있다.


‘죽음의 가스’ 국민적 인식 부족
이처럼 라돈은 방사능으로 인해 폐로 흡입되면 폐의 건강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 과학자들마저 자신들의 건강을 우려해 라돈에 대한 화학적 연구를 꺼리고 있고, 그로인해 아직까지 알려진 화학적 합성물질은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리하여 라돈 가스는 죽음의 가스로 불리고 있으며, 미세먼지 등에 대부분 유착돼 장시간 노출 때 폐암을 유발하는 인자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건물 내 라돈 측정 및 오염도에 따른 조치를 권장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라돈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부족한 형편이다.


이에 대해 도시철도공사 노조 곽충신 노동보건국장은 “사실 라돈보다 입자 형태인 라돈 자핵종이 폐에 잘 밀 착돼 더 위험하다”라고 설명하면서 “라돈에 고농도, 단 시간 노출보다, 저농도일지라도 장시간 노출 때 치명적일 수 있다”고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밝혔다.


지하철 근로자들 곳곳서 라돈 노출

△ 배수펌프장 라돈 농도
배수펌프, 비상 방수문, 환기·냉방·자동제어·승강· 위생·소방 설비….
도시철도공사 폐암 사망자 중 김모씨는 위와 같이 역 사와 터널 내 다양한 설비시설의 주기적 점검·유지·보 수작업을 해 왔다. 그리하여 역학조사 결과 15년 동안 장기간 고농도의 라돈가스에 노출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직업성 폐질환이 폐암으로 발전됐음에도 특별 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감기 증상, 기침, 피 섞인 가래 혹은 객혈, 호흡곤란, 흉부의 통증에 쉰 목소리가 나는 정도”라며 “김모씨 같은 경우 비흡연에 2011년 8월 조사결과 특이한 과거 병력이 없었고, 2010 년 11월부터 기침이 시작된 경우”라고 말했다.

△ 터널 내 라돈측정결과

 


배수펌프장 기준치 25배 넘는 곳도
그런데 도시철도공사의 경우 장한평역 등 일부 배수펌 프장의 라돈 기준치가 25배를 넘는 곳도 있다.


현재 도시철도공사엔 터널 안에서 레일과 배수펌프를 관리하는 근로자가 2500여 명인데, 기술파트 중 지상근 무 위주의 부서를 제외한 인원이 1405명이고 실동기관 사가 926명 정도다. 또한 터널 안은 아니지만 지하 역사 에서 근무하는 역무직이 1600여명으로, 지하 근무자가 모두 4000여 명에 달한다.


따라서 라돈에 대한 관리노력, 즉 환기팬 가동, 고무덮개 설치 등이 2000년대 중·후반에 시작된 것을 감안했을 때 그 이전에는 라돈이나 미세먼지 노출수준이 더 높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공사 노조 곽 노동보건국장은 “현재 터널이나 배수펌프장 같은 곳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을 위한 회사 차원의 건강상 중점 관리하는 부분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동차 내 공기 악화…승객들도 피해 우려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설치한 스크린도어로 인해 승강장과 대합실 등은 공기가 좋아졌지만, 터널과 전동차 내의 오염은 더욱 나빠졌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 지하 작업 공간
이에 곽 노동보건국장은 “전에는 터널 내의 오염물질이 승강장을 통해 외부로 유출 후 확산하는 과정을 거쳤다면, 현재는 터널 내에 갇혀 있는 상태”라며 “열차의 움직임에 따라서 라돈과 미세먼지가 비산하는 등 단거리 이동은 있어도 외부로의 강제적인 환기가 없다면 근본적으로 빠져나갈 곳이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서울시나 공사의 정책은 승강장과 대합실의 관리에만 치중돼 있다”고 설명하고 “터널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함으로써 터널 내에서 근무하는 직원과 열차 내 공기를 마시는 승객의 피해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도시철도공사에서 두 명의 근로자가 사망한 이후, 현재 두 명의 유사 질병 환자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 명은 2011년 11월 소세포 폐암이 발병했는데 현재 자회사에서 근무 중이고, 또 다른 직원은 2014년 폐암 판정을 받아 투병 중이다.


“직원-시민 건강이 먼저”…사고 전환 필요
지금까지 1~4호선보다 5~8호선이 지하 깊이로 인해 라돈 및 미세먼지에 더 위험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사실로 밝혀졌다. 공사 관계자는 “라돈 수치가 높은 것은 이미 많은 논문들로 증명이 된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다만 미세먼지에 대한 견해는 지하 깊이에 따른 영향보다 깊은 터널이 환기효율에 미치는 영향과 환기 가동시간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13일 도시철도공사 사장과 노조는 면담에서 환경선언과 라돈대책위원회의 구성 등에 대해 합의했다.


노조 관계자는 “서울 전역이 거미줄처럼 뻗어있는 지하터널 구간을 한꺼번에 뜯어 고칠 수는 없다는 것에는 공감을 한다”면서 “다만 아직도 공사에서는 환기구 하나를 가동하는 데 전기세만 1년에 100억 원이 든다는 등 막연한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직원과 시민의 건강과 재정흑자를 내세운 효율성 중 무엇이 우선인지에 대한 명확한 생각을 가지지 않는다면,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안심하고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길은 요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미디어 박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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