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위적 산림정책은 산불대응 혼란만… 정책 재검토 시급”

침엽수와 활엽수의 다양한 혼효림이 산불 예방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5-06-09 10:2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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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최근 발생한 경북 지역의 대형 산불로 인해 다수의 시설 및 산림이 전소되면서, 산불 대응 방식에 대한 전면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됐다.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곳의 면적은 10만 헥타르에 달하며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건조한 기후, 예측하기 힘든 이상기후 현상 등으로 이같은 대형산불은 계속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불교환경연대 녹색불교연구소 주최로 열린 ‘대형산불의 원인과 대책, 그리고 기후위기 정점 토론회’에서는 산림·불교·환경 분야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현행 대응 체계의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했다.

임도가 있는 숲은 오히려 화재에 취약 


지구 평균 기온이 상승하고 해수면이 올라가면서 극한 기상 현상 또한 증가하고 있다. 폭염과 가뭄, 허리케인, 태풍 등의 강도가 세지고 빈도가 증가하고 있는 것. 이에 따른 생태계 교란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기온과 강수량 변화로 동식물의 서식지가 바뀌고 멸종위기종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계절 주기와 생물의 행동 양식의 변화도 이루어지고 있다. 해양 산성화 문제도 커지고 있다.

 

최근 산불 발생 통계에 따르면 입산자 실화 31.4%, 논두렁 소각이 11.0%, 쓰레기 소각이 12.4%, 담뱃불 실화가 6.4%, 건축물 실화 6.2%, 성묘객 실화가 3.2%에 달하고 있다.
 

산불이 나기 쉬운 조건은 인가에서 가깝고 등산로가 있는 숲으로 특히 임도가 있을 경우 위험성이 커진다. 또한 건조기에 가연성 연료가 가지에 달려있는 토양습도가 낮은 숲이면 더욱 불이 나기 쉽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사유림을 위한 공익형임업직불제가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임업·산림 공익기능 증진을 위한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임업직불제)」은 2022년 10월 부터 시행됐다. 이는 사유림 경영을 통해 산불에 강한 산림생태계 육성을 위한 임업지원 정책으로 소나무, 낙엽송 등 상록침엽수를 간벌해 침엽수 사이사이에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신갈나무 등 활엽수가 자랄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익적 가치를 증진하기 위해 시작됐다.

산불 예방이라던 정책이 오히려 화 키워


경북 지역을 휩쓴 대형 산불은 사찰의 화재 피해가 컸다. 특히 산불 피해 면적의 96%가 소나무림으로 드러나면서, 특정 수종 중심의 산림 관리가 대형 산불을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는 “소나무림이 산림 면적의 30%에 불과한데, 피해 지역에서 소나무림의 비율은 90~100%에 달한다”며 “사찰 주변의 소나무림 보호 정책이 오히려 산불에 취약한 구조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찰 주변 산림에서는 매년 활엽수를 제거하고 소나무만 남기는 ‘산불 예방 숲가꾸기’ 사업이 반복돼 왔다. 이는 “산불을 막는 방화림을 제거하고 불쏘시개만 남기는 꼴”이라며 “이런 방식으로 20년 넘게 숲을 관리해왔으니, 같은 결과가 반복되는 건 당연하다”고 꼬집었다.

인위적인 산림정책이 주요 원인


기후변화가 산불의 주요 원인이라는 주장도 반박됐다. 기후변화가 산불의 원인이라면 일본, 중국, 북한도 산불이 늘어야 하지만, 이들 국가는 오히려 감소 추세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만 산불이 증가하는 이유는 인위적인 산림 정책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도로망, 임도 설치 확대, 헬기 진화 방식에 대한 맹신도 문제로 지적됐다. 도로가 촘촘히 깔려 있어도 불이 확산되면서, 헬기 2대가 한 지점을 1시간 동안 집중 진화해도 꺼지지 않았던 것. 따라서 진화 방식 자체에 한계가 있으며, 본질적인 예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나무림이 오히려 산불을 키우고 잇다.

무엇보다, 과거에는 사람과의 공존 속에서 자연스럽게 유지되던 소나무림이, 지금은 국가 주도로 ‘소나무만 남기는’ 방식으로 고착화되면서 산불 취약성이 커졌다는 점이 본질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200년 동안 잘 버텨온 숲이 하루아침에 활엽수를 모두 잘라내며 산불에 노출된 것”이라며, “이제는 산림정책을 원점에서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후위기 상수화… 정책·책임 구조 명확히 해야

또한 기후위기를 ‘불가피한 조건’으로 전제하면서도, 그 속에서 정책적 책임과 대안 마련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린피스 측에서는 이날 토론에서 최근 실시한 산불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이 시뮬레이션은 폴란드 아담 미치비치 대학 연구소와 협업해, 침엽수와 활엽수가 혼재된 숲과 순수 침엽수림에서 각각 산불이 어떻게 확산되는지를 비교 분석한 것이다. 결과에 따르면, 침엽수만 있는 숲에서는 수관화(나무 윗부분까지 불이 번지는 현상)가 빠르게 일어나 광범위한 피해를 유발한 반면, 활엽수가 포함된 혼효림은 불길의 확산이 상대적으로 억제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이는 실제 의성과 지리산 일대 산불 피해 위성 영상도 시뮬레이션과 유사한 모습을 보였으며, 화재에 강한 생태계는 결국 수종 다양성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후변화와 산림 구조 산불에 취약해


사찰림 중심의 산림 정책도 도마에 올랐다.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IMF 이후 대규모로 진행된 ‘숲가꾸기’ 사업이 침엽수 위주의 인공림을 양산했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활엽수를 제거하고 소나무를 집중적으로 심은 것이 오히려 화재 위험을 키웠다는 것이다. 

▲헬기로 산불을 진화하는 모습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은 “기후변화와 우리나라 산림 구조 모두가 산불에 매우 취약한 상수”라며, “사유림이 전체 산림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사유림 중심의 생태 전환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림청이 제시한 ‘산불 대응용 임도 확충’ 방안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생태 1등급 보호지역까지 임도를 내는 건 오히려 산림 파편화와 생태계 붕괴를 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미 불길이 번진 상태에서 임도는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이고 이는 산불을 끄겠다고 하면서 동시에 산불 발생 위험을 높이는 모순된 정책이라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비 못 한 산림 구조…사유림 중심 대책 절실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산림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대형 산불은 현재의 산림 정책이 시대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과거의 산림녹화 정책 유산이 오늘날 기후위기 시대의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전체 산림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사유림의 구조적 특수성은 산불 위험 저감과 산림 복원력 증진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파편화된 소유 구조와 산주 고령화는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산림경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경제성이 낮은 소규모 필지에서는 개별적인 경영 투자가 어려우며, 고령 산주는 장기적 투자에 대한 의욕이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토론회 참석자들 

이에 따라 산불 복원력을 높이고 산림의 공익적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대규모 통합 산림 구조 개선 사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사유림 소유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혁신적 접근 방식이 필수적이다. 단순한 기술 제공이나 일회성 보조금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보다 지속 가능하고 실효성 있는 지원 체계가 요구된다.
 

현행 보조금·융자 제도는 신청 절차가 복잡하거나 자부담 비율이 높아 접근성이 떨어지고, 기술 지원 역시 개별 산주의 현실에 맞춤형으로 제공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협업 경영, 탄소상쇄 제도 등 혁신적 방안도 아직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결국 평균적인 소규모 산주가 쉽게 접근하고 실질적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중간 단계형' 맞춤형 지원책이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서울환경연합 최진우 생태도시전문위원은 “산불 위험 저감을 위한 특정 산림 관리 활동을 이행한 경우, 직접지불제나 생태계서비스지불제 등을 통해 공익 기여에 대한 실질적 보상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림 복원력 증진과 연계한 세제 혜택, 초기 투자 비용에 대한 정부 부담 확대 등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재난 대응 시스템과 산림 정책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와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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