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의료폐기물 대란 막았나, 피했나?

감염성 낮은 일회용기저귀 일반폐기물로 처리
김명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0-05-04 10:22:28
  • 글자크기
  • -
  • +
  • 인쇄
▲ 의료폐기물을 카트로 실어나르고 있다.

[환경미디어= 김명화 기자] 중국 우환시에서 발병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난 1월23일 국경을 넘었다. 그러니까 국내에 확진자가 발생한 지 오늘(4월10일)로 82일이 경과했다. 최근 국내 확진자 수가 1만 명을 돌파하면서 감염증 차단에 사용된 의료폐기물도 급증하고 있다. 의료폐기물 소각시설 수용 능력에 한계가 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환경부는 폐기물 처리용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며, 집단 감염 등 돌발 상황도 여전해서 의료폐기물 대란 우려는 남아 있다.

 

 

의료폐기물 수용 능력 포화상태

환경부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배출하는 의료폐기물은 33만429kg(4월 7일 기준)이다. 첫 확진자가 입원해서 폐기물을 배출하기 시작한 1월23일부터 지난 4월1일까지 누적 배출량은 1179만584kg에 달한다. 세부적인 일일 배출량은 병원 내 확진자의 격리 의료폐기물 2만568㎏, 생활치료센터 7205kg, 자가격리 중 확진자로 전환돼 발생한 격리 의료폐기물 4278㎏, 임시검사시설 1378kg인 것으로 나타났다. 


확진자 수는 감소추세에 있으나 하루 50명 안팎으로 여전히 추가되는 상황이다. 일일 확진자 1명당 배출하는 의료폐기물은 10kg 정도다. 환경부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해 1회용품 사용이 늘었고, 고령화에 따라 요양병원 등 사회서비스의 증가로 의료폐기물은 계속 증가했다. 2011년 12만5000t이던 의료폐기물이 2018년 23만8000t으로 7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2018년 기준 하루당 652t의 의료폐기물이 발생한 셈이다.


이렇게 의료폐기물이 급증하면서 안전한 관리와 처리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과연 의료폐기물을 수용할 능력이 충분한 걸까? 


의료폐기물 처리 기술에는 소각, 고압증기멸균, 화학소독, 안전매립, 열분해 등의 방식이 있다. 이 중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에 의한 의료폐기물은 감염성이 높기 때문에 가장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850℃ 이상의 고온 소각처리방식이다. 


의료폐기물을 처리하는 지정폐기물 소각장은 전국에 13곳 정도인데, 지역별로 편중되어 분포해 있다. 경기지역에 3곳(용인·포천·연천, 6.2t/시간당), 경북지역에 3곳(경주·경산·고령, 8.2t/시간당), 충남지역에 2곳(천안·논산, 2.9t/시간당), 울산·부산·충북(진천)·전남(장흥)·경남(진주)에 각 1곳씩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 하루 600t가량을 수용할 수 있다. 그러나 약 52t 분량의 의료폐기물을 초과 가동해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3개의 소각시설 중 몇 곳은 20년 이상 된 노후시설이어서 시설 초과 가동률이 여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서울과 전북, 강원, 제주에는 의료폐기물을 처리하는 지정폐기물 소각장이 없다. 따라서 서울, 강원에서 나온 의료폐기물은 매일 다른 지역으로 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동과정에서 의료폐기물의 유실 등으로 감염 발생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의료폐기물서 일회용기저귀 제외
의료폐기물은 지정업체를 통해 소각 처리하게 되는데, 급증하는 의료폐기물을 수용할 수 있는 소각시설은 부족한 상황이어서 처리 비용이 3년간 100% 가까이 올랐다. 비용이 인상되더라도 소각시설에서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은 이미 한계치에 다달았다는 분석이다. 수거가 지연되면서 의료폐기물 보관 기간 초과로 과태료를 내는 곳도 있고, 소각시설을 찾아 원거리 이동을 하는 경우도 흔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4월1일 현재 13개소 의료폐기물 소각시설의 수용 능력인 589만400kg(하루/일) 중 90%가량 차지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의료폐기물 수용 능력이 90%에 달하긴 하나 법적으로 130%까지 수용 능력을 늘릴 수 있고, 나머지 10%도 코로나19 관련 의료폐기물의 2배에 달하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올해 1월 감염 우려가 낮은 환자의 일회용 기저귀를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한 덕분에 하루 소각 용량 중 15∼17%에 해당하는 90∼102t의 여유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실제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 의료폐기물 발생량은 전년 동월 대비 1898t 감소했다. 격리 의료폐기물이 매일 20t가량 발생하여 전년 동월 대비 289.6t이 증가했으나 2019년 10월29일부터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일회용기저귀를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하여 의료폐기물이 2377.2t 감소했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특히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많은 대구·경북지역에 전체 소각 용량의 3분의 1을 처리할 수 있는 소각시설이 입지하고 있어 시설 허가 용량이 충분하다”고 했다.

전국에 전용소각장 13곳뿐
환경부의 코로나19 감염증 관련 폐기물안전관리특별대책 대응지침에 따르면, 병원 발생 의료폐기물은 당일 반출해야 하고, 폐기물은 배출장소에서 소독 후 이중 밀폐한 전용용기에 투입해야 한다. 병원 내 보관은 지정된 보관장소에서 다른 폐기물과 구분해 전용 보관창고에서 4도 이하 냉장·보관하며, 소독·밀봉 배출과 상시 소독, 전량 일일소각 등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 의료폐기물 전용 용기
생활치료센터에 입원한 확진자의 발생 폐기물은 전량 격리 의료폐기물로 소독·밀봉 후 별도 보관장소에 소독·보관 후 당일 처리토록 하고 있다. 생활치료센터에서 확진자와 관련 없이 발생한 일반폐기물(행정인력에서 발생한 폐기물 등)도 전량 일반의료폐기물로 소독·밀봉하여 별도 보관장소에 소독·보관 후 당일 처리토록 하고 있다. 지역·유역환경청에서 생활치료센터 폐기물 전담 수집·운반·처리업체를 지정하고, 폐기물 처리현황을 보고토록 하고 있다. 자가격리자는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전용 봉투와 전용 폐기물 박스에 넣어 배출한 뒤 지방(유역)환경청이 수거해 의료폐기물 전용 소각장에서 처리해야 한다. 

 

▲ 격리병원 쓰레기 무방비 노출 모습

그럼에도 지난 2월6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격리된 광주 21세기병원에서 생리식염수와 주사기, 포장지 등 의료용품 포장지들이 섞인 쓰레기가 이틀 동안 무방비로 배출되어 관계기관의 관리 소홀이 도마에 올랐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확진자가 21세기병원에서 전남대병원으로 이송 전까지 발생한 의료폐기물(210kg)과 확진 후 전남대병원에서 발생한 폐기물은 격리의료폐기물로 처리했다”면서 “처치실 등에서 발생하는 주사기 포장지 등은 환자와의 접촉 가능성이 낮은 일반 생활폐기물로써 지자체의 수거 주기에 맞추어 처리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자가격리자의 배출 폐기물은 최종 음성판정 전까지는 배출을 자제토록 하고, 배출되는 경우에도 소독 및 이중밀봉하여 안전하게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염성폐기물 급증에 대비해야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발생 가능한 대규모 감염성폐기물 급증에 대비한 처리시설 확보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회 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환경노동팀은 ‘코로나19 대응 종합보고서’를 통해 “감염성폐기물 급증에 대비책 마련과 전염성이 현저한 의료폐기물이 장거리를 이동하지 않도록 의료폐기물 소각장이 없는 지역에서의 처리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의료폐기물 소각시설을 증설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의료폐기물 시설은 대표적인 님비시설인 만큼 지역 주민은 물론 지방자치단체들까지 설치를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어 증설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의료폐기물 소각시설을 둘러싼 님비현상 사례는 전국 곳곳에서 발생했다. 소각시설을 설치하겠다는 사업자가 있고, 지방환경청이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리더라도 주민들의 반발을 의식한 지자체들이 반대하는 게 전형적인 현상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한 민간업체가 충북 괴산읍 신기리에 의료폐기물 소각시설을 건립하기 위해 원주지방환경청에 낸 사업 계획이 ‘적정’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괴산군은 건립 예정지가 주민 주거지역과 인접해 있고, 청정 이미지가 훼손되면 유기농을 주력산업으로 육성하려는 군의 전략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불허 방침을 내렸다. 괴산 주민들이 결성한 ‘신기 의료폐기물 대책위원회’도 지난 3월 원주지방환경청의 적정 통보에 반발,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해 6월에는 강릉시 광역쓰레기매립장이 자리잡고 있는 강동면 임곡리에 한 민간업체가 병원에서 나오는 의료폐기물 소각시설 설치를 추진해 논란이 일었다. 마을 이장단협의회는 강릉시에 반대의사를 표했고, 강릉시 역시 소각시설이 들어설 지역의 주변 상황과 주민들의 반대의견을 원주환경청에 전달했다.


최근에는 전남 순천시 서면 구상리에 의료폐기물 소각시설 설치를 희망한다는 사업계획서가 영산강유역환경청에 접수됐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 주민들은 즉각 반발했고, 순천시도 “시민 환경권을 침해하고 대다수가 공감하지 않는 시설 설치를 긍정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며 사실상 불가입장을 표했다.


의료폐기물 소각시설 신설은 물론 기존에 운영하던 업체들도 수난은 마찬가지다. 한 의료폐기물 소각업체는 시설 확충을 6년째 불허하고 있는 충남 논산시와 지난한 법정공방을 벌여야 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전국의 소각시설은 이미 포화상태지만 주민과 함께 지자체들까지 님비에 동참하고 있어 증설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의료폐기물 대란의 우려는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구・경북지역의 소각시설 사례에서 보듯이 감염성이 높은 폐기물이 장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위험성이 큰 만큼 특히 의료폐기물 소각장 설치・운영 반대에 대한 중재 및 조정제도가 마련되도록 사회적 공감대를 넓혀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요양병원의 감염성이 낮은 일회용기저귀를 일반폐기물로 처리하는 법안을 내놓은 데 이어 의료폐기물 전용소각제 폐지도 검토 중이다. 의료폐기물 전용소각장 지정을 폐지하고, 포장·이송·소각 과정에서 감염관리 등을 엄격히 하는 것을 전제로 일반소각장에서도 의료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저작권자ⓒ 환경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헤드라인

섹션별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오늘의 핫 이슈

ECO 뉴스

more

환경신문고

more

HOT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