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수 오염, 수개월에서 수년 뒤 더 심해질 수 있어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3-06 22:03:57
  • 글자크기
  • -
  • +
  • 인쇄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산불이 진화된 뒤에도 식수가 장기간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UBC)가 주도한 글로벌 리뷰에 따르면, 산불 직후뿐 아니라 수개월에서 수년이 지난 뒤에도 퇴적물과 영양염, 금속류 등 오염 지표가 다시 치솟는 ‘지연 오염’ 패턴이 여러 유역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전 세계 28개 유역에서 수행된 23개 연구를 분석해 산불 전후의 퇴적물, 영양소, 금속, 유기탄소, 이온, 산불 진압 화학물질 수준을 비교했다. 그 결과 오염은 시간 경과에 따라 악화되는 경향을 보였고, 특히 폭풍이나 적설(눈) 융해가 ‘저장돼 있던 재와 잔해’를 하천으로 쓸어 넣을 때 수질 영향이 크게 증폭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는 환경 분야 학술지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게재됐다.

이번 리뷰는 산불 이후 최소 6개월 이상 수질을 추적한 연구들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 저자이자 UBC 토목공학 석사 과정의 라울 데 레온 라바고는 “같은 지연 오염 패턴이 계속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앨버타주 사례는 장기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16년 포트 맥머레이 산불 이후 유역의 4분의 1 미만이 불에 탔음에도 하천에서 퇴적물, 질소, 인, 납 증가가 관측됐다. 우드 버팔로 지방 자치단체는 산불 관련 원수 변화를 관리하기 위해 연간 화학 처리 비용을 약 50만 달러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 2003년 로스트 크릭 산불 이후 앨버타 남부 로키 산맥 지역에서는 질소와 인이 수년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2013년 홍수 때 저장돼 있던 재와 토양이 하천으로 재유입되며 인 농도가 7~9배 급등했고, 일부 증가는 하류에서 14년 이상 지속됐다는 보고도 포함됐다. 연구진은 유사한 장기 효과가 해외에서도 문서화됐다고 덧붙였다.

칭시 투 UBC 산림·환경관리학부 조교수는 “재가 든 양동이를 욕조에 비운다고 상상해 보라. 물을 저으면 재가 다시 떠오른다”며 “대형 산불 뒤 유역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비유했다.

검토된 연구들에 따르면 산불은 퇴적물, 영양분, 중금속뿐 아니라 연소 과정에서 생성되는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PAHs) 증가와도 연관됐다. 여기에 연기(대기 이동)가 오염 물질을 불에 타지 않은 유역으로 옮길 수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제시됐다.

또한 캐나다가 BC주와 앨버타주 등에서 활용하는 장기 화재 지연제(포스첵 등)는 조류 번식을 촉진할 수 있는 영양소와 미량 금속을 포함해, 결과적으로 정수 처리 비용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실제 포트 맥머레이 산불 이후에는 산불 피해를 입은 물을 처리하기 위해 더 높은 화학 약품 투입량이 필요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연구진은 수도 시설의 대응 능력이 화재 강도·지속시간·규모, 연소 물질, 기상 조건, 처리 시스템 설계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특히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소규모 커뮤니티는 산불 이후 장기 영향에 더 취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산불 위험을 장기간 예측하기 위해 산불 행동(확산)·연기·하천 시스템을 연결하는 모델을 개발 중이며, 식수원 인근에서 산불이 발생할 경우 장기 수질 모니터링과 대비 계획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수석 저자인 로레타 리 UBC 토목공학 교수는 “캐나다는 산불 위험의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며 “식수를 보호하려면 산불 피해를 단기 사건이 아니라 장기 위험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뉴스댓글 >

헤드라인

섹션별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오늘의 핫 이슈

ECO 뉴스

more

환경신문고

more

HOT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