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물속 과잉 질소가 미생물에 의해 얼마나 제거되는지를 보다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개발됐다. 연구진은 매우 희귀한 질소 동위원소 조합을 일종의 ‘자연 지문’으로 활용해, 대기에서 녹아든 질소와 미생물이 만들어낸 질소가스를 구분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산타바버라(UCSB)와 UCLA를 비롯한 국제 공동연구진은 질소가스 분자 안에서 질소 원자들이 서로 짝을 이루는 방식에 주목해 미생물에 의한 질소 제거량을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Science에 게재됐다.
질소는 단백질과 DNA 형성에 필수적인 원소지만 지나치게 많으면 수질 오염과 부영양화를 일으킬 수 있다. 농경지 비료와 폐수 등에서 나온 질소가 강과 호수, 연안으로 유입되면 조류가 과도하게 번식하고, 이후 조류가 분해되는 과정에서 산소가 소비되면서 물고기와 다른 수생생물이 살아가기 어려운 저산소 죽음의 구역이 형성될 수 있다.
자연생태계에서는 일부 미생물이 질산염 등 반응성 질소화합물을 질소가스(N₂)로 바꿔 대기로 되돌려 보내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은 수계의 과잉 질소를 제거하는 핵심 자연 정화 과정이지만, 실제로 얼마나 많은 질소가 이런 방식으로 제거되는지는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웠다.
가장 큰 문제는 물속에 이미 대기에서 녹아든 엄청난 양의 질소가스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미생물이 만들어낸 질소가스가 이 배경 농도에 섞이면서 기존 분석법으로는 두 출처를 구분하기 쉽지 않았다.
자연계의 질소 원자는 대부분 질소-14(¹⁴N)이고, 일부는 중성자가 하나 더 많은 무거운 질소-15(¹⁵N)다. 질소가스 N₂는 두 개의 질소 원자가 결합한 분자로, 대부분 ¹⁴N 두 개로 구성된다. 일부는 ¹⁴N과 ¹⁵N이 하나씩 결합하고, 극히 드물게 ¹⁵N 두 개가 함께 결합하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대기 중 질소가스에서는 두 개의 무거운 ¹⁵N 원자가 단순한 확률로 예상되는 것보다 조금 더 자주 서로 결합해 있다는 것이다. 반면 미생물이 만드는 질소가스에서는 동위원소가 거의 무작위에 가깝게 짝을 이룬다.
따라서 미생물이 생성한 질소가스가 대기에서 유래한 질소와 섞일수록 ¹⁵N 두 개가 결합한 희귀 분자의 상대적 비율이 낮아진다. 연구진은 이 차이를 이용하면 물속 질소가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양이 미생물 활동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를 측정하기 위해 UCLA의 고해상도 ‘파노라마 질량분석기’를 활용했다. 질량분석기는 전기장과 자기장을 이용해 분자를 질량과 전하에 따라 분리하는 장비다.
연구진은 이 방법을 미국 텍사스의 지하수와 미네소타 및 남극의 호수, 남부 캘리포니아 연안, 벵골만, 알래스카 연안의 심해 퇴적물 등 서로 다른 환경에 적용했다. 지하수에서 담수호, 연안, 심해에 이르는 다양한 생태계에서 동일한 원리를 이용해 미생물에 의한 질소 제거 신호를 확인한 것이다. 이 기술은 특히 인간 활동으로 질소 유입이 크게 증가한 지역에서 활용 가치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농업 비료와 축산, 하·폐수 등을 통해 유입된 질산염이 지하수나 하천으로 들어갈 경우 일부는 미생물에 의해 제거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수질 모니터링에서는 대수층 내부에서 생성된 질소가스를 측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 질소의 유입과 제거 규모를 계산하는 데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더블린대학교의 수문지질학자 앨런 셀처(Alan Seltzer)는 “많은 일반적인 지하수 수질 모니터링 프로그램은 대수층에서 생성되는 질소가스를 측정하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질소가 어디에서 유입되고 어디로 사라지는지 계산할 때 상당한 편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방법을 이용하면 지하수에 유입된 질산염 가운데 미생물에 의해 자연적으로 얼마나 제거되는지, 또 하천과 호수·연안으로 이동해 조류 번식을 일으키기 전에 어느 정도가 사라지는지를 보다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역적인 수질 관리뿐 아니라 지구 전체의 질소 예산을 계산하는 데도 의미가 있다. 과학자들은 질소가 생태계에 공급되는 양과 제거되는 양을 비교해 전 지구적인 질소순환을 평가한다. 이 균형은 식물과 미생물의 성장뿐 아니라 농업 생산성과 수질, 해양 생태계 등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질소가 얼마나 빠르게 제거되는지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려워 전 세계 질소 예산에도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질소 동위원소 분석 결과에 지하수와 하천의 이동 속도, 질소가스 축적 과정 등에 대한 정보를 결합하면 개별 생태계에서 실제 질소 제거율까지 추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기술이 여러 지역으로 확대될 경우 농경지와 지하수, 하천, 연안 등에서 측정한 지역별 질소 손실량을 전 지구적 질소순환 모델과 연결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인간이 공급하는 질소와 자연적으로 제거되는 질소가 지구 전체에서 실제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 또 그 균형이 기후변화와 토지 이용 변화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다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초고해상도 질량분석기가 필요한 만큼 당장 일반적인 수질 현장 모니터링에 활용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기존 방법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던 미생물의 질소 제거 과정을 직접 추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하수와 수질 관리, 전 지구 질소순환 연구를 정교화할 새로운 분석 도구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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