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모·AI로 ‘영원한 화학물질’ 잡는다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10-06 22: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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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인공지능(AI)으로 설계한 단백질과 유전자 조작 효모, 반도체 센서를 결합해 수돗물 속 과불화화합물(PFAS)을 빠르게 검출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기존에는 값비싼 질량분석 장비를 갖춘 전문 실험실에 시료를 보내야 했지만, 새로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현장에서 실시간에 가까운 PFAS 농도 측정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와 뉴욕시립대 시티칼리지 연구진은 유전자 조작 효모와 AI가 설계한 단백질, CMOS(상보성 금속산화막 반도체) 센서 칩을 결합한 ‘바이오하이브리드’ PFAS 검출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연구는 컬럼비아대학교 화학·시스템생물학과 버지니아 코니시(Virginia Cornish) 교수 연구팀이 주도하고 있다. 목표는 지방 상수도 사업자가 PFAS 농도를 현장에서 신속하게 확인하고 정수시설의 제거 성능까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PFAS는 탄소와 불소가 강하게 결합된 합성 화학물질로 자연환경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s)’로 불린다. 방수·발수 기능이 필요한 의류와 조리기구, 식품 포장재, 소방용 거품 등 다양한 제품에 사용돼 왔으며 물과 토양을 통해 환경에 장기간 축적될 수 있다.

특히 PFAS 가운데 PFOA와 PFOS 등 일부 물질은 암과 면역 기능 저하, 생식·발달 영향 등 여러 건강 문제와의 연관성이 보고되면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문제는 검사 비용과 시간이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지방 상수도 사업자는 PFAS를 정기적으로 검사해야 하지만 현재 정확한 농도 측정에는 대부분 고가의 질량분석 장비가 필요하다.

중소 규모 수도사업자는 자체 분석 장비를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물 시료를 외부 상업 실험실로 보내야 한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일에서 수주가 걸릴 수 있어 PFAS 제거 설비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뉴욕시립대 시티칼리지 토목공학과 알렉스 로젠탈 교수는 “미국에는 약 15만개의 공공 수도 시스템이 있으며 PFAS 모니터링은 이들에 상당한 비용 부담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주목한 대안은 효모다. 연구진은 제빵과 맥주 제조 등에 사용되는 효모인 사카로마이세스 세레비시아(Saccharomyces cerevisiae)를 특정 화학물질을 감지하는 생물학적 센서로 활용하고 있다.

원리는 탐지견의 후각과 유사하다. 개가 코의 후각수용체를 이용해 특정 화학물질의 냄새를 인식하는 것처럼, 효모 세포에 특정 화학물질과 결합하는 합성 수용체를 넣어 목표 물질을 감지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먼저 특정 PFAS와 결합하도록 단백질 수용체를 설계한 뒤 이를 효모 세포에 삽입한다. 이 수용체는 형광 단백질과 연결돼 있어 목표 화학물질이 수용체와 결합하면 효모가 녹색 형광을 낸다. 형광의 세기를 분석하면 PFAS 농도 범위를 추정할 수 있다.

여기에 AI가 개발 속도를 크게 단축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특정 화학물질을 인식하는 합성 수용체를 설계하는 데 수년이 걸릴 수도 있었지만 연구진은 AI 기반 단백질 설계를 활용해 이를 수주 단위의 설계-제작-시험 과정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니시 교수는 “AI를 활용하면 기존 화학적 방법만으로는 감지하기 어려웠던 물질까지 탐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센싱 분야에서 중요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연구팀은 대표적인 PFAS인 PFOA와 PFOS를 검출할 수 있는 효모를 만드는 AI 기반 설계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조작된 효모는 동결건조한 뒤 리트머스시험지와 유사한 형태의 소재에 넣는다. 사용자는 효모와 센서 칩이 탑재된 일회용 스틱을 물 시료에 담그기만 하면 된다.

PFAS가 존재하면 효모가 형광을 내고, CMOS 센서 칩이 이를 감지해 PFAS 농도로 변환한다. 측정 결과는 소형 판독 장치로 무선 전송돼 현장에서 즉시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흥미로운 점은 이 CMOS 칩이 당초 무선 컴퓨터-뇌 인터페이스를 위해 개발됐다는 점이다. 컬럼비아대학교 켄 셰퍼드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광전자 센서 기술을 수질오염물질 검출에 적용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기존 PFAS 검사보다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수장에서 PFAS 제거용 활성탄이나 이온교환수지 등의 교체 시점을 실시간으로 판단할 수 있어 과도한 교체 비용을 줄이고 처리 효율을 높이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 기술이 기존 정밀 분석을 완전히 대체하기 위해서는 실제 환경 시료에서의 정확도와 선택성, 다른 화학물질에 의한 간섭 여부, 장기간 보관 안정성 등을 추가로 검증해야 한다.

그럼에도 기존의 시료 채취-실험실의 운송-고가 장비 분석 방식에서 벗어나 생물학적 센서와 AI, 반도체 기술을 결합해 현장에서 PFAS를 신속하게 감지하려는 새로운 접근이라는 점에서 향후 수질 관리 기술의 변화를 이끌 가능성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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