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2023~2024년 엘니뇨 기간 전 세계 열대림의 약 75%가 최소 6개월 동안 전례 없는 수준의 가뭄과 폭염을 동시에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현상이 단발성 극한기후가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이 충분히 줄지 않을 경우 향후 수십 년간 열대림이 마주할 새로운 정상(new normal)을 미리 보여준 사례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벨기에 겐트대학교와 브라질 캄피나스주립대학교(UNICAMP)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2023~2024년 엘니뇨 당시 열대림의 가뭄과 고온 현상을 분석하고 이를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와 비교했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지구의 미래(Earth’s Future)에 게재됐다.
분석 결과 가장 우려되는 지역은 아마존이었다.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 높은 수준으로 증가할 경우, 금세기 말에는 엘니뇨가 없는 해에도 2023~2024년과 비슷한 수준의 극심한 가뭄이 발생할 가능성이 현재보다 최대 9배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대림은 일반적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탄소흡수원 역할을 한다. 그러나 고온과 가뭄이 장기간 겹칠 경우 나무의 광합성과 수분 이동 기능이 크게 떨어지고, 나무 고사와 산불 등이 증가하면서 숲이 일시적으로 탄소를 흡수하는 대신 배출하는 탄소원으로 전환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가 기후변화를 다시 가속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위성 및 지상관측 자료와 24개 기후모델을 결합해 2000~2024년의 과거 자료와 2100년까지의 미래 전망을 분석했다. 온실가스 배출 수준이 다른 네 가지 시나리오도 비교했다.
특히 각 지역의 평년 기후를 기준으로 얼마나 이례적인지를 평가하는 ‘이상치 기반 접근법’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아마존과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서로 다른 기후조건에 적응해온 열대림에서 무엇을 ‘극한현상’으로 볼 것인지 지역별로 구분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온실가스 배출을 비교적 낮게 유지하는 시나리오에서도 열대지역의 극심한 고온 발생 가능성이 현재보다 최소 6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온도 상승 자체가 앞으로 열대림에 지속적인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강수량 전망은 지역별 차이가 컸다. 아마존과 중앙아메리카, 남부 아프리카, 동아시아 일부 지역은 건조해질 가능성이 큰 반면 다른 열대지역에서는 오히려 강수량이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고배출 시나리오에서는 2023~2024년에 나타난 것과 같은 낮은 강수량이 금세기 말 브라질 북동부에서는 약 2배, 아마존에서는 최대 9배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존에서는 이미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 연구에 따르면 건기가 과거 약 4개월에서 일부 지역에서는 6개월까지 늘어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으며, 강수 부족도 심화되고 있다.
2023~2024년 엘니뇨 기간에는 아마존 지역의 산불 피해 면적이 평균 9% 증가했고 산림 훼손 경보는 19% 늘었다. 연구진은 이를 ‘가뭄-화재-산림 훼손’이 서로 강화하면서 열대림의 회복력을 떨어뜨리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폭염이 어느 계절에 발생하는지도 중요하게 나타났다. 연구진에 따르면 극심한 고온이 발생한 달의 약 80%는 우기에 집중됐다. 우기에 기온이 높아지고 구름이 줄어들 경우에는 햇빛과 토양수분이 충분해 단기적으로 광합성이 증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같은 고온 현상이 건기에 발생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토양수분이 부족해 잎을 식히기 어려워지고, 뿌리에서 잎까지 물을 운반하는 목질부의 기능도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수분 수송 장애가 심해지면 나무의 수관 일부가 고사하고, 가뭄과 폭염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나무 전체의 생존 가능성까지 낮아질 수 있다.
2023~2024년 엘니뇨는 자연생태계뿐 아니라 주민 생활에도 큰 피해를 남겼다. 브라질 아마조나스주에서는 강 수위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일부 지역 공동체가 고립됐고, 높은 수온 등의 영향으로 강돌고래 300마리 이상이 폐사하기도 했다. 또한 2024년 9~11월 아마존 지역 거주지 5673곳 가운데 약 38%인 2172곳이 심각한 가뭄에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특히 최근 엘니뇨가 과거와 같은 자연적 기후변동 위에 인위적인 지구온난화가 더해지면서 피해 규모가 커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2015~2016년 엘니뇨는 강도 자체로는 매우 강한 사건이었지만, 2023~2024년 엘니뇨는 상대적으로 낮은 강도에도 불구하고 열대림과 수자원 등에 더 큰 영향을 나타낸 지역이 있었다. 연구진은 당시 이미 높아져 있던 지구 평균기온이 엘니뇨의 충격을 증폭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열대림은 탄소 저장과 기후조절, 생물다양성 유지, 지역 주민의 생계 등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따라서 열대림의 회복력 저하는 특정 지역의 산림 문제를 넘어 지구 탄소순환과 기후 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경고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