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패스트패션은 짧은 유행 주기와 저가 대량생산을 무기로 시장을 지배해 왔다. 문제는 생산량이 늘어나는 속도만큼 착용 횟수는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옷은 점점 더 빨리 소비되고, 더 빨리 버려진다. 글로벌 패션산업은 이미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군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그 끝에는 처리되지 못한 폐의류가 놓여 있다.
폐의류는 단순한 고형 폐기물이 아니다. 면과 같은 천연섬유는 매립될 경우 분해 과정에서 메탄을 발생시킨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강력한 온실가스로, 기후변화를 가속하는 주요 원인이다. 합성섬유는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매립되면 장기간 분해되지 않은 채 미세플라스틱으로 남아 토양과 수계를 오염시킨다. 소각 역시 해법이 아니다. 소각되는 순간 섬유 속 탄소는 그대로 이산화탄소로 전환되어 대기로 방출된다. 결국 매립이든 소각이든, 방치든, 폐의류는 형태만 다를 뿐 기후와 환경에 부담을 남긴다.
더 심각한 것은 이 문제의 상당 부분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선진국에서 수거된 폐의류는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되고, 현지에서는 감당하지 못한 채 노천에 쌓이거나 해안으로 흘러든다. 우리는 ‘버렸다’고 생각하지만, 지구는 결코 버리지 못한다.
패션은 문화이고 산업이지만, 동시에 자원과 에너지의 집약체다. 이제 우리는 옷을 소비하는 방식뿐 아니라, 버려진 옷이 만들어내는 기후적 비용까지 함께 바라봐야 한다. 폐의류는 더 이상 주변적인 환경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만든 또 하나의 기후폭탄이다.
이 연재는 그 폭탄의 구조를 하나씩 해부해 보고자 한다. 왜 재활용은 쉽지 않은지, 정책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그리고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전환할 방법은 무엇인지 차례로 짚어보겠다. 지금 우리가 입는 옷 한 벌이, 미래의 기후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